이스라엘 "가자-이집트 국경 통제 계획"…이집트 "주권 침해"

'필라델피 통로' 통제…하마스 무기반입 차단 목적
이집트 "평화협정 위반 소지"…민간인 피해 우려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목적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가르는 국경 지대에 대한 군사작전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은 이같은 작전을 통해 국경 통제권을 확보해 하마스의 무기 밀수 등을 차단한다는 구상이지만, 이집트는 자국까지 피해가 번질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전현직 이스라엘·이집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통로'의 가자지구 쪽 부분에 대한 군사작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이집트 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 작전에 국경의 주요 지점에서 팔레스타인 관리들을 철수시키고, 이집트·가자지구·이스라엘이 접해있는 가자지구 동남쪽 모퉁이 영토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필라델피 통로'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의 약 14㎞ 길이의 국경으로,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에 따라 안보상 완충지대로 설정됐습니다.

초기에는 무기와 물품 이동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통제했으나,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하면서 통제권을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내줬습니다.

그 뒤 2007년 하마스가 라이벌 정파 파타 등과의 내전 끝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서안지구로 밀어내고 가자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때부터 필라델피 통로가 하마스가 무기와 불법 물자를 들여오는 주요 경로가 됐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전후) 문제는 가자지구가 비무장 상태를 유지하도록 어떻게 보장하느냐"라며 "유일한 방법은 (국경을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이 무엇인지 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장기적 통치는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지금 당장, 앞으로 몇십 년 동안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해 국경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00일을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군 장비와 살상 무기들이 남쪽 국경의 뚫린 곳을 통해 계속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폐쇄해야 한다"며 이곳에 대한 통제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군이 국경 통제권을 확보하면 하마스에 전략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마스가 이 일대에 조성한 터널을 차단하고, 무기 밀수와 하마스 대원들의 가자지구 탈출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집트는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1979년 평화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나아가 이스라엘군의 작전으로 이집트 영토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습니다.

이에 이집트는 최근 자국 쪽 국경지대에 이스라엘의 보안 인력을 배치해 양국이 합동 순찰을 하자는 등의 이스라엘 측 제안을 주권 침해라며 거부했다고 이집트 당국자들은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스라엘 측에 국경에 감시탑과 카메라를 증설하고, 장벽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이스라엘 측과 감시 내용을 공유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이와 함께,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국경에 대한 이스라엘의 작전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고 이집트 당국자들은 전했습니다.

WSJ은 게다가 가자지구 피란민 대부분이 가자 남부 국경도시인 라파에 밀집해 있거나 국경을 따라 난민촌을 이루고 있다며 "이 지역에 대한 공격은 군사적으로 복잡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안보 전문가도 이러한 작전이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 측은 이와 관련해 "필요한 대로 하마스를 공격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도, 국경에 대한 작전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 작전에 대한 최종 승인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으며, 작전 시기는 인질 석방과 관련한 이집트의 중재 협상에 달렸다고 WSJ는 전했습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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