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변 다 트럼프" vs "무례한 사람 안돼"…풍향계 아이오와 선택은
트럼프 독주체제 굳히기냐, '추격' 헤일리 저력 과시냐…혹한 속 충성도 싸움
'공화경선 스타트' 코커스 앞둔 아이오와…'체감-30도' 극한날씨에 흥행 비상도
(디모인[아이오와주]=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13일 찾은 아이오와주 주도 디모인(Des Moines)은 프랑스어로 '수도사'를 뜻한다.
이 지역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시절 강(디모인 강) 이름에서 따온 지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날 디모인은 그야말로 '수도사의 도시'처럼 적막했다.
현지를 강타한 폭설과 강풍에 기온이 섭씨 영하 20∼23도, 체감온도는 영하 38도까지 내려간 탓이었다. 야외에서 10분을 버티기 힘든 혹한 탓에 거리에서 좀처럼 행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디모인 공항 터미널은 아이오와 코커스 현장을 취재하러 온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활주로의 상당 부분이 눈에 덮이면서 공항의 항공편 소화 능력이 급감함에 따라 기자들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써가며 어렵게 디모인을 찾았다.
공항의 수하물 찾는 곳에는 '웰컴, 미디어(welcome media) 아이오와 코커스 2024'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미 NBC 뉴스 등이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로 여전히 넘볼 수 없는 독주 체제를 구가했다. 이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20%,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16%, 사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8% 순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51%에 비해선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추격자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해 8월 6%였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해 이번에 가장 높은 20%를 찍었다.
디모인 중심가에 자리한 아이오와코커스 미디어 센터는 개표 결과를 표시할 초대형 스크린과 회의 전까지 공화당 유력 정치인을 포함한 연사들 강연과 기자회견이 진행될 연단을 갖추고 있었다.
아이오와주는 한반도 면적의 약 66%에 달하지만, 인구는 약 320만 명으로 7천800만에 달하는 남북한 인구의 4.1%에 불과하다.
거기에 혹한까지 겹치면서 아이오와주 주도 디모인 거리는 '유령도시'처럼 됐지만 세계인의 삶에 이래저래 영향을 주는 초강대국 미국 대선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라는 이유로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인적 드문 이 도시에서 어디를 가야 현지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 숙소 인근 식료품점 문 앞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는 손님 3명과 대화를 나눴다.
자신을 '블루칼라' 노동자라고 소개한 20세 남성 올리버 씨는 주변 사람들이 대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소개했다.
올리버 씨는 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실망감을 느낀다면서 코로나 국면 이후 가파르게 올라간 물가 상승률에 비해 충분히 오르지 않는 급여 수준이 실망의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현재 노숙자 쉼터에서 지낸다고 밝힌 50대 후반 남성은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별 차이를 못 느꼈기 때문에 코커스에 나가고 싶지 않다"며 "누구도 찍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담배 살 돈이 없어서 담뱃잎을 사서 피우는 형편"이라고 소개한 뒤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나라가 돈을 대주면(정착지원) 여기에 이미 터 잡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이전 트럼프 행정부 때에 비해 관대해진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관리 정책에 불만을 표했다.
26세 남성 벨라 씨는 "날씨가 춥지만 아이오와의 1월 날씨가 추운 것은 '뉴스'가 아니다"며 반드시 코커스에 참석해 인도계 사업가 출신인 라마스와미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언더독(뒤처져 있는 후보)에 관심을 갖지 않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정직해 보이고, 사고 방식이 다른 것 같다"면서 "그리고 트럼프처럼 무례하지 않다"고 말했다.
15일 아이오와주 수은주가 영하 29도까지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예보되면서 가장 '불편한' 투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코커스에 참여하려는 당원들은 주 전체에 산재한 1천600여 장소에서 15일 오후 7시 정각까지 모인 다음 각 후보를 대표하는 지지자 연설을 청취한 뒤 자기 투표를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빙판길을 지나 뺨을 찢을 것 같은 삭풍을 뚫고 투표장에 가서 1시간 이상을 '투자'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발품과 시간을 써가며 한 표를 행사한다면 그것은 미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저력을 의미할지,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 신봉자들의 '무서운 결집력'을 의미하게 될지 또한 지켜볼 일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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