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우릴 막을 수 없다" 전쟁의지 불태운 네타냐후, 확전 우려 커지는 중동

가자지구 전쟁 100일째, 전쟁 격화 조짐
네타냐후는 전쟁 의지 공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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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전쟁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누구도 이스라엘을 막을 수 없다"며 전쟁을 지속할 의지를 공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 이스라엘 방위군 사령부(IDF)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포함한 그 누구에 의해서 (전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헤이그도, 악의 축도, 그 누구도 우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헤이그는 ICJ가 있는 곳이며, 악의 축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이를 지원하는 이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등을 일컫는 말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ICJ 심리에 참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달 29일 집단학살 혐의로 이스라엘을 ICJ에 제소해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ICJ가 이스라엘의 혐의에 대한 본안을 판단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휴전 명령 등 임시 조치는 몇 주 내로 이뤄질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ICJ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를 무시한다는 뜻을 명확히 보여줬다. 그는 "독자적인 군수품 생산을 위해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역설했다.

확전을 억제하는데 주력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수포가 되었다는 평가다. 미국은 신중론을 앞세워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꺼렸다. 전쟁을 가자지구에 국한하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지에선 미군을 겨냥한 친(親)이란 무장세력의 공격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란 정부도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통제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가자 전쟁 초기에 이란 정부는 하마스 지원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미군이 본격적으로 개입하지 않도록 '레드 라인(경계선)'을 친 셈이다. 하지만 후티 반군은 이를 무시하고 홍해에서 무력 도발을 이어갔다. 미군이 후티 반군의 본거지를 공습하면서 확전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휴 로버트 유럽 외교협의회 중동 전문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전쟁은 이미 가자지구를 벗어나 중동 전역으로 확산했다"며 "미군이 항공모함 등으로 전쟁 억지력을 과시할수록 중동 내 반(反)서방 세력이 결집해서 확전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