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 벌줬다가 고소당하고 징계... 스스로 목숨 끊은 교사 '순직' 인정

박준규 2024. 1. 14. 14: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훈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벌을 줬다가 기소유예(검사가 유죄로 보면서도 여러 정황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것) 처분을 받은 교사가 있었다.

그는 이미 형사적 책임을 졌음에도 이 사건 때문에 반복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법원은 이 교사의 죽음을 순직(군인·경찰관·공무원이 자신의 일을 하다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건 훈육하다 기소유예 처분
징계, 상여금 제외, 인사 불이익 이어져
법원 "교사 자긍심 부정되자 극단 선택"
게티이미지뱅크

학교폭력 사건에서 훈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벌을 줬다가 기소유예(검사가 유죄로 보면서도 여러 정황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것) 처분을 받은 교사가 있었다. 그는 이미 형사적 책임을 졌음에도 이 사건 때문에 반복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법원은 이 교사의 죽음을 순직(군인·경찰관·공무원이 자신의 일을 하다 사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고 백두선 교사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11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백 교사는 2019년 7월 전남의 한 대안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A군을 학대한 혐의로 피소됐다. 백 교사는 A군을 포함한 학생 6명이 친구를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가해 학생들의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하고 A군에게는 "맞을래"라고 말했다. 검찰은 같은 해 10월 백 교사가 훈육 과정에서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 등을 들어 재판에 넘기기 않고 기소유예 처분했다.

형사처분 외에 인사 불이익도 당했다. 전남교육청은 2020년 1월 "백 교사가 적극적으로 지도한 건 바람직하나 학생들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견책 징계를 내렸다. 그는 성과상여금과 기말수당(공무원에게 분기마다 지급되는 수당) 지급 대상자에서도 제외됐다. 또 2021년 3월 비선호 지역에 있는 한 중학교로 발령받아 재차 생활지도 및 학교폭력 업무를 맡게 됐고, 이에 대한 부담으로 발령 6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을 들여다본 재판부는 백 교사의 사망을 '공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순직'으로 봤다. 재판부는 "백 교사는 평소 관련 업무에 자부심을 갖고 솔선수범하여 학생들을 지도해왔는데, 기소유예 처분 이후 아동학대범으로 주위의 비난을 받게 됐다"며 "2020년 3월 다른 학교로 복귀한 뒤에도 학생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무력감과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백 교사를 '학생에 대한 상습적인 신체적 폭력 관련 사유로 징계를 받은 자'로 볼 수 없다"며 성과상여금 지급 대상자 배제 결정도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목적과 무관하게 훈육이 아동학대로 평가받는 등 백 교사가 30년 가까이 쌓아온 교육자로서의 자긍심이 부정됐다"며 "형사 및 징계가 가볍게 마무리됐는데도 상여금과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고, 징계성 전보 조치로 비선호 근무지역에 발령받자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이것 말고는 백씨를 극단 선택으로 몰고갈 다른 질병이나 주변 환경 등 문제는 없다고 봤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는 "인사혁신처는 항소를 포기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교사들의 죽음과 정서적 인과관계까지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판단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