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거 결과에 외신 “시진핑이 보고 싶지 않았던 승리”

대만 선거 주요국, 해외언론 반응
대만 우방국, 민주주의 활력 주목
중국의 군사적 위협 우려 쏟아져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의 지지자가 13일 타이베이에서 라이 후보의 당선을 축하 행사에 참여해 깃발을 흔들고 있다./UPI연합뉴스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치러진 대만 선거에 해외 반응도 엇갈렸다. 미국, 일본, EU는 대만 선거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치러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더욱 강조했다. 주요 외신들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경제·군사적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을 우려했다.

미·일·EU “환영”…러 “중국에 압력 말아야”

미국 정부와 의회는 친미·독립 성향의 대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의 총통 당선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장관 명의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라이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대만인들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주의 시스템의 강력함을 보여준 것에 축하를 전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과 영 김 인도·태평양소위원장, 민주당 소속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 간사와 아미 베라 인도·태평양소위 간사도 공동성명에서 “오늘 선거는 대만의 활기차고 강력한 민주주의의 또 다른 이정표”라며 환영했다.

일본 정부는 라이 후보 당선 확정 직후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민주적인 선거의 원활한 실시와 그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일본과 대만 관계 관련해 “대만은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긴밀한 경제 관계, 인적 왕래가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자, 소중한 친구”라며 “대만을 둘러싼 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정부로서는 대만과의 관계를 비정부 간 실무관계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일본과 대만 사이에 협력·교류를 한층 심화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U는 이날 대외관계청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민주적 행사에 참여한 유권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며 “EU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지역과 세계의 안보와 번영의 열쇠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EU는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를 우려하며 현 상황을 바꾸려는 어떤 일방적 시도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의 증거”라며 “대만해협 양측이 무력이나 강압 없이 건설적 대화로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재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논평을 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대만을 여전히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며 어떤 형태의 독립도 반대하기 때문에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모든 시도가 “역효과를 낼 것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지역 안정과 세계 안보를 저해하는 모든 도발 행위를 자제할 것을 외부 세력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외신 “중국에 타격 입힌 선거…군사적 긴장 우려”

세계 주요 매체들은 라이 총통 당선자가 친미·반중 성향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대만해협을 둘러싼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진핑이 ‘트러블메이커’라고 부른 지도자를 대만은 선출했다”며 “중국에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이날 총통 당선 연설을 영어로 동시 방송된 점을 주목하며 “전 세계가 이번 선거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민진당의 친미 성향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제매체 레제코는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중국이 보고 싶어하지 않았던 승리”라며 “중국은 라이 총통 당선을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지 상파울루는 “다시 반중 후보를 총통으로 선출”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CNN은 “대만 유권자는 중국의 경고를 물리쳐 여당에 역사적인 총통선 3연승을 가져왔다”면서도 “중국은 향후 며칠에서 몇 주 안에 대만에 대한 경제적·군사적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측에선 이날 선거 이후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소식통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르몽드는 “중국은 라이 총통의 해외 무기 구매나 국방에 대한 발언을 모두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 독일 ARD도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가능성을 우려했다.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츠타임스(ST)는 대만 내부의 정치적 균열을 강조했다. ST는 “라이 총통 집권 뒤 허니문 기간 없이 높은 수준의 거버넌스 마비와 정당 간 정치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