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전쟁 100일…끝날 기미 보이지 않는 전쟁

최서은 기자 2024. 1. 1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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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폭격으로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지 14일(현지시간)로 100일째를 맞는다.

전쟁이 3달 넘게 지속되면서 가자지구는 폐허로 변했다. 전체 인구의 약 1%가 사망했고, 80% 이상이 난민이 됐다. 13일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후 현재까지 2만384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으며, 이 중 3분의 2는 여성과 미성년자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며 “시신들이 길에 방치돼 있고, 민간인들의 대피장소에도 이스라엘의 포격이 강화됐다. 더이상 가자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가자지구를 직접 찾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 필립 라자리니 집행위원장도 “지난 100일간 벌어진 막대한 죽음과 파괴, 피란민 발생, 굶주림, 상실과 슬픔이 우리 모두의 인간성을 더럽히고 있다”고 규탄했다.

칸유니스의 한 주민은 알자지라에 “벌써 100년은 된 것 같다”면서 “230만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 누구도 우리가 100일 동안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겨울이 되면서 야외 생활을 하는 난민들은 더 큰 위협에 놓였다. 라자리니 집행위원장은 “가자지구의 어린이 모두가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면서 “질병이 확산하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이 구호물자 반입을 제한한 탓에 기근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텔아이브에서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이미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전쟁은 여전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는 하루 동안 135명이 사망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00일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포함한 그 누구에 의해서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노사이드(대량학살) 혐의로 제소된 이스라엘에 대해 ICJ가 어떤 판결을 내리든 무시할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하마스가 군사 장비를 들여오는 밀수 통로로 이용하고 있는 이집트와 가자지구의 국경을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쟁 동안 가자 북부의 난민들이 자신의 고향에 되돌아오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00일간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얻은 것은 많지 않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1300여명의 목숨을 빼앗긴 이스라엘은 지금도 가자지구 내에 억류된 130여명의 인질들을 구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마스 기습 당시 드러난 이스라엘군의 무능함으로 네타냐후 내각에 대한 신뢰도와 지지율은 급락했다. 그러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전후 계획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정부 관계자는 보이지 않는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AFP연합뉴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전쟁 발발 100일을 앞둔 이날 미국, 영국, 이탈리아, 그리스,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미국 전역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면서, “바이든의 손에 피가 묻었다”, “‘집단학살’ 조에 투표 안 한다”는 팻말을 들었다.

이스라엘 텔아이브에서도 인질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최대 12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에 참석한 한 인질 가족은 “나는 잊지 않을 것이고,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텔아이브에서는 네타냐후 내각에 대한 반대 시위도 함께 벌어졌다. 일부 시위자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퇴임을 요구하며 그의 사저까지 행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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