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곧' 하병훈 "박소담이 1순위…암 수술, 요양 중 대본 줬죠" [인터뷰]②

최희재 2024. 1. 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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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훈 감독(사진=티빙)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저한텐 박소담이 1순위였어요.”

하병훈 감독이 최근 진행한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이하 ‘이재곧’) 공개 기념 인터뷰에서 죽음 역할을 맡은 박소담과의 호흡에 대해 전했다.

‘이재곧’은 지옥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최이재(서인국 분)가 죽음(박소담 분)이 내린 심판에 의해 12번의 죽음과 삶을 겪게 되는 인생 환승 드라마. 최시원, 성훈, 김강훈, 장승조, 이재욱, 이도현, 고윤정, 김지훈, 김재욱, 오정세, 김미경, 유인수 등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이목을 모았다.

‘이재, 곧 죽습니다’ 포스터(사진=티빙)
‘이재곧’은 인기 웹툰 ‘이제, 곧 죽습니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하 감독은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냐는 질문에 “어쩌다 웹툰을 일요일에 봤는데 그 다음날 회사에 전화를 해서 이 웹툰 사달라고 했다. 알아보니까 이미 다른 회사에서 1년 넘게 대본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거기 회사 대표님을 만나서 설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영화로 만들고 있었다. 영화 시장도 어려워졌고, 코로나19 때문에 놓아야 하는 단계였는데 그때 제가 연락을 한 것 같았다. 제가 작업할 수 있게 주셔서 6개월 정도 대본 작업을 했다. 사람도 안 만나고 정말 글만 썼다. 대본 쓰고 초고 나오면 캐스팅 돌리고 배우 얼굴 사진 붙여놓고 또 쓰고, (그 역할에 맞는) 배우가 나오면 대본을 또 주고 그랬다”고 덧붙였다.

박소담(사진=티빙)
하 감독은 ‘죽음’이라는 생소한 캐릭터에 대해 “제일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배우랑 캐릭터 얘기를 할 때 저도 명쾌하게 얘기를 못하겠더라. 너무 어려웠다. 레퍼런스가 없었다. ‘죽음이 뭘까? 감정이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많은 얘기를 했다”면서 “최대한 원작에서 좋았던 건 다 갖고 오자고 했다. 원작 반응에서 ‘도대체 죽음이 왜 저렇게까지 해야 돼?’ 하는 얘기가 많이 나와서 파트2 엔딩에 그런 (장치를) 많이 넣었다”고 전했다.

이어 박소담을 언급하며 “‘방송 나가고 상처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다른 작품에서) 없는 캐릭터고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르지 않겠나. 저희끼리도 다 달랐다. 시청자들이 봤을 때 박소담 배우의 연기가 딱딱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죽음이 감정을 가지면 안 되지’ 할 수도 있고 ‘톤을 잘 잡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니까 되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하 감독은 “사실 찍으면서 인간처럼도 해봤다. 감정도 넣어보고 나쁜 여자 같은 느낌도 해봤다. 너무 죽음 같지 않은, 누아르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 같은 경우는 파트2 엔딩까지 보셔야 어떤 존재인지 아실 것 같다. 너무 앞에 다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하병훈 감독(사진=티빙)
박소담 캐스팅 이유를 묻자 하 감독은 “신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카리스마 있는 배우들을 생각했는데 대본을 쓰다 보니까 그분들이 어떻게 할지가 그려지더라. 사람들이 봤을 때 신선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근데 박소담이 죽음이라고 하면 ‘박소담이 왜 죽음이야?’ 약간의 호기심이 들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죽지 않는 유일한 존재인데 반전으로 만만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최이재가 반말도 했다가 갑자기 존댓말 썼다가, 머리에 총도 겨눴다가 할 정도로 조금 만만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하나하나씩 보면서 ‘어마어마한 능력이 있었구나. 최이재 대단하다 쟤’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려면 죽을 것 같지 않고 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죽음은 어떤 형태든 바뀔 수 있으니까 동양 배우들과 있을 때는 동양적인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다. 만만해 보이면서도 무서울 수 있는, 연기 변신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재, 곧 죽습니다’ 포스터(사진=티빙)
박소담은 2021년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고 큰 수술을 받았다. 하 감독은 박소담이 요양 중일 때 대본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팅을 하자고 하더라. (박소담이) ‘저한테 잘못 주신 거 아니죠? 이 역할 맞아요?’ 했다. 맞다고 하니까 평생 안 들어올 배역이라 너무 해보고 싶은데 또 너무 무섭다고 했다. 제가 8부까지 다 줬는데 이 드라마 메시지가 너무 좋아서 울었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배우에게 ‘해보자. 나는 자신 있다’고 했다. 너무 잘해줬다. 저는 박소담 배우가 찍으면서 많이 아팠고 많이 울었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처음 알았다. 제작발표회 끝나고 너무 고맙다고, 몰랐다고 했다. ‘어떻게 하나도 티를 안 냈니?’ 했다”면서 “현장에서 항상 밝게 연기하고 배려해줬다. 제가 쉬자고 하면 ‘할 수 있어요. 할게요’ 했다. 너무 고마웠다. 세트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잘 준비해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 감독은 “박소담은 딕션이 굉장히 좋은 배우다. 대사가 딱딱 꽂혔다. 박소담 배우는 후시 녹음을 한 번도 안 했다. 저한테 후시 할 때 됐는데 왜 안 부르시냐고 연락이 왔다. ‘없어’ 했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최희재 (jupi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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