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 끌려가던 개 수백마리…인도네시아, 개고기 반대 여론 들썩
인도네시아에서 최근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개 220여마리가 구조된 사건을 계기로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인도네시아 경찰은 중부 자바 세마랑에서 개 226마리를 싣고 도살장으로 향하는 트럭을 검거했다. 개들은 다리와 입이 묶인 채 트럭에 실려 있었다. 경찰은 트럭에 타고 있던 관계자 5명을 동물 보건 및 축산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들은 이웃한 수라카르타로 이동 중이었으며, 그곳에서 도살된 뒤 고기는 서부 자바에서 소비되기 위해 팔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개와 고양이를 식용으로 소비하는 국가 중 하나다. 매주 약 2만마리, 연간 100만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도살된다는 추정도 있다. 인구 대부분이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개고기 섭취는 보편적이지 않지만, 일부 소수민족에서 전통으로 식용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개들이 구출된 세마랑을 비롯해 개고기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는 지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 북술라웨시 토모혼에서는 동물을 산 채로 불태우고 구타하기로 악명 높은 시장에서 개고기와 고양이고기 거래가 금지되기도 했다. 당시 개와 고양이가 끔찍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이 온라인 상에서 퍼진 영향이 컸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초 수도 자카르타 역시 개고기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개고기를 금지한 지역은 약 50곳에 달한다.
개고기 금지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여론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2021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 93%가 국가적 차원에서 개고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지지했다.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4.5%에 불과했다.
개고기 유통이 광견병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인도네시아에선 지난 2~3년 동안 코로나19 탓으로 광견병 예방 접종이 중단되면서, 2022년 광견병을 앓는 동물에 물린 사람이 10만4000명에 달했다. 이중 102명이 사망했다. 이는 2021년에 비해 거의 두 배 증가한 수치다.
한 동물복지단체 관계자는 “(이번에 구조된) 개들이 다른 개와 인간 모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광견병이나 심상사상충 같은 질병을 옮길까 걱정된다”고 자카르타포스트에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 개고기 반대 운동을 벌여온 ‘도그미트프리인도네시아’(DMFI)의 카린 프랭켄은 “최근 한국 정부가 개 식용을 금지했듯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정부도 개 소비를 금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노이 | 김서영 순회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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