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 ELS 손실 연초에만 1000억원 넘어···민원 1400여건

유희곤 기자 2024. 1. 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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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만기 10조원...손실 5조원대 전망
5대 은행, 원금 손실액 닷새 만에 1067억
금융당국, 현장검사·민원조사 및 대책 마련
투자자들이 지난 12월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H지수 ELS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액이 연초에만 1000억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H지수는 2021년 초 1만2000선을 넘었지만 당시 가입상품의 만기(3년)가 오는 현재 반토막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 상반기 만기 물량이 10조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급등하지 않는 한 손실 규모는 5조원대까지 커질 수 있다. 은행 등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소비자 민원은 1400건을 넘었다.

금융당국은 현장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오는 3월까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손실규모가 커질 경우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홍콩 H지수는 지난 12일(현지시간) 5481.94로 마감됐다. 이에따라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의 올해 원금 손실액은 이날까지 1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첫 손실이 발생한 지난 8일 이후 닷새 만이다. 지난해 하반기 확정 손실액(82억원)의 13배가 넘는다.

지난 12일까지 만기가 도래한 H지수 ELS의 원금은 약 2105억원, 상환액은 1038억원으로 전체 손실률은 50.7%였다. 일부 상품의 손실률은 52.1%를 기록하기도 했다.

ELS는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지수나 종목이 통상 3년인 만기까지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된다. 반면 기초자산이 ‘녹인 구간’ 등 기준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6개월마다 기초 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 상환을 받을 수도 있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다. 2021년 2월에 1만2000선을 넘었으나 2022년 10월에 5000선이 무너졌고 최근 550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홍콩 증시는 전년 대비 14.0%, 고점 대비 59.6% 하락하면서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부진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홍콩 증시의 단기 지지선은 5000~5500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디고 부채 위험이 부각되면 50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만기 시점의 H지수가 3년 전의 65~70% 수준이 돼야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시장이 급등하지 않는 한 올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H지수 ELS 손실액은 커질 수밖에 없다.

H지수 ELS 판매잔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19조3000억원인데 조기 상환 실패로 올해 만기 도래분은 79.6%인 15조4000억원이다. 상반기 만기는 52.7%인 10조2000억원(1분기 3조9000억원·2분기 6조3000억원)이다.

H지수 ELS의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비자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난 12일까지 5대 은행이 접수한 H지수 ELS 관련 민원은 1410건인데 이 중 518건이 올해 제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민원인은 “상품을 판매한 은행 직원이 과거 10년 동안 한 번도 손실이 난 적이 없고, 수익률이 예금 금리의 3∼4배이며, 유럽·미국·홍콩 증시가 35%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아주 낮다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3개 지수 중 하나라도 35%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이 확정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면서 손실을 보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 등 H지수 ELS 주요 판매사의 현장점검과 민원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사에서는 판매 한도 관리 미흡, 핵심성과지표(KPI)에 판매 실적 포함, 계약서류 미보관 등의 문제점을 확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9일 취재진에게 “이번 사태를 과거 사모펀드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동일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부담, 책임소재 정리 등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을 오래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서 오는 2월이나 3월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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