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의 미국행 비하인드, 박찬호-류지현의 ‘파이널 콜’[안승호의 PM 6:29]

안승호 기자 2024. 1. 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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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샌디에이고 어드바이저(왼쪽)와 고우석. 박찬호 SNS 캡처.



고우석의 미국행 성사 여부가 꾸준히 관심을 모으던 지난해 12월 말의 일이다. 포스팅을 통해 미국행으로 노리던 고우석의 샌디에이고행이 확정 발표된 지난 4일을 기준으로는 일주일 전 즈음이었다.

고우석을 아는 두 야구인 사이에 대화가 오갔다. 전화 통화였다. 발신인은 박찬호 샌디에이고 어드바이저, 수신인은 류지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이었다. 류지현 위원은 고우석이 소속된 LG의 2022년 사령탑이었다. 그해 고우석은 4승(2패) 42세이브에 평균자책 1.48을 기록했다. 고우석이 마무리 보직을 얻은 뒤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면서 LG는 그해 구단 역대 최다승(87승)역사도 썼다.

박찬호 어드바이저는 샌디에이고의 결정을 뒷받침할 근거들을 다시 한번 하나씩 정리하려는 듯했다. 류 위원에게 자문하는 대화였다. 살짝 전해진 이날 통화 내용에 따르면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구체적 영입 후보로 보며 우선은 7회 정도를 맡아줄 역량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류지현 KBS N스포츠 해설위원. KBS N스포츠 화면 캡쳐.



사실, 고우석은 2023년 부상을 안고 시즌을 맞은 끝에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44경기 44이닝을 던졌지만 15세이브를 거두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도 3.68도 마무리로는 불안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날 고우석의 대한 평가는 2022년 이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류 위원은 그해 근거리서 지켜본 고우석의 성장 과정을 배경으로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이라면 고우석이 구종 다양화와 제구 안정화를 이루며 KBO리그에서는 극강의 경기력을 보였던 시즌. 샌디에이고의 물음에 대한 답으로 긍정적 메시지가 담길 수밖에 없었다.

이날 통화는, 고우석 평가 내용을 최종 정리하는 ‘파이널 콜’이 됐는지 모른다. 샌디에이고 관계자 중 한국 야구를 잘 아는 박찬호 어드바이저와 스승과 제자로 오랜 시간 고우석과 함께한 류지현 위원의 실증적인 대화 내용이라면 샌디에이고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만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샌디에이고는 당초 LG가 짐작했던 수준보다 나은 조건을 고우석에게 제시했다.

샌디에이고의 계산대로 고우석이 올해 샌디에이고의 불펜 승리조로 7회 정도를 맡을 수 있다면 굉장히 성공적인 출발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 7~8회를 무난히 막는 경기력을 보인다면 과거 세인트루이스에서 뛴 오승환이 그랬듯 적정 시점에 마무리로 올라설 기회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불펜 및 마무리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다. 필승 마무리이던 조시 헤이더가 FA(자유계약선수)로 팀을 떠나게 되면서 마무리부터 승리조까지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기존 투수 가운데 마무리 후보인 로베르토 수아레스와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좌완 마무리로 지난해 39세이브를 기록한 마쓰이 유키와 함께 고우석이 뒷문 주요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성패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고우석이 자기 것을 하나씩 만들어가던 2022년 경기력을 기본으로 되찾으며 경험과 세기를 얻는다면 탄탄대로도 기대된다. 일찌감치 150㎞ 중반대 불같은 강속구가 주무기이던 고우석은 2022년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등 구종 다양화를 이루며 완성형에 가까운 마무리로 올라서던 중이었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6에 피안타율도 0.173으로 압도적이었다. 그해를 기점으로 고우석은 패스트볼 일변도 이미지도 털어냈다.

고우석은 LG 잔류와 미국행 중 한쪽으로 크게 치우침 없는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전망도 다르던 고우석의 진로는 미국행으로 결정됐다. 고우석에게는 야구 인생의 운명 같은 일. 그 과정에는 그저 가벼워 보이지 않는 전화 한통도 있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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