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범죄도시3'도 잘 됐는데…"한국도 흉흉" 무슨 일 [김소연의 엔터비즈]
해외도, 국내도 연초부터 구조조정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인원을 감축하고, 조직을 개편하면서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연초부터 내비치고 있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와 MGM 스튜디오 부서를 총괄하는 책임자 마이크 홉킨스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검토 결과 특정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한편,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콘텐츠와 제품 선점에 집중해 투자를 늘릴 기회를 확인했다"며 "프라임 비디오와 아마존 MGM 스튜디오 조직에서 수백 개의 직책을 없애게 될 것"이라면서 인원 감축을 공지했다. 아마존의 또 다른 자회사인 생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의 댄 클랜시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날 직원들에게 직접 500명이 넘는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이 영화, TV, 스트리밍 플랫폼 부문에서 전체 직원의 35%가량을 줄이는 대규모 감원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마존에 앞서 월트 디즈니가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포함해 총 7000명을 감축했고,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2022년 1000명을 감축했다.
대규모 감원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곳곳에서 포착됐다. 코로나19 기간에 극장을 기반으로 한 영화 사업은 위축됐지만, OTT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며 제작사 등은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엔 '역대급 한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반전됐다. 주가 역시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연초 대비 30~50% 하락했다. 요금을 인상하고, 제작 편수를 줄이고, 인수 합병까지 논의하는 와중에 인원 감축까지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
"영화 정리 안 합니다" 해명에도…여전히 '시끌' CJ ENM
CJ ENM에서 인원 감축, 대규모 구조조정이 언급되기 시작한 건 2022년 10월 구창근 대표가 부임하기 시작하면서다. 이와 더불어 CJ ENM의 사업 주축 중 하나인 영화 부문에서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이렇다 할 흥행작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영화 투자 배급을 접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CJ ENM은 코로나19 전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 배급사로 군림했고, 아카데미까지 접수한 영화 '기생충' 등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영화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도 CJ ENM을 통해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하지만 지난해 텐트폴 작품이었던 '더문'이 관객 100만명도 모으지 못하며 '폭망'이라는 혹평을 들었을 뿐 아니라 지난해 배급 영화 중 500만명을 넘긴 작품도 전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J ENM이 영화 사업을 접는다는 소문에 구 대표까지 나서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올해까지 이렇다 할 작품의 투자 계획이 전해지지 않으면서 위기설은 여전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CJ ENM 측이 이전에 제작한 영화들을 개봉시킨 후 손을 털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범죄도시3'도, '서울의 봄'도 잘 됐는데…
'범죄도시3'와 '서울의 봄'까지 연이어 1000만 영화를 선보이며 단숨에 투자배급사로서 존재감을 키운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의 사정도 흉흉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엔 직원들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복지 포인트까지 줄이면서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메가박스는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 JTBC와 함께 중앙그룹에 속해있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JTBC와 메가박스를 언급하며 "경영 여건의 극심한 변화 속에 안타깝게도 두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했다"며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헌신해온 임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아픔이 있었다. 떠난 분들과 남은 분들 모두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투자배급사에서조차 구조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러다 정말 다 망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SBS 태영도 '흔들'…티빙·웨이브, 합병도
영화계뿐 아니라 방송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에는 대규모 합병, 매각, 추가 구조조정 등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하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목을 끄는 부분은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이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가 설립에 참여했지만,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모두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평을 받았지만, 이들이 빠지게 되면 강점을 잃게 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다만 케이블과 종편, 네이버까지 연계된 티빙이 웨이브와 손잡을 경우 국내 OTT 산업에 지각변동이 오리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시청률 20%를 넘긴 '모범택시'를 비롯해 고른 시청률을 자랑했던 SBS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태영건설 측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족할 경우 지주회사인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악의 경우 SBS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러다 미디어 사업이 다 죽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형 자본이 투입된 콘텐츠들도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제작 환경은 더욱 빡빡해지고 있다"며 "흥행 콘텐츠를 제작한 사람들도 차기작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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