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양안 긴장 지속…'자유진영' 한국, 대만문제 공조부담 커지나

김효정 2024. 1. 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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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문제 국제화' 라이칭더 당선에 자유진영 결속 압박도 늘어날 듯
대만 차기 총통에 당선된 집권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 [대만 중앙통신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 결과는 한반도가 놓인 동아시아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친미 노선의 강경 독립파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과 미중 갈등이 증폭되면 한국의 외교적 환경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승리로 집권을 이어가게 된 민진당은 양안 대화 재개를 강조하는 국민당과 달리 대만 문제의 '국제화', 미국 및 서방 국가들과 관계 강화 등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세계적으로 권위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대결이 격화하는 가운데 민진당은 자신들이 중국의 위협에 맞선 자유 진영의 '최전선'이라는 점을 부각해왔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올해) 첫 번째 선거에서 대만이 민주진영의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며 "중화민국(대만)이 계속해서 국제 민주주의 동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현 총통은 2021년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이에 도전하는 권위주의 세력 간 국제경쟁의 최전선에 위치한 대만은 글로벌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도 미중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대만 문제를 일정 부분 대(對)중국 견제와 자유 진영 결속을 위한 지렛대로 삼아온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다양한 안보·경제적 강압 수단으로 대만을 압박해 왔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대만 봉쇄 수준의 대대적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미중 갈등 '핫스폿'이 된 대만 문제를 둘러싼 대립구도는 민진당 집권 연장과 함께 지속될 공산이 크다. 특히 라이 당선인 취임식을 앞두고 중국이 대규모 무력시위 등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도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조해 대만 문제에 대해 더욱 선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외교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한중관계에선 불안정 요인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국이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며 중국을 겨냥해 대만해협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내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한중관계를 둘러싼 양국 간 줄다리기 과정에서도 대만 관련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느냐가 사실상 핵심적 쟁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미국의 동맹이자 자유진영 일원으로서 필요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한중관계를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한국의 외교적 과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해상 운송량의 3분의 1가량이 대만해협 및 그 주변 해상교통로를 통과하고 대만해협 유사시 한반도에도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 지역의 안정은 한국 안보와도 직결돼 있다.

아울러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간의 협력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비교적 원론적이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한중관계를 고려해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은 확고하다는 점을 에둘러 재확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대만 문제가 이미 구조적으로 미중 갈등의 틀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민진당이 아니라 국민당이 당선됐더라도 미중 대립 구도는 계속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국민당이 당선됐다면 중국이 안정적인 양안 관계를 이용해 오히려 자연스럽게 군비 증강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의 주도권 경쟁이 있기 때문에 국민당이 되더라도 평화 분위기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핵심적 변수는 결국 미중이 역내 주도권 경쟁을 벌이면서도 얼마나 대만해협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라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만 대선 하루 전인 12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차기 중국 외교부장설이 있는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회동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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