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맛 줄세워 봤습니다”…닭·오리·돼지·소·말, 천하제일 별미는 [푸디人]
드디어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문화는 시간이 흐르면 바뀌기 마련이다. 음식도 문화의 일종인 만큼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그 명맥이 끊기게 된다. 최근 동물 복지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어 앞으로 인간이 음식으로 식탁 위에 올릴 수 있는 고기 종류는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어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점점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지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말고기를 소개해볼까 한다.
1980년대부터 제주에서는 말고기가 향토음식으로 알려지고, 제주특별자치도에서도 말산업 육성차원에서 말고기 생산을 위해 인증제도 도입, 전문 비육마 생산목장 설치, 말고기 냉장유통 시스템 구축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육지에서 말고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게 현실이다. 아마 평생 한번 먹어볼까말까할 정도다. 제주도도 여러 번 들락날락 했지만 말고기를 먹을 기회는 안타깝게도 없었다.
그러다가 일본 내 말고기 소비량의 50%를 차지하는 일본 구마모토현에 방문해 말고기를 처음 영접했다.
구마모토현 주요 상점가 거리에는 ‘馬’가 간판에 쓰여 있는 음식점들이 눈에 종종 들어온다. 구마모토 3박4일 일정 동안 의도치 않게 말고기가 4끼나 나왔는데 말고기가 진짜 흔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여행객에게 땡처리를 하려한 것인지는 의심쩍긴 하다.
첫 말고기 식사는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구마모토현이 말고기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말고기 전문점이 아닌 포장마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말고기는 돈을 제대로 주고 먹어야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많이 먹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맛만 보기로 한 것이다.
먼저 얇게 저민듯 나온 말 육회를 입속에 넣었다. 기름이 거의 없는 차돌박이 같은 형태의 말 육회는 너무 얇아서 그런지 아무런 고기 향과 맛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고기 자체는 질기지 않고 입에 녹는 듯 부드러웠다.
두 번째 말고기 식사는 의도치 않게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 구마모토와 가까운 쿠로가와 온천에 있는 한 료칸에서 저녁을 먹는데 말 육회가 나왔다. 첫 육회보다는 다소 두꺼운 편이었지만 크기는 작았다. 맛이나 풍미도 첫 육회처럼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았고, 스끼야끼로 먹은 소, 돼지, 닭에 비해 말고기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신세였다.
말고기 구이는 잡내가 없고 소고기만큼 기름진 느낌도 있어 아주 익숙하면서도 맛있었다. 육회보다는 구이로 먹어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굳이 7가지를 순위로 따지자면 익숙한 닭, 오리, 돼지가 하위권을 차지했다. 아까규와 로스트비프는 큰 감흥이 없어 중위권이었고 가장 별미는 말고기와 우설이었다.
1인분에 2400엔, 우리 돈으로 약 2만2000원 정도이니 한번쯤은 먹고 인스타에 올릴만한 아이템이지 않나 싶다.
말고기 초밥은 참치살을 올려놓은 듯한 비주얼인데 맛은 참치살보다 덜 기름졌다. 육향이 느껴지지 않아 말고기인지 아닌지 구분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고로케는 말고기에서 약간 꿉꿉한 냄새가 나서 ‘싼 것이 비지떡’이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말고기 산업이 우리보다 발달한 일본에서는 비용문제로 인해 직접 비육하기 보다는 수입을 늘리고 있다.
한국농촌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말고기 자급률(생산량/소비량)은 1990년과 2000년대에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3년 55%로 정점을 찍은 후 최근에는 감소하고 있다. 일본은 국내 생산과 수입을 통해 말고기의 소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도축두수 기준으로 일본 말고기 생산 대표지역으로는 구마모토현, 후쿠시마현, 아오모리현, 후쿠오카현 등이 꼽힌다.
일본의 말 도축 수는 2008년 1만5003마리에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8년(9761마리)로 바닥을 찍고2019년 1만297마리로 1만마리대를 회복했다. 다만 2020년 기준으로 돼지(1672만4007마리)와 소(104만3610마리)에 비하면 말(1만291마리)은 그야말로 별미 수준이다.
제주도에는 말고기 음식점이 40여곳이 있으나 육지에서는 식당을 찾기 어려워 말고기 대중화는 아직 요원하다.
작년 10월에는 제주도가 말고기를 제주 대표 음식으로 육성하기 위해 생산, 가공, 유통, 홍보, 소비 분야 전문가 10명 내외로 마육산업 전담팀을 구성하고 말고기 소비 대중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경주용 퇴역마가 말고기로 유통되는 것을 차단해야 하고, 고품질 마육의 유통을 위해 비육마의 적정비육기간 설정, 소고기처럼 등급 판정을 받는 말의 비율 향상 등 말고기 대중화를 위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고기에 대한 대국민 인식 전환이 없는 한 말고기는 개고기처럼 역사 속의 음식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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