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철수하는 한화큐셀, 미국선 부동 1위 굳히기[ESG워치]
MS, 탄소 넷제로 넘어 네거티브 전략
국내 태양광 전세계 유일 역성장
시장보호정책 폐기로 중국산 저가 공세 가속화
줄줄이 파산…국내 태양광 산업 고사 위기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화큐셀이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태양광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북미 태양광 모듈 부동의 1위 자리를 수성하게 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업계 1위 기업이 생산 시설 철수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는 심각한 수준의 산업 생태계 파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미 공장의 모듈 생산능력은 2024년 카터스빌(Cartersville) 공장이 완공되면 3.3GW가 추가돼 기존 조지아주 달튼(Dalton) 공장까지 총 8.4GW로 확대된다. 한화큐셀 글로벌 모듈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나온다.
한화큐셀은 북미 최대의 실리콘계 모듈 제조 능력을 보유한 기업이자 북미 태양광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이어갈 전망이다.
MS는 이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지만 전세계 데이터센터 확장과 엑스박스(Xbox) 판매율 증가 등으로 공급망 전체 탄소배출량(Scope3)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직간접(Scope1·2) 탄소배출량은 2022년 기준 전년 대비 22.7% 줄었다. 하지만 배출량의 96%를 차지하는 스콥3 배출량은 0.5% 증가했다. RE100은 스콥 1·2 기준으로 MS는 보다 공격적인 탄소 감축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MS는 탄소 넷제로(순배출 제로)를 넘어 2030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전략을 공약한 바 있다. 지금까지 배출한 탄소와 대기 중 더 많은 탄소까지 제거하겠단 의미다. MS는 ‘2022 환경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이 전략 실행을 위해 재생에너지,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구매, 운영 개선 등을 꼽고 있다.
MS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접근 방식이 회사 내부를 넘어 고객의 지속 가능성 요구 사항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제시하면서 기술기업으로 전 세계 배출량을 줄이거나 없애는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MS를 비롯해 구글 등 이미 RE100을 달성한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감축을 위한 목표를 상향하면서 추가적인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동화 가속화에 따른 태양광 설비 수요는 향후 미국 내에서만 2024년 36GW, 2025년 39.5GW, 2026년 40GW, 2027년 42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우드맥킨지·Wood Mackenzie).
한화큐셀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8년간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 체결에 모듈을 공급하는 것과 더불어 설계와 조달, 시공까지 담당한다. 12기가와트(GW) 규모다. 이는 당초 계약 규모 2.5GW의 약 5배다.
한국선 태양광 만들어도 안팔린다…대기업도 두손
반면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음성 공장을 철수하면서 국내 모듈 생산 능력이 6.2GW에서 2.7GW로 56% 축소된다. 이에 앞서 음성·진천 생산직 근로자 18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하고 있다.
한화큐셀의 철수 배경은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태양광 발전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중국산의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면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양광 발전 신규 설치 규모는 413GW로 당초 전망치 320~340GW를 크게 웃돈 것은 물론 1년 전 243GW 대비로도 2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한국은 2023년 오히려 역행해 전년 3GW 대비 감소한 2.5~2.7GW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생산을 중단한 음성공장은 매각 등 구체적 운영 계획은 없는 상태다. 추후 국내 시장의 성장성이 불투명해 대규모 인력을 구조조정한 상황에서 재가동에 대한 기대는 낮아 보인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OECD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설비가 줄어든 국가”라며 “사정당국과 금융당국을 비롯한 전방위 감사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면서 금융상품이 사라져 자금조달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라는 설명이다.
이에 태양광 업계는 국내에서 중국산 저가 상품 공세가 확대할 것으로 보고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과 달리 태양광에 대한 산업정책은 전무해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그나마 시장 보호정책도 줄줄이 사라져 앞으로 중국산 공세에 국내 업체들은 거의 버티기 힘들게 됐다”고 전했다. 이미 태양광 업체는 파산과 법정관리, 인력 구조조정 등이 진행되면서 40~50%가 사라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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