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겨냥 군사훈련 임박?…라이칭더 당선에 양안 격랑 속으로[딥포커스]

김예슬 기자 정윤영 기자 정은지 특파원 2024. 1. 1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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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당선에 中 "민진당이 대만의 주류 민심 대표하지 못해"
"베이징의 구두 위협, 대만 수출품 표적 제재, 군사 훈련 등 예상"
13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집권 민진당 소속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왼쪽)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4.01.13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서울·타이베이·베이징=뉴스1) 김예슬 정윤영 기자 정은지 특파원 = '대만 통일'이 숙원인 중국의 잇단 군사적, 경제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만인들은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을 또 선택했다. 대만의 총통 선거를 10여 일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사를 통해 "대만과 중국 간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했지만 민심을 돌리지는 못했다.

13일 치러진 대만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라이칭더(64) 후보가 당선됐다. 민진당은 전례 없는 3연임 기록을 세우게 됐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확정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승리를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대중 견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 편에 설 것"이라며 "계속해서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나란히 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만해협에서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대립 대신 대화를 선택할 것이며, 중국의 위협과 협박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하기로 결심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천빈화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번 대만 선거 결과를 통해 민진당이 대만의 주류 민심을 대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이 결국 통일되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대세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벼랑 끝 전술'과 압박이 지속되고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13일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집권 민진당 당사 앞 대형 디스플레이 총통 선거 개표 결과가 나오고 있다. 2024.01.13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주쑹링 베이징연합대학 대만연구원 소장은 NYT에 "라이칭더는 충동적이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물"이라며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이칭더 후보는 과거 자신을 "대만 독립을 위한 실용주의적 노동자"라 소개해 중국을 격분하게 했고 미국엔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엔 중국과 "현상 유지"를 원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쑹링 소장은 대만 문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견해는 분명하다며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우 위험하기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SG)의 중국 분석가인 아만다 샤오는 선거 전에 "라이가 승리하면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정치적 실체에 속한다거나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하나의 중국'에 속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 총통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에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지속되고 중동에선 확전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오는 11월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관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읽힌다.

9일(현지시간) 대만 핑둥 훈련장에서 중국의 포위 군사훈련에 맞서 155㎜ 곡사포가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22.08.0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렇지만 대만과 미국의 교류와 접촉, 중국의 정세 판단 등에 따라 향후 수년 간 양안을 둘러싼 긴장은 언제든 고조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장, 미국 정부는 대만 선거 이후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중국을 자극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한 전직 관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민감한 시점에 미국의 목표는 중국과 대만 모두에 자제를 권장하는 것"이라며 "고위급 사단 파견은 대만에 대한 '적극적 포옹'으로, 중국의 과잉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오 분석가는 "(양안 갈등에서 촉발되는) 사태가 얼마나 악화될지는 중국의 계산법에 달려있다"면서 "선거일부터 (5월 20일 총통) 취임식까지 미국와 중국, 대만 간 주고받는 신호와 상호작용을 반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성웬티 중국 연구원은 홈페이지 기고문에서 민진당이 미-대만 관계를 중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면서 이로 인해 "베이징의 수사적 위협, 대만 수출품에 대한 보다 표적화된 경제 제재, 군사 훈련 등을 통한 위협"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모든 가능성 있는 행동들은 선거 결과에 대한 중국의 불쾌감을 보여주는 것인 동시에 향후 중국과 라이칭더 행정부 간 상호관계 구축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진단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트란 헝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해상 봉쇄의 첫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기와 관련해선 "지금과 오는 5월 20일 총통 취임식 사이에 당선인이 발표하는 정책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향후 4년 간의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조지타운 대학의 아시아 전문가인 에반 메데이로스 교수는 "앞으로 4년은 미중 및 양안 관계가 결코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3연임인 시주석이 4연임한다고 가정하면 집권 시기는 2032년까지다. 라이칭더가 2000년 이후 역대 총통과 마찬가지로 2기를 맡게 된다면 임기 종료는 같은 2032년이다. 시진핑 정부는 민진당 정권이 유지되는 한 통일을 위한 길조차 마련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초조해할 수 있다.

대만 총통에 당선된 라이칭더 후보가 13일 (현지시간) 타이베이 당사에 러닝 메이트와 도착을 하고 있다. 2024.1.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라이칭더 정부가 내부적 요인으로 중국과 분명한 각을 세우는 정책 추진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동시에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 결과 민진당은 51석을 확보, 현 의석수(62석)에서 11석을 잃어 다수당 지위를 내려놓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야당은 라이칭더가 '대만의 공식적 독립을 지지하는 위험한 인물이다' 혹은 '그는 중국의 위협을 과도하게 과장해왔다'는 식으로 그를 줄곧 비판해 왔기 때문에 민진당에 협조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라이칭더의 정책 추진은 힘을 받지 못하게 될 공산이 크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 일부 야당 혹은 비민진당 인사를 각료에 임명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게된다.

야당의 비협조로 법안 통과가 늦춰지거나 무산되면, 대만이 국방력을 강화하고, 잠수함과 전투기 등 신무기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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