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당선에 미중갈등 커지나…정부, 국익 고려 '신중 접근'

허고운 기자 2024. 1. 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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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하며 '하나의 중국' 존중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타이베이 민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2024.1.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친미·독립 노선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對) 중국 외교 기조가 주목된다. 정부는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협력 관계 강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현지시간 13일 치러진 총통 선거 결과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제1야당 허우유이, 제2야당 커윈저 후보를 누르고 차이잉원의 총통직을 이어받게 됐다.

이번 선거는 '미중 대리전'으로 평가됐다.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대만이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대만과 중국 간 갈등 또한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은 이번 선거에 앞서 라이칭더가 당선될 경우 대만해협에서 전쟁 위협이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라이칭더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라이칭더 정부가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할 확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 그로 인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앞으로 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할 우리나라엔 중국이 견제구를 날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라이칭더는 선거 직전 우리나라와의 관계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었다.

중국은 당장 14일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번 대만 선거 결과를 통해 민진당이 대만의 주류 민심을 대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선 라이칭더가 당선됐으나,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선 민진당이 113석 중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국익을 강화하는 접근법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 또한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과 공동 이익을 바탕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현지시간)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러닝 메이트 샤오비킴과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4.1.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대만 총통 선거 결과와 관련 "정부의 대만 관련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고 양안(중국-대만)관계가 평화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또 "앞으로도 대만과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가 한일중 정상회의의 '조속한 개최'를 바라는 것도 중국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다. 한일중 정상회의는 2008년 시작한 이래 '일본→한국→중국' 순으로 의장국을 맡아 2019년 12월 중국 청두(成都) 회의까지 총 8차례 열렸다. 이번 의장국은 한국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2일 출입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한중관계에서 봉착하고 있는 여러 문제는 지정학적 환경, 미중 전략경쟁에서 오는 파장, 공급망 교란 등이 크게 작용한다"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서로 입장 조율이 안 되면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서도 "중국과도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만들어가겠다"라며 "관계 발전의 속도와 규모보다는 신뢰 증진에 초점을 맞춰 미래를 향한 실질 협력 사업을 확실히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며, 양안관계의 일방적인 상태 변경에 반대하고 대만의 평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일본과 영국, 유럽연합(EU)은 이번 대만 총통 선거가 갖는 민주적 의의를 짚으며 양안 관계의 평화와 안정을 당부했다. 영국과 EU는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를 우려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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