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환수율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대면거래 증가·금리 상승 영향
지난해 5만원권 환수율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대면거래가 증가했고,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현금을 은행 예·적금 등에 맡긴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14일 5만원권 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인 환수율이 지난해 67.1%로 2018년(67.4%)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20년 24.2%, 2021년 17.4%까지 하락했다가 2022년에 56.5%로 높아졌고 지난해는 역대 가장 높았던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환수액은 2020년 6조1000억원, 2021년 4조1000억원에서 2022년 11조3000억원, 지난해 14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발행액은 25조2000억원, 23조8000억원, 20조1000억원, 21조1000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한은은 5만원권 환수율이 높아진 이유를 코로나19 기간 중 줄어든 대면 상거래가 2022년부터 회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음식숙박업, 운수업, 여가서비스업 등 현금매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화폐유통이 정상화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21년 하반기 이후 이어지고 있는 시중금리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예금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015~2019년에 평균 1.78%에서 2020~2021년 1.18%까지 떨어졌다가 2022~2023년에는 3.45%로 올랐다.
현금을 예비용이나 가치저장 목적으로 보유했을 때의 기회비용이 커지면서 코로나19 기간에 대규모로 순발행된 자금이 환수된 것으로 뵌다.
미국이나 유럽연합도 최근 고액권 환수율이 높아졌다. 100달러권 환수율은 2020년 75.7%에서 2022년 105.6%로, 100·200·500유로권은 같은 기간 51.0%에서 81.3%로 각각 상승했다.
한은은 향후 5만원권 환수율이 단기적으로는 시장금리에 영향을 받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현금지급수단 확산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15년 안팎인 지폐 수명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5만원권은 15년 전인 2009년 6월에 처음 발행됐다. 당시 발행된 지폐 중 손상권이 늘어나 환수액이 증가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금리의 변동성 확대로 인한 민간 화폐수요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을 모니터링해 국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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