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아저씨’ 떴다…의사 출신으로 젊은층과 소통, 선거 3위 ‘돌풍’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1. 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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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한 민중당 커원저(65) 후보는 두 번째 대선 도전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커원저는 2020년 대선 당시 민진당 차이잉원(현 총통)·국민당 한궈위 후보에 지지율이 밀리자 9월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과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 틈바구니에서도 정치적 양극화와 팍팍한 경제·사회 현실에 불만을 가진 대만 청년층 지지를 받은 게 '커원저의 힘'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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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대만대 의대 출신 외과의사 커원저
수도 타이베이 시장 2연임하고 대선 출마
SNS 쓰며 젊은층 어필···민생 강조해 인기
아저씨·삼촌 의미의 ‘아베이(阿伯)’로 불러
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서 큰 화제를 모은 민중당 커원저 후보. 대만 MZ들은 60대의 커원저 후보를 아저씨, 삼촌으로 부른다. [사진출처=연합뉴스]
13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3위를 기록한 민중당 커원저(65) 후보는 두 번째 대선 도전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수십년 간 이어져온 ‘국민-민진당 양당 구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선거에서 가장 존재감이 두드러진 후보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1959년생으로 북부 도시 신주(新竹) 태생인 커원저는 대만 최고 명문 대만대 의대를 졸업한 뒤 모교에서 교수를 지냈다. 그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복역 중이던 천수이볜 전 총통의 치료를 맡을 정도로 인정받는 외과의사였다.

정치에 입문한 것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서다. 당시 민주진보당(민진당)과 대련당 등 야당들의 지지를 얻어 타이베이시장 야권 단일후보로 선거에 뛰어들었다. ‘무소속’ 커원저는 민진당 지원 속에 국민당 거물 롄잔 명예주석의 아들인 롄성원에 압승을 거둔다.

이후 타이베이 시장 재선까지 성공하면서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2019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그해 8월에는 민중당을 창당해 주석을 맡았다.

명문대 출신 의사라는 경력에 야권 성향이면서도 기성 정당들과 다른 정치를 표방한다는 점 등이 겹치면서 대만 일각에선 커원저의 등장을 과거 한국의 ‘안철수 현상’에 빗대는 시각도 있었다.

커원저는 2020년 대선 당시 민진당 차이잉원(현 총통)·국민당 한궈위 후보에 지지율이 밀리자 9월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했다.

그러나 민중당은 2020년 1월 대만 대선과 함께 열린 입법위원 선거(총선)에서 비례대표 5석을 얻으며 일약 제2야당이 됐다.

올해 대선에서 커원저는 레이스 막판까지 20% 안팎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였고, 작년 8∼11월에는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부와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11월에는 3위였음에도 선두인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31.5%)를 4.8%포인트 차까지 따라잡기도 했다.

중화권 매체들은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과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 틈바구니에서도 정치적 양극화와 팍팍한 경제·사회 현실에 불만을 가진 대만 청년층 지지를 받은 게 ‘커원저의 힘’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커 후보는 60대 나이에도 소셜미디어(SNS)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가볍고 유머러스한 어투로 낮은 임금, 높은 집세와 씨름하는 대만 젊은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이러자 커원저를 ‘아베이’(阿伯·‘아저씨’나 ‘삼촌’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라 부르는 팬층도 형성됐다.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커원저가 당선 안돼도 좋다. 실용적 공약을 내건 그를 응원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미중 대리전’으로 규정된 이번 선거에서도 고(高)물가와 성장 둔화 같은 ‘먹고사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차별화를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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