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겐 황성훈 "DK에 울었던 작년, 올해는 함께 웃고 싶다"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디플러스 기아 '킹겐' 황성훈 인터뷰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라는 말이 있다. 작년에 디플러스 기아에게 중요한 순간에 패배해 많이 울었었는데 올해는 디플 기아 소속으로 좋은 성적을 내면 재밌을 것 같았다"
2024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디플러스 기아 탑라이너 '킹겐' 황성훈은 디플 기아에 합류한 이유에 대해 위와 같이 설명했다. 이어 그는 "디플 기아와 함께 하면 올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합류했다"라며 "'칸' 김동하, '너구리' 장하권 등 전설적인 탑 라이너들이 있었던 팀인 만큼 그 계보를 이어가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황성훈은 프로게이머로서 최종 목표는 "오래오래 하는 것"이라며 "프로로서 기량을 유지하면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시즌을 앞두고 디플 기아에 합류해서 좋은 에너지를 느꼈다"라며 "팬분들께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2023 시즌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성적은 기대한 만큼 나오진 않았지만 한 해 동안 재밌게 한 거 같다. 성적은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불만족스럽진 않았다. 예를 들어 한화생명의 경우 캠프원 안에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또한 식사 같은 것도 잘 챙겨 주셔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고 했는데 작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꼽자면 언제인가?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LCK 지역대표) 선발전 마지막 경기에서 졌을 때가 가장 아쉬웠다. 한 해가 끝나는 경기였기 때문에 선발전이 제일 아쉬웠다.
이야기한 대로 선발전에서 탈락한 순간이 당시 팬들에게도 가장 아쉬웠을 것 같다. 당시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사실 처음에는 좀 믿기지가 않았다. 이후에는 역시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기적 인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 (한화생명이) 강 팀 판독기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소위 서부권 팀이라고 불리는 팀들에게 여러 번 패배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발전은 그런 과정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돌이켜보면 이기길 바라는 게 배부른 소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전에 더 잘해서 경기력을 끌고 갔어야 저희가 지더라도 아쉬운 거지. (당시에는) 이길만한 경기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탈락했다고 생각한다.
아픈 질문이지만 당시 한화생명이 유독 서부권 팀에 약했던 이유는 뭐였다고 생각하나?
일단 다른 팀에 비해서 제가 느끼기에는 저희 플레이에 조직성이 그들보다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강 팀이면 강 팀일수록 그런 부분이 도드라지는 법인데 그런 점에서 저희가 밀렸던 거 같다. 물론 중간에 불미스러운 사건도 있긴 했지만 그게 전부 라곤 생각하지 않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겹쳐서 (서부권 상대로 패배하는 징크스를) 깨지 못한 게 아니었나 싶다.
반대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꼽자면?
2023 스프링 플레이오프에서 디플러스 기아를 상대로 이긴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2023년 기준 가장 높이 올라간 거여서 그때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더 높이 가고 싶었지만 못 갔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또 스프링 정규리그에서 T1의 전승 행진을 막았을 때도 기뻤다.
2022년에는 상대적 약 팀으로 평가받던 DRX에서 선발전부터 ‘미라클 런’에 성공하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까지 차지했다. 반면 2023에는 ‘슈퍼팀’이라고 불리던 한화생명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뒀는데 2022년과 2023년에 어떤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2022년에는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와 같이 생활하면서 외식도 하고 개인적인 대화도 많이 나눴다. 유대관계를 넘어서 팀적으로 좋게 영향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많았다. 반면 2023년에는 뭔가 선수들끼리 개인 플레이를 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 부분도 이유가 없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팀적으로 위치 자체도 좀 달라서 아무래도 기대를 받는 입장이니까 부담 아닌 부담 같은 것도 있었다. 스프링 초기에는 겸손한 자세가 아니었던 것도 영향이 있었다. 저희가 좀 배운다는 마인드로 잘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2022년에는 저희가 정말 겸손한 위치였다 보니까 (웃음) 그런 자세로 임하기 좋은 상황이기도 했었다.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서머가 끝나고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드컵 등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특히 롤드컵은 작년엔 우승까지 경험했던 만큼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포지션이 탑이다 보니 ‘제우스’ 최우제 선수를 제일 유심히 봤다. 첫 번째로 든 생각은 04년생인데 LCK에서도 잘하고 아시안 게임 금메달도 따고 롤드컵 우승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나이지만 사람 자체가 대범하다고 느꼈다. 타고난 기질적인 부분은 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서 자극을 받는 것 같다
그다음으로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게 눈이 갔다. 페이커 선수도 어떻게 보면 과거에는 선수들이 25-26세만 돼도 은퇴하는 시기도 있었는데 지금까지 ‘리빙 레전드’로 잘 하고 있는 게 멋있었다. 나도 진짜 저 선수처럼 오래오래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는 좋은 영감을 받았다.
제우스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본인이 지난 2022 롤드컵에선 상대적 우위를 보이며 파이널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선 “킹겐은 제우스의 인간 상성”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 자신 있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최우제 선수의 강점은 남들이 하지 못하는 크랙 플레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요네를 쓸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요네라는 챔피언을) 다른 탑들보다 유독 잘한다. 하지만 (나도) 스스로가 잘 정립해 놓은 (챔피언) 구도 안에서는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아마 어떤 선수라도 똑같은 마인드일 것이다. 남들보다 앞서갈수 있는 부분을 증명하는 게 선수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스토브리그 이야기를 해보자. 2024 시즌을 앞두고 한화생명e스포츠를 떠나 디플러스 기아에 합류했다. DK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 가지 이유만으로 고른 건 아니다. 가장 중요했던 건 경쟁력이다. LCK에서 계속 뛴다는 가정하에 디플 기아가 가장 경쟁력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강한 팀도 많지만 상황적으로 조합해 봤을 때 (내가 합류했을 경우)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작년에 한화생명에 소속됐을 때 디플 기아에게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해 많이 울었다. (웃음) 그런 슬픈 기억이 있지만 오늘의 적은 내일의 아군이란 말이 있듯이 그림이 재밌을 거 같았다. 또 '칸' 김동하, '너구리' 장하권 등 탑 포지션 레전드 선수들이 디플 기아에 머물다 간만큼 책임감 있게 해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도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했는데 올해 디플 기아 로스터의 색깔은 무엇인가?
(선수들 간의) 밸런스가 굉장히 잘 맞다고 생각한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롤도 선수들만의 다른 색이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우선 바텀 라인전이 강하고 '루시드' 최용혁도 굉장히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기 때문에 바텀 교전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쇼메이커' 허수가 받쳐주는 플레이를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잘한다. 그런 부분도 (신인인) 최용혁이 활약하기에 균형이 잘 맞는 성향이라고 본다. 저를 뺀 4명만 보더라도 굉장히 밸런스가 잘 맞고 저도 팀색깔에 맞출 자신 있기 때문에 안정감 있는 팀이 될 것 같다.
팀 로스터가 꾸려진 이후 다 함께 알아가는 워크숍을 다녀온 것으로 안다. 현재 가장 친해진 선수는 누구인가?
다 친해졌는데 굳이 한 명을 꼽자면 허수랑 가장 친해진 것 같다. 허수도 술을 굉장히 좋아하더라. 함께 술도 마셨는데 거의 끝까지 남아서 마셨다. 마지막까지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인간적인 면모도 많이 봤다. 서로 선수 생활하면서 겪은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
스프링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연습 경기를 진행하고 있을 텐데, 팀합은 잘 맞는지 궁금하다.
사실 (2024 스프링부터 적용되는) 대격변 패치 때문에 정갈하게 플레이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아마 저희 팀뿐만 아니라 모든 팀이 (일단)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방식으로 자유롭게 플레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재 팀합을 논하기에는 아직 모르는 정보가 많다. 정립된 구도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느낌으로 봤을 때 굉장히 다들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야기한 대로 2024 시즌을 앞두고 대격변 패치로 오브젝트, 맵의 동선 등이 크게 변한다. 탑 라이너로서 이번 패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이전에는 맵이 벽 같은 것으로 막혀있어서 (라인전에서) 리스크가 굉장히 적었다. 그래서 정해진 시야를 먹고 낚시만 해도 불리한 입장에서 (게임을 역전하기가) 힘들었다. 바뀐 지금은 맵이 굉장히 넓어졌고 새로운 지형도 많이 생겨서 변수가 많아졌다. 유리한 팀이 굳히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대형 오브젝트인) 바론(내셔 남작)이 강해져서 쉽게 칠 수 없을 것 같다. 또 지형 상으로 상대를 잡아먹는 포지션 만들기가 수월해졌다. 팬분들이 보시기엔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빅게임 헌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비법이 무엇인가?
상대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큰 경기에서 잘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생각을 팬분들이나 선수들이 하는데 저는 사실 정규리그 경기나 큰 경기나 마인드를 다르게 갖지 않는다. 오히려 (다전제로 진행되는) 큰 경기에선 좀 더 코인이 많으니까 하고 싶은 걸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감이 생겨서 좋은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저는)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다른 선수들이 주눅이 들면 그런 차이가 겹쳐서 상대적으로 잘하는 상황이 나오는 것 같다.
새로운 팀에서 맞이한 2024 시즌, 어디까지 올라가는 게 목표인가?
저도 그렇고 팀원들도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다. 거기에 하나를 더 하자면 허수는 내년에 게임을 재밌게 하는 게 목표라고 하더라. 저도 그 이야기에 공감한다. 왜냐면 (게임을) 재밌게 했을 때 성적도 잘 나왔었기 때문이다.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2022년에도 혁규형('데프트' 김혁규)이 입버릇처럼 "재밌게 하자"라고 말했었다. (선수 입장에선) 게임을 재밌게 했는데 성적이 좋으면 또 게임하는 게 재밌어진다. 그런 선순환이 결국 성적과 만족감을 모두 얻게 만들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래서 우선은 (게임을) 재밌게 하는 게 목표고 그렇게 하다 보면 성적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2024 스프링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경계되는 팀을 꼽자면?
T1은 모두가 골랐을 것 같다.(웃음) 개인적으로 한화생명이 굉장히 경계되는 것 같다. 지난 2023년 보다 훨씬 더 잘해질 거라고 확신한다. (이전 소속팀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기고 싶은 것도 있다. 한화생명 미드 라이너 '제카' 김건우와 오랫동안 친했고 같이한 세월이 길어서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갖고 경기에 임할 거 같다.
평소 헬스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디플 기아에 와서 함께 운동을 좀 시키고 싶은 선수가 있는지 궁금하다.
운동에 의지를 가지고 있는 친구는 '루시드' 최용혁이다. 한화생명에 있을 때는 제카가 운동을 하면 잘할 것 같아서 많이 권유했었다. 그런데 용혁이는 현재는 (운동을 하다가) 다칠까 봐 무서워서 강도 높은 건 안 하고 기본적인 것만 함께 하고 있다. 허수는 죽어도 안 한다고 하더라. (웃음) '제파' 이재민 감독님은 운동을 좀 하시는 것 같더라.
다른 선수들에게는 종착지와 같은 롤드컵 우승을 지난 2022년에 이미 해냈다. 앞으로 프로게이머로서 추구하는 최종 목표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
정말 간단하게 말하자면 최대한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거다. 이를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래 하고 싶어도 성적이나 스스로 프로로서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 생활을 길게 하면서 좋은 기억을 많이 가지고 은퇴하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마인드 셋도 잘 해야 할 거 같다.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각오 또는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달라.
한 해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팀 생활을 하면서 팀의 에너지를 많이 느끼는 편이다. 그런 관점에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디플 기아에 와서) 좋은 에너지를 많이 느꼈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부터 "진짜 잘 할거 같다"라는 확신이 든 적이 많이 없는데 내년에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팬분들께서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 또 경기 외적으로도 (팀 내부적으로도) 재밌는 콘텐츠를 많이 준비하고 있다. 팬분들이 웃을 수 있다면 팀원들과 함께 흥미로운 콘텐츠도 열심히 참여하겠다. 2024년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감사합니다.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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