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에 워홀 작품 산다”…돌아온 미술 조각투자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1. 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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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투, ‘달러사인’ 공모 시작
11억원 구사마 야요이 ‘호박’은
16일 투게더아트서 청약나서
시장 유동성 공급할지 주목
현재는 투자계약증권 청약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토큰증권발행 여부에 촉각
소투에서 7억원에 공모된 앤디 워홀 ‘달러 사인’ [소투]
12일 오전 10시 서울옥션블루가 운영하는 소투(Sotwo)에서 앤디 워홀 ‘달러 사인’의 조각 투자 공모가 시작됐다. 작품가 7억원을 최소 10만원 단위로 모집해 이론적으로 최대 6300명이 작품을 나눠 소유할 수 있다.

자사의 선매입 물량은 10%인 700조각이고, 배정은 공모가 끝난 다음날인 19일 확정된다. 증권사의 기업 공모와 비슷한 균등 50%+비례 50% 방식으로 이뤄졌다. 경쟁률이 높아지면 물량의 절반은 균등하게 배분되고, 나머지 절반은 투자금에 비례해 나눠지는 방식이다.

잠정 휴업 중이었던 미술품 조각 투자가 ‘시즌2’를 알리며 돌아왔다. 실물 자산을 쪼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각 투자는 2022년말 금융당국의 제제로 인해 기약없이 모집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다 금융위원회가 작년 12월 13일 신탁수익증권 기초자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제도권 편입이 이뤄졌다. 국내의 조각 투자 4사는 작년말 증권신고서 제출을 거듭하며 ‘재수’ ‘삼수’한 끝에 공모를 재개했다.

금융 당국이 미술 조각상품 1호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를 승인하면서 지난 12월 18일 조각 투자 모집은 재개됐다.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는 열매컴퍼니는 이날 일본 거장 구사마 야요이의 2001년작 ‘호박’을 경쟁률 6.5대 1에 첫날 완판했다. 다만 증거금을 받지 않아 ‘묻지마 청약’이 이뤄지면서 26.5%를 회사가 보유하게 됐다. 케이옥션이 운영하는 투게더아트도 16일 구사마 야요이의 2002년 작 ‘호박’을 11억8200만원에 청약에 나선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단순 분할 소유권을 나눠가지는 데 그치지않고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 청약 방식을 따른다는 점이다. 각사 홈페이지와 앱 등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되, 제휴를 맺은 증권사·은행 등 금융기관에 실명 계좌로 투자금을 예치해야 청약이 이뤄진다. 감정 평가도 외부 기관을 통해 이뤄졌다. 예를 들어 소투의 ‘달러 사인’은 한국미술사가감정협회에서 7억3000만원의 감정가를 받는 등 2곳에서 평가를 받아 공개했다.

과거 1000원에서 10만원으로 단위도 커졌다. 아트앤가이드는 1인 최대 300주(3000만원)로 제한을 뒀고, 타사는 제한이 없다. 자사 배정도 아트앤가이드·소투는 10%, 투게더아트는 5%다. 소투·투게더아트 등은 청약증거금이 100%로 ‘묻지마 청약’은 불가능하다.

각사는 의욕적인 포부를 밝히고 있다. 열매컴퍼니는 “구사마 야요이, 김환기, 이우환 등을 대상으로 올해 300억~500억원 규모의 미술품 기반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투도 “블루칩 작품 위주로 월 1회 공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화로 인해 돈을 떼일 위험이 사라졌지만, 조각 투자에 ‘허들’은 남아있다. 호황기를 온전히 통과한 소투의 경우 현재까지 총 123점을 거래해 단기간에 평균 14.09%의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으며 최고수익은 천경자의 ‘여인의 시’로 211.5%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2년 전과 달리 지금은 시장이 침체기다. 조각 투자는 작품 매각까지는 수년이 걸려도 수익실현은 물론이고, ‘손절’도 할 수 없다. 따라서 조각 투자의 ‘롱런’ 여부는 수익성 확보에 달렸다. 해외 경매 등을 통해 고가의 수수료를 들여 작품을 조달하면 수익을 단기간에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제도화되어 저변이 확대된 조각 투자 재개에 국내 미술시장은 기대를 하고 있다. 수천만~수억원의 작품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어 미술시장에 개미들의 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어서다. 2021년 전성기 시절 국내 조각 투자 총액은 5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커진 바 있다. 작년 국내 경매시장 총액은 약 1535억원이었다.

가장 큰 변수는 자산 소유권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의 정식 시행 여부다. 현재 주식 시장이 ‘공모주 열풍’으로 달아오른 것처럼, 작품의 가치와 상관없이 거래로 인한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고, ‘엑시트’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인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빠르면 올해 시행될 예정이다.

투게더아트가 16일 공모하는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투게더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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