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김정은, 한반도 전쟁 결심한 듯…1950년 6월 이후 가장 위험”

이본영 기자 2024. 1. 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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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해 거친 표현을 쏟아내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밝혔다.

북한 문제 권위자들인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11일 북한 전문 매체 '38 노스' 공동 기고에서 "한반도 상황은 1950년 6월 초 이래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며 한국전쟁 직전 상황과 현재를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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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승리하더라도 의미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초 군수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해 거친 표현을 쏟아내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쟁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밝혔다.

북한 문제 권위자들인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11일 북한 전문 매체 ‘38 노스’ 공동 기고에서 “한반도 상황은 1950년 6월 초 이래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며 한국전쟁 직전 상황과 현재를 빗댔다.

칼린 연구원과 헤커 박사는 “너무 극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면서도 “우리는 김정은은 그의 할아버지가 1950년에 그랬듯 전쟁을 하기로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이 언제, 어떻게 방아쇠를 당길지 모른다”면서도 전쟁의 위험은 미국과 한국 등이 일상적으로 밝혀온 경고를 훨씬 넘어서는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북한 정권이 지난 30년간 추구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접고, 지난해 초 이래 무력 사용을 직접 언급하기 시작한 것을 이런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이래 3대 집권자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완충 수단으로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 1994년 제네바합의를 성사시켰고, 합의 파기 뒤에도 목표를 버리지 않았지만 2018·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실패로 돌아간 뒤 기존 노선을 버렸다는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은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못 이룬 목표를 위신을 걸고 추진하면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에까지 이르렀지만 미국에 크게 무시당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제는 북-미 관계 정상화 노력의 실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아니라 “북한이 그런 목표를 완전히 포기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지형이 얼마나 크게 바뀌었는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전략적 방향 전환”을 결심한 데는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쇠퇴하고 있다는 평가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큰 진전이 없으나 러시아와는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군사 분야 협력 등이 성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점들을 통해 북한은 세계정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시각을 갖게 됐으며 “한국 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법”으로 기울게 됐다는 관측이다.

두 전문가는 이런 맥락 속에 2023년 초 이래 북한 고위급들의 전쟁 준비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조국 통일을 성취하기 위한 혁명전쟁 준비”를 얘기하고, 지난달에는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게 그 예다. 이들은 북한 매체들에 등장하는 ‘전쟁 준비’라는 주제는 기존의 허세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북한 정권이 전쟁을 개시하면 한국과 미국이 자신들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데도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는 반론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 정권으로서는 다른 선택지들이 소진됐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역사는 다른 좋은 선택이 없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가장 위험한 게임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갖기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 한-미는 철통같은 억제력을 강조하는 등 김 위원장이 현상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시도하면서 북한 정권의 완전한 파괴를 공언하지만, 그런 믿음은 치명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북한은 남한 전역과 사실상 일본과 괌의 전부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50~60기를 보유했다면서, 전쟁이 발발하면 “한-미가 승리하더라도 결과는 무의미할 것”이며 “헐벗고 무한한 잔해는 눈이 볼 수 있는 한 끝까지 뻗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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