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나라·손호준이라 보긴 보는데...어쩐지 아슬아슬한 '나의 해피엔드'
[엔터미디어=정덕현] 100만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이자 자수성가한 가구 브랜드의 대표이사 서재원(장나라)은 성공한 인물이다. 게다가 그녀의 옆에는 늘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자상한 남편 허순영(손호준)이 있고, 미대 동기인 절친 권윤진(소이현)도 있다. 또 이 회사의 디자인 총괄팀장으로 서재원을 일적으로도 또 심적으로도 돕는 동료 윤테오(이기택)가 있고, 틈만 나면 반찬까지 챙겨다 주는 계부지만 딸을 향한 사랑이 지극한 아버지 서창석(김홍파)도 있다. 이 정도면 서재원은 성공과 행복을 한 손아귀에 쥔 행운아처럼 보인다.
하지만 TV조선 토일드라마 <나의 해피엔드>는 그런 밑그림이 과연 진짜인지 혹은 그녀의 착각일 뿐이었는지 헷갈리게 만드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자상한 남편인 줄 알았던 허순영이 역시 절친이라 생각했던 권윤진과 바람을 피우는 듯한 상황들을 접하며 혼돈에 빠지고, 세심한 동료로 알았던 윤테오가 오래도록 밤길을 두렵게 만들었던 스토커가 아닌가 하는 일을 겪는다. 또 갑자기 나타난 보험조사관 남태주(박호산)는 서재원 어머니의 죽음이 계부 서창석과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서창석이 어머니가 죽으면 수령하게 되어있는 보험상품을 들었고 죽기 전 어머니가 농약을 세 번이나 마신 사건이 있었다며.
즉 서재원은 모든 걸 다 가진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허상일 수도 있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를 공포에 빠뜨리는 건 다름 아닌 그 의심의 대상이 자신의 현재를 만들어줬다 믿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고생하며 키워주신 아버지, 헌신적으로 외조해주는 남편, 힘든 시기를 겪으며 함께 회사를 성장시킨 동료까지 그들 덕분에 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그 자신을 구성한 것들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나의 해피엔드>는 그래서 서재원이 그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직장까지 찾아와 공격하는 스토커에 의해 목이 졸려 강물로 떨어지기도 하고, 남편이 놓고간 핸드폰에 찍힌 의심스러운 문자 때문에 그 뒤를 따라갔다가 절친인 권윤진과 다정해 보이는 남편을 만나기도 하며, 심지어 어머니의 사망보험금으로 아버지가 구입한 집을 찾아갔다가 거기 남편과 권윤진은 물론이고 딸까지 같이 그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도한다.
이 정도가 되면 자신만 빼놓고 주변 사람들이 모두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심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또한 과거 서재원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이것이 그녀의 망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또한 던져 놓는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가. 그리고 이 진실을 찾아가는 결코 유쾌할 수만은 없는 여정을 시청자들은 왜 따라가야 할까.
사실 드라마의 초반 부분만 보면 <나의 해피엔드>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자극적인 상황들을 다양하게 나열해 놓은 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 불안이 주는 긴장감과 궁금증 때문에 계속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재원이 스토커의 존재 앞에 놀라고 경악하며 도망치다 비명을 지르고, 결국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거짓처럼 느껴져 차 안에서 절규하는 장면까지 빌드업 되는 과정에서 다소 지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미 첫 회에 거의 등장한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현재가 '주변사람들 덕분'이라고 말하는 서재원의 이야기가 그렇다. 대부분 주변사람들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라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실상 자신의 행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는지. 그래서 이런 위기 앞에 이제 손놓고 당하지만은 않겠다고 나서는 이야기가 아닐는지.
진실이 뭔지 궁금해지는 심리 스릴러지만 다소 과한 상황들을 한꺼번에 쏟아냄으로써 피로감도 느껴지는 드라마다. 그나마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은 다름 아닌 장나라와 손호준 같은 배우의 호감에서 나온다. 하지만 그 호감이 얼마나 드라마를 보게 만들 수 있을 지는 향후 어떤 전개들이 펼쳐질 것인가에 달려 있을 테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서재원이 있기까지 함께 해준, 아버지, 남편, 그리고 동료에게 한마디 하시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재원은 그런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그 질문이 나온 장면에서 편집된 영상은 스토킹 피해를 당해 병원에 실려온 서재원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아버지, 남편, 동료를 흐릿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하는 속얘기로 이어진다. '두고 봐. 이 지옥 당신들도 똑같이 느끼게 해줄게.'
과연 이 대사처럼 드라마는 복수극의 양상을 띠게 될까. 아니면 그런 불안과 공포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설득력 있는 심리성장극의 모양을 갖게 될까. 전자로 가면 다소 뻔해질 것이지만, 후자로 가면 의외로 신선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는 <나의 해피엔드>다. 드라마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 어떤 엔딩을 맞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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