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발치 권유해요? 다른 치과도 알아보세요”

조일준 기자 2024. 1. 14.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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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인터뷰
치과의사 김광수씨
무분별한 발치와 임플란트 시술
개원의 ‘상업적 과잉진료’ 세태
바른 칫솔질·스케일링이 최우선
의사 늘리고 공공의료 강화해야
치과의사 김광수씨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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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치과의사가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하면서 ‘사기꾼’이란 의심과 지탄을 받지 않습니까? 도둑을 도둑이라고 고발해야 국민이 피해를 안 입죠. 안 뽑아도 될 치아를 뽑는 건 엄청난 신체적 피해거든요. 그에 비하면 금전적 손해는 사소한 문제예요.”

“전교 1등 학생들이 의·치대로 몰리는 건 높은 수익과 사회적 지위를 기대하기 때문인데, 적어도 치과는 이제 양심을 속이고 무리한 과잉 진료를 해야 겨우 유지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수재들이 치과대학에 와선 안 돼요.”

 치과의사 김광수(70)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치과계에는 폭탄 같았다. 그는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20년간 개인 병원을 차려 환자들을 돌본 뒤 한양여대 교수를 지냈다. 2022년 3월부터는 충청도 지역에서 건강검진 의사로 일한다. 나이 마흔이 넘어 치의학 박사 학위를, 예순이 넘어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따고 ‘신자유주의와 상생의 불교경제학’이란 책을 쓰고 ‘붓다의 경제 코칭’이란 책을 옮긴 학구파이기도 하다. 최근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서출판 말)를 출간한 그를 지난 5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젊은 사람들 빠진 치아 많아 깜짝”

―“업계 동료를 배반하는 얘기를 하고 치과의사의 치부를 공격하는 것이 나도 괴롭다”고 썼다. 그런데도 책을 낸 동기는?

“두가지다. 하나는 충북 청주의 대기업 공장 건강검진 때 젊은 노동자들이 하나같이 금 인레이를 한 것을 보면서, 치과에서 아말감은 전혀 취급하지 않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충전재를 강권한다는 의심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젊은 사람들이 치료 중인 치아는 거의 없고 빠진 치아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개원 의사가 자연치를 끝까지 살리려 하지 않고 쉽게 뽑는다는 심증이 굳어졌다. 치과가 왜 이렇게 상업적 과잉 진료를 하는 구조가 됐을까. 저는 예방치과 의사로서 그걸 생각하고 기록할 의무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 갈수록 치과 문턱을 넘어서기 어려운 현실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나.”

―노동자들의 치아 상태에서 생활 습관, 경제력 격차, 세계화 문제를 떠올린 게 흥미롭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치아가 깨끗하다. 충치나 잇몸병은 ‘설탕의 세계화’로 촉진된 도시병이자 문명병이다. 당분이 많고 흡착성이 큰 설탕과 가공식품이 주원인이다. 산업화 이전에는 충치가 귀족들에게나 생기는 희소병이었다. ‘대항해 시대’ 이후 강대국들이 카리브해 지역과 인도네시아를 식민지로 삼고 (사탕수수 재배로) 설탕을 양산한 뒤부터 충치가 급증했다. 동남아 시골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도 한국에 온 지 5~10년쯤 지나면 충치가 생긴다. 세계의 도시화도 충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촌이 도시화하고 인구가 도시로 몰리면 삶의 조건이 열악한 사람들이 훨씬 더 충치 위험에 노출된다. 당장 배고픔을 면하려 간편식을 많이 먹는데, 대부분 고칼로리 고당분 가공 음식이다. 바로 이들을 위해 수돗물 불소화를 해야 한다.”

―골드크라운(금니)의 평균 수명이 10년, 임플란트는 그보다도 짧은데다 한번 망가지면 재식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임플란트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큰 고민거리이겠다.

“평균 수명이 그렇다는 거다. 치과 치료는 결과가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 보철이나 임플란트는 (시술을) 잘한 것은 20~30년도 가지만 잘못하면 2~3년 만에 망가진다. 환자들은 잘된 치료인지 아닌지 당장은 모른다. 좋은 치과와 나쁜 치과를 판별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임플란트의 장점은 없나?

“결손치를 수복할 때 옆 치아를 깎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브리지와 가장 다른 점이다. 중요한 치아 한두개가 결손되면 임플란트를 해서 다른 치아에 대한 악영향을 막아야 한다. 그런 경우는 고마운 임플란트다. 값비싼 임플란트를 위해 자연 치아를 함부로 뽑는 세태가 문제다. 임플란트 단계까지 가지 않는 게 최선이다.”

―자연치를 살려 쓰는 것과 발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준이랄까, 한계 시점은?

“환자를 보는 의사만이 알 수 있는데, 의사마다 얘기가 다르니까 문제다. 다만 의사 본인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어쨌든 뽑지 말라는 거다. 환자들도 의사가 ‘이거 뽑아야 합니다’ 하면 속단하지 말고 다른 치과도 알아보시라. 자기 몸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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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서 처음 실시된 치과의사 국가 실기시험에 응시한 예비 치과의사들이 실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병원 늘리고 처우 개선해야”

―충치 예방과 치아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잇몸병이 잘 낫지 않으니까 약도 먹고 값비싼 치약도 쓰는데 뾰족한 방법은 없다. 유일하게 확실한 예방법이 올바른 잇솔질(칫솔질)이다. 잇몸병 관리는 첫째, 올바른 잇솔질, 둘째는 스케일링, 셋째가 치료다. 그런데 올바른 잇솔질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고, 배워도 실천하기가 어려워 잘 안 한다. 약은 있는데 너무 써서 먹지 않는 거다. 모든 국민은 1년에 한차례 건강보험으로 부담 없이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다. 치과에선 스케일링 뒤 올바른 잇솔질 방법을 설명해줄 의무가 있고, 환자는 가르쳐달라고 할 권리가 있다. 다른 잇몸 치료나 임플란트 뒤에도 마찬가지다.(그는 ‘회전법 잇솔질’ 방법을 책에 자세히 썼다. 치아와 잇몸의 안쪽, 바깥쪽, 씹는 면을 골고루 닦되, 팔이 아닌 손목으로 칫솔을 180도 돌려가며 치아의 뿌리부터 머리까지 한 방향으로 쓸어내리는 게 핵심이다.) 전국의 초등학교에서도 영구치가 처음 나오는 1학년 때 올바른 잇솔질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관내 보건소의 치위생사가 출장 교육을 하고 학교 보건교사가 지도하면 된다. 학교 공중보건 사업이다. 지난 30~40년 동안 저희가 교육부와 학교에 요청했는데도 안 되고 있다. 학부모들도 계속 요청해야 한다.”

―민간의료 중심인 한국에서 개업의들의 영리 추구를 금지하거나 도덕심을 강요하긴 어렵잖나?

“그래서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의사 수도 지금보다 2~3배는 늘려야 한다. 의사가 늘면 시장 질서가 교란될 거란 주장이 있는데, 그렇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책임이다. 국립병원과 공공병원을 대폭 늘리고, 실력 있는 의사가 갈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하고, 보건소 역량을 강화하고, 의료 감시를 철저히 하고, 의료 공급을 원활히 해야 한다. 물의 공급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수로, 그러니까 물꼬를 어디로 틀 것이냐가 중요하다.”

김 전문의가 수많은 사례와 경험을 들며 강조한 이야기의 알짬이 책의 한 구절로 담겨 있었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고 고통을 덜어주는 직업이다. 그 자체로 존경받을 만하다. 그만큼 좀 더 도덕적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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