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잇는 실크로드 따라] ⑧ 바비큐 내음 솔솔~ 차 향기 흠뻑, 구시가지 레스토랑과 카페

임나현 2024. 1. 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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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교육을 삶의 중요한 모티브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서 여행은 세상과 직접 소통하고 교류하는 무대다. 용기 내어 찾아간 세상이라는 판(板)은 어떤 이론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실질적 배움의 장(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여행전문가로의 활동은 세계 각지에서 사용하는 살아있는 영어의 쓰임 및 화용(話用)의 연구에도 실질적 농밀한 접근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체득한 지식을 강의실에서 생생히 전하려 한다.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더라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2019년에는 학생들 10명을 데리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20일간의 캠프를 개최한 적도 있다. 여행에서 얻은 감동이 그들의 가슴에 닿을 때, 그들의 달라질 미래에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이제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와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려 한다. 소소하지만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혼자라는 두려움으로 ‘나 홀로 여행’을 주저하거나 혹은 낯선 곳으로 선뜻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들 안의 숨겨진 용기를 꿈틀거리게 하는 불씨가 되기를 소망한다.

- 글로벌여행전문가 임나현 -
 

⑧ 바비큐 내음 솔솔~ 차 향기 흠뻑, 구시가지 레스토랑과 카페
 

 

▲ 카페 Muse Kafe

구시가지 성벽을 따라 돌길을 한참 걸었다. 살짝 경사진 오르막길에 접어드니, 어디선가 솔솔 바비큐 향이 진하게 풍긴다. 나도 모르게 그 향을 따라갔다. 50m 정도를 걸어가니, 허연 연기 뿜어내는 레스토랑을 마주했다. 발끝이 바비큐 향에 이끌려 건물 안으로 들어서려는 찰나에, 출입구 위에 크게 표기된 상호가 보인다. ‘Muse Kafe’라고 쓰여 있다. 상호 바로 밑, 입구 앞에는 메뉴판대가 있다. 메뉴와 가격이 적힌 것을 오가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출입문 앞에 펼쳐 놓은 것이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기 전, 잠시 멈춰 서서 메뉴부터 가격까지 대충 훑어보았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음료로는 차, 생과일 쥬스, 아제르바이잔산 맥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카페라고 쓰여 있어서, 차(tea)나 커피만을 파는 곳인가 했는데,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다양한 음식을 파는 카페식 레스토랑이다. 식사가 될만한 음식으로는 양고기 바베큐와 해산물 요리가 있다.

 

▲ 레스토랑 입구 메뉴판

사실, 아제르바이잔에 도착한 후, 음식이 그다지 내 입맛과 맞지는 않았다. 그래서, 매 식사때마다 모험하듯 음식을 주문하곤 했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다행히 입맛에 맞으면 그것으로 감사한 하루라고 생각했다. 여행이라는 것은 모든 새롭고 낯선 것에 접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내 나라, 한국을 떠나 멀리까지 여행을 왔으니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일 뿐이다. 아무튼, 이곳이 식사 및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메뉴가 다양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음식의 맛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낯선 아제르바이잔에서 그나마 내가 찾던 분위기의 레스토랑이다.

 

▲ 야외를 가득 채운 식물들
▲ 식물로 꾸며진 야외

한국을 떠나 온 지 며칠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우리 음식이 생각나던 참이었다. 라면 한 개도 챙겨오지 않았는데, 음식이 나한테 맞지 않아서 은근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왠지 이곳의 음식은 괜찮을 것 같은 생각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메뉴판을 보니, 해산물에 구미가 당긴다. 바닷가가 가까운 이곳 바쿠에서는 해산물이 신선할 것이란 기대도 한몫했다.

오르막 돌길을 장시간 걸었더니, 등줄기로 땀방울이 아직도 흐른다. 갈증이 동반되는 더위다. 일단 마음에 드는 야외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성수기를 맞은 이때를 놓칠세라 직원은 바로 메뉴판을 들고 주문을 받으러 왔다. 그에게 해산물을 권해 달라고 했다. 그는 망설임도 없이 숭어구이를 추천했다. 이곳 바다에서 나온 생선이라며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순간, 아제르바이잔의 맥주를 시음해 보기 딱 좋은 타이밍이란 생각이 든다. 시원한 맥주로 더위를 가라앉히고 싶어진다. 아제르바이잔산 맥주를 부탁하자, 그는 대중적 인기가 있는 맥주를 권해주었다. 친절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니 하루의 피곤과 더위가 달아나는 기분이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 레스토랑의 분위기를 한가로이 살펴보았다. 내 주변으로 다른 테이블에 손님들이 빙둘러 있다. 하지만, 그다지 번잡할 정도는 아니다. 레스토랑 한가운데 나무가 있고 그 주위로 테이블이 배치된 모습이다. 물론 또 다른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에도 테이블이 놓여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줄을 이어 조명 전구와 화분을 걸어 두었다. 푸릇푸릇 녹푸른 식물들은 레스토랑 전체를 에워싸듯 자라고 있다. 한눈에도 녹지대가 형성된 레스토랑이다. 더구나, 그 한가운데를 나무가 우뚝 차지하고 있으니 운치도 있고 낭만도 있어 보인다. 자연을 곁에 두고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음식의 맛에 시각적이고 정서적인 맛을 보태어 주니, 힐링의 강도는 높아진다. 그러니 더 만족감이 채워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편안한 음악까지 흐른다. 화려한 조명보다는 녹푸른 식물로 채운 레스토랑의 분위기에 아름다운 곡조의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이끈다. 분위기 자체가 클래식한 자연 친화적 공간이다.
 

▲ 나무를 중심으로 테이블이 세팅된 야외 레스토랑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레스토랑의 맞은편 골목에 있는 기념품 상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상점 벽면에 걸린 화려한 양탄자 몇 개가 눈길을 끈다. 손님이 뜸한 틈을 이용해 열심히 유리창을 닦는 가게 주인의 손놀림이 바쁘다. 주인은 형형색색의 양탄자와 기념품들을 애지중지 소중히 다룬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확실히 하려는 듯하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의 나무 밑 테이블에 앉아 이렇게 별별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새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 레스토랑 맞은편 기념품 가게의 물건들

먼저 맥주부터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바로 숭어요리가 나온다. 겉보기엔 우리나라 생선구이와 크게 별다를 게 없다. 마음속으로 제발 짜지 않기를 바라며, 포크로 하얀 속살을 먹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난다. 오늘 메뉴 선택이 만족스럽다. 별스럽지 않은 메뉴 하나에 느껴지는 행복감이 더욱 좋다. 이런 소소한 감정과 경험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이 행복이고 삶의 의미인 것이다. 정원 같은 안락함을 자랑하는 이 레스토랑은 구시가지 돌길을 걷다가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기에 적소이다.

 

▲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아제르바이잔 맥주 한잔에 숭어구이

또한, 구시가지는 차(tea)를 즐기는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문화와 취향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식사가 부담스러울 땐 진한 차 한잔 마시며 숨을 돌려도 좋은 곳이 이곳의 카페들이다.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차(tea)를 차이(chay)라고 부른다. 그들에게 차의 의미는 남다르다. 음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아제르바이잔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타인과 차를 마시는 일은 일반적인 사회적 활동과 연결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손님을 환영한다는 표시로 차를 제공한다. 동시에 손님을 대하는 따뜻함과 환대의 표시가 차를 나누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차를 준비하기 위해 물이 끓여지는 사이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이 일상화된 일이다.

 

▲ 찻주전자 사모바르가 즐비한 카페
▲ 구시가지 내 카페

찻물을 끓이는 사모바르(samovar)에 둘러앉아 끊임없이 얘기를 쏟아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문화다. 사모바르라는 말은 러시아어에서 온 말이지만, 현재도 아제르바이잔에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일명 다관(茶罐), 즉 찻주전자(tea kettle) 역할을 해온 사모바르는 크기와 디자인이 다양하다. 사모바르처럼 특이한 찻주전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곳 카페 앞에도 여러 개의 사모바르로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사모바르 하단에서 물을 가열하고 찻잎을 사모바르 윗면에 있는 내부 솥에서 우려낸다. 물을 가열하면, 상단으로 증기를 배출하게 된다. ‘투탁’이라 불리는 긴 주둥이를 통해 증기가 빠져나간다. 사모바르에 차를 팔팔 끓여 차 향기 가득한 이곳에서 잠시 세상의 잡념을 내려놓고 싶다. 차 향기에 흠뻑 젖어, 여행의 신선함에 맘껏 취해보련다. 이런 게 여행이 주는 참맛 아니겠는가!
 

▲ 임나현 글로벌 여행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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