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율곡농협 조합장 “농협중앙회 계열사에 지역조합 경영참여 늘릴 것”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2024. 1. 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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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인터뷰
오는 25일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출마
“중앙회 경쟁사업 과감히 지역농협으로 이관”
“지역농축협 지원 무이자자금은 20조로 확대”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이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출마의 변을 밝히고 있다.[이승환기자]
“농협중앙회 계열사에 대한 지역조합 지분과 경영 참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오는 25일 치러지는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은 13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한 “중앙회가 보유한 사업 중 지역과 경쟁이 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지역농협으로 이관하고, 지역 농축협을 위한 무이자자금은 20조원으로 늘려 최소 200억~500억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는 농업분야 최고 전문가로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농촌진흥청장을 역임하고, 한국벤처농업대학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가 강 조합장과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주요 후보에 대한 인터뷰가 릴레이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1987년 농촌지역 율곡농협에서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40여년 가까운 농협 생활을 농업·농촌 현장에서 근무했다. 농촌의 작은 강소 농협에서 일을 하다보니 지역농축협의 어려움과 애환을 잘 알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농업·농촌 현장의 문제를 농업인들과 몸으로 부딪히면서 체험했다. 조합장이 된 이후에는 중앙회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업무를 속속들이 익혔으며 간부 직원들과의 교류도 넓혀왔다. 지난 60년이 농협중앙회 중심의 일방통행적 운영이었다면, 새로운 시대에는 지역농축협이 중심이 되어 중앙회와 상호간에 쌍방 통행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어 보자는 열망을 실현하고자 한다.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오른쪽)가 강호동 율곡농협 조합장과 대담하고 하고 있다.[이승환기자]
-한국 농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령화에 따른 농업 인구 감소라고 본다. 2022년 말 기준 농가 고령화율은 47% 수준으로 앞으로 누가 농업을 지킬 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농가인구는 22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3%에 불과하다. 농촌지역이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로 활력을 잃으면 농작업은 물론이고 농업이 갖는 경관 보존, 환경 보호, 홍수 등 자연재해 예방, 워라밸 시대 도시민들에 대한 일상의 휴식처 제공은 누가 할 것인가.

그래서 청년농 육성과 후계농 육성이 농업계의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고령화된 농업인으로는 스마트화 되어가는 농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없다. 새로운 시대에 농업을 이어갈 사람들은 바로 청년농, 후계농이다. 청년농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그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우리 농협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그들이 농촌에 터를 잡고 저물어 가는 농업을 지켜주어야 한다. 여기에 농업인구 감소에 대응한 농업의 기계화 진전, 그리고 인력중개 사업과 외국인력고용제도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식량안보 문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18~2019년에는 95p정도였으나 2023년 3월에는 159.7p로 사상 최고치를 찍을 정도로 식량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식량 가격의 가파른 오름세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수급 불안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밀가루 가격이 오르자 관련 식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2019년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주곡인 쌀, 밀, 콩 등)은 45%,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라고 한다. 쌀은 거의 자급하지만 밀은 거의 전량 수입이고, 옥수수 3%, 콩 25% 정도다. 그러면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하지만 농경지 감소, 농업인구의 고령화,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어렵다.

쌀과 서류(고구마, 감자)는 자급률이 90% 이상이나 다른 곡물 자급률은 형편없는 실정이다. 외부로부터 식량 수입망을 다변화하고 해외 직접생산을 통한 공급망의 다변화와 해외 식량 생산정보 수집과 분석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밭작물 직불제 적용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정부와 농협이 주도적으로 계획 생산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농협이 많은 역할 하지만 국민들은 잘 몰라
과잉 농산물 기부땐 신뢰 얻고 가격도 안정
-현재 농협중앙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5000만 국민들이 우리 농협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저 농산물을 판매하는 하나로마트와 금융점포를 운영해서 돈을 번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2018년 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의하면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산림자원을 포함해 244조원 이라고 한다.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농협이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농협이 국가와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왜 농협이 있어야 하는지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농협이 있기에 농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부가적으로 창출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인 공공재가 생산된다. 식량안보, 환경과 경관 보존, 생태환경 보호,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능이 있다. 지난 60년간 국민들로부터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는 받은 사랑을 돌려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먹거리를 왜 해결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농산물 수급 예측의 잘못으로 과잉 생산되어 산지에서 갈아엎고, 군청 앞마당에 야적해 놓고 시위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빈곤층의 가장 큰 고민은 하루하루 끼니 해결이다. 과잉 생산된 농산물을 저소득층, 특히 어린이와 노인 빈곤층에 무상으로 급식이나 도시락으로 제공하는 것 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누구나 먹거리 만큼은 걱정이 없도록 한다면, 많은 국민이 농협이 꼭 필요한 조직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흔히들 농업은 국민의 생명창고라고 한다. 곳간을 책임지는 모습을 농협이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이 인터뷰 과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이승환기자]
-농협중앙회장 후보로서 대표 공약엔 어떤 것이 있나.

▷지난 60년간 농협중앙회는 지역농축협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세계가 변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변하고 있다. 우리 농협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 위기의 시대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드는데 조직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 100대 공약을 제시했다. 실천을 통해 변화된 농협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대표적인 것만 꼽자면 첫째, 지역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다. 농축협을 위한 무이자자금 20조원을 조성하여 최소한 200억~500억원을 지원하여 농축협의 경영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둘째, 상호금융을 독립시켜 제1금융권 수준으로 키우고자 한다. 그러자면 규제를 풀어 각종 상품개발과 인력 전문성 등을 추진하고, 규제의 틀 안에서는 금융의 고부가가치화를 지향할 것이다.

셋째, 중앙회에서 각종 자금을 지원할 경우 지역농축협 부담을 완전히 없애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넷째, 중앙회 계열사에 대한 조합 지분과 경영 참여를 확대하고, 경쟁사업은 과감히 지역농협으로 이관하여 우리끼리 경쟁하는 경우를 없애겠다.

다섯째, 조합장 보수를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연봉하한제와 특별퇴임공로금 제도를 도입하겠다. 조합장 농정활동비(월 100만원)를 중앙회가 지원하여 조합장의 농정활동 능력을 배가시킬 계획이다.

경제·금융·교육사업 총괄 미래전략실 신설
금융지주·경제지주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
-농협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그런데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로 존재하면서 주식회사 형태를 표방한다. 둘을 조화롭게 운영할 방안은.

▷농협중앙회는 2011년까지 종합농협 체제로 경제사업과 금융사업 그리고 교육지원사업이 하나의 법인으로 존재해왔다. 2012년 3월 사업구조 개편으로 금융사업과 경제사업은 각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었다. 각 사업부문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여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이었다. 11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사업구조 개편의 역기능도 있었지만 사업규모 확대, 순이익 증대 등 순기능이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금융지주는 시장 친화적으로 경쟁력을 키워 수익을 창출하여 농업지원사업비로 2021년 4460억원, 2022년 4505억원을 출연하여 이를 재원으로 중앙회가 조합에 대한 지도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농협은 여전히 협동조합이다. 각 지주회사가 주식회사 형태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협동조합이라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 경제사업은 농업인 중심 사업으로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근본적인 사업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게 유통혁신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금융사업은 자율성을 갖고 시장 경쟁에서 이겨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중앙회는 금융·경제 지주회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범농협 차원에서는 협동조합이라는 기본가치 아래 균형을 이루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회에 미래전략실을 신설하여 범농협이 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상호금융 독립시켜 제1금융권 수준 육성
청년농업인·스마트팜 실질적인 자금지원
-농협 상호금융의 발전 방안에 대한 복안은 무엇인가.

▷농협 상호금융은 농촌 고리채 해소를 목적으로 1969년 출범한 이래 2023년 10월 말 예수금 430조원, 대출금 340조원, 총 금융자산 770조원으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급 금융기관으로 성장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도서벽지에도 농업인을 위해 점포를 운영하는 등 직원과 농업인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에 기여한 결과다.

상호금융은 시중은행들이 기피했던 농업인에 대해 농업자금을 공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이라는 제도적 규제를 받고 있어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돈장사에만 열중한다’, ‘금융서비스 질이 떨어진다’ 같은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대면 확대로 인한 점포 축소를 지향하는 시중은행과는 달리 지역조합원의 손과 발이 되어 금융편익을 제공해야 한다는 숙명에는 변함이 없다.

상호금융의 목적은 농업인 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호금융을 독립시켜 제1금융권과 동등한 제도적 규제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제2금융권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도 대출심사 때 컨설팅 기능을 강화하거나, 스마트팜이나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종합자금과 같은 고부가가치 자금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농업인 소득 증대를 이끌어갈 계획이다.

농협 상호금융이 농업인과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려 ‘농업인의 은행’으로 인정받고, 농업 발전과 농업인 소득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금융서비스 확대에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다.

-농협 경제사업의 핵심인 산지 조직화와 유통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산지 조직화는 영세소농 위주의 우리나라 농업인들이 대형 유통업체 등을 상대로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공선출하회 등으로 조직화·전문화하고 시·군 단위 이상의 연합사업(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규모화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공동선별비 지원이나 산지유통센터(APC) 건립 지원 등 정부 지원금이 조직화·전문화된 조직이나 연합사업에 참여한 조직에만 지원됨으로써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로 인해 농협 자체 사업과 연합사업간 경합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농업인들이 실제로 조직화되고 연합사업의 효능을 체감할 수 있어야 우리 농산물의 규격화, 품질 균일화(등급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 신뢰 확보가 가능하다. 농협의 도소매 사업부문이 산지농협간 경쟁을 유도하고 특정 산지를 선택하고 육성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요처와 유통 정보를 산지에 제공하고 산지가 의사 결정을 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농협의 각 품목별 대표조직인 품목별 전국협의회에 기획과 사업기능을 부여해 전국적인 계획 생산, 수급 조절, 품질 향상을 이끌어 내야 한다.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온라인 전환도 농협이 선도해야 한다. 이미 유통은 온라인 쪽으로 완전히 중심축이 이동했으나 농협의 농산물 유통은 오프라인 공판장이나 하나로마트, 유통센터 등에 집중하고 있다. 3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금융 앱의 고객을 온라인 유통의 핵심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농산물 가격안정 위해선 기획생산 필요
계통구매 늘려 농민들 경영비 줄여줘야
-농가의 농업소득이 하락하고 있다. 농업소득 제고방안은.

▷작년 5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 농민들이 농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농업소득은 2021년 1296만원에서 2022년 949만원으로 급감해 ‘1000만원 방어선’이 무너졌다.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27%에서 21%로 줄어들어 10년전 39%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천직인 농사만 잘 지어도 집안 형편이 나아진다면 그것이 바로 활력이 넘치는 농업이고 살고 싶어 하는 농촌일 것이다.

농산물 가격 폭락의 주범인 고질적인 수급 불균형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 동안 정부 대책과 농협 차원의 노력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 작물 쏠림으로 인한 시장 왜곡 현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그 해법은 과거 수년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산물도 기획 생산하는 것이다. 소득 작목별 농업관측을 통해 추정하고, 식재 면적을 파악하여 실제 생산량을 측정하고 과부족분에 대해서는 조기 산지 폐기 또는 추가 파종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농산물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다음은 농업소득 변동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업경영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농업 수입에서 농업경영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에 67%에서 2022년에는 73%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공산품은 원재료와 인건비 등 투입원가에 적정 마진을 더하여 가격을 결정한다. 농산물에 이런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까. 농업경영비에 농가 마진을 더하여 농산물 가격을 결정할 수 있을까. 그래서 농자재비, 인건비 등 농업경영비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농비 절감을 위해 중앙회 차원에서 계통구매로 교섭력을 높여 농자재 단가를 낮추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첨단 ICT 기술이 농업에 널리 적용되면서 애그테크가 활성화되고 있다. 애그테크 활성화 방안은.

▷사실 농업부문에 ICT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규격화된 공산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로봇 등을 활용하는 것과 달리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농업부문에 ICT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우선 농업관측을 디지털화 및 고도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주산지 재배 의향 표본조사로 재배면적을 추정한 다음 평균생산량을 적용하다보니 농업관측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다. 소득 작목별 농업관측은 디지털 전수 조사를 통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농협 전산망을 통해 식재 면적을 실시간 파악하고 항공사진 검증 등의 방법으로 실제 생산량을 측정하고 과부족분에 대해서는 조기 산지폐기 또는 추가 파종 등의 후속조치를 취함으로써 농산물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생각해 볼 것은 수요량과 선호도를 예측해 산지에서 기획 생산하는 것이다. 농산물 품목별로 농협공판장, 유통센터, 하나로마트 등의 최근 수년치 거래량과 품위, 가격 데이터 등을 통해 유통 변화와 소비자 선호도 흐름을 분석하고 이 정보를 산지 APC에 피드백함으로써 지역별로 필요한 품위의 양만큼 기획 생산하여 유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농산물 가격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도시농협과 농촌농협간 상생방안 필수
기린·원당 농협처럼 공동사업 장려할것
-도시농협의 역할 재정립에 대한 목소리가 있다.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도시지역 내 농업인 수 감소로 도시농협에 대한 협동조합의 정체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농협의 금융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돈장사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도시농협 수익의 일정 비율을 농촌농협 발전에 활용하자는 내용의 법제화가 추진되기도 했다.

도시농협은 이런 비판을 불식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농산물 유통사업장을 확대하여 소비자에게 양질의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는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도시지역에 농산물 하나로마트를 확대하여 도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있다. 도시농협은 도시 농업인 조합원 권익 향상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더하여 농촌농협과 상생하여 더불어 같이 가는 역할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도시농협과 농촌농협간의 상생은 협동조합 이념에서 그 역사를 찾을 수 있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 달리 자본의 다과가 아닌 1인(조합) 1표의 민주적 통제에 의한 지배구조가 작동하는 조직이다. 주주 이익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한다. 국제협동조합(ICA) 원칙 중 하나인 ‘협동조합간 협동’이라는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협동조합의 존재 의의이자 정체성이다.

우선 도시농협과 농촌농협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원료 생산지인 인제군 기린농협과 소비지인 고양시 원당농협이 공동으로 두부 가공공장을 설립하여 공동사업을 전개하는 좋은 사례가 있다. 로컬푸드와 같이 생산지 농업인의 직거래 물량 확대로 도시농협 조합원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농촌농협에서 팜스테이, 농촌체험 활동 등 다양한 농촌 어메니티 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다. 또 ‘1도 10촌 운동’ 등을 통해서도 도농간 심리적 거리감을 개선할 수 있어 도시와 농촌농협 양자간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을 다양하게 찾아야 한다.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이 인터뷰에서 민승규 세종대 석좌교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승환기자]
-마지막으로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젊은 열정과 패기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 후보 중에서 제일 젊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3월 조합장 선거에서 전국 조합장의 90%가 3선이하 50~60세의 젊은 조합장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젊음은 지도자의 필요조건이고, 그 다음 중요한 것이 경륜이라고 생각한다.

40여년을 농업·농촌·농협이라는 한 우물만 파 왔다. 지역농협 상무를 거쳐 율곡농협 조합장 5선의 경력 중 네 번은 무투표로 당선되었다. 농협 상무출신 조합장으로 농민신문사 이사, 농협중앙회 이사, 농협경제지주 이사, 상호금융 소이사회 이사와 경남농협운영협의회 의장을 거쳐 현재는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 이사, 한국딸기생산자 대표조직 회장, 경남농협 도인사업무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 합천지구회장, 경남 사회경제위원회 위원, 경남 농업대책위원회 위원 등을 맡아 농협의 입장을 대변하고 농업인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경력과 봉사활동을 한 공로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고, 농식품부장관상, 품질경영대상 2회 등 수상 경력이 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2020년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3위를 하는 등 전국 조합장의 검증을 받은 바 있다. 젊은 열정과 패기라는 필요조건과 다양한 경험과 철저한 준비라는 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진정한 농협회장 후보라고 생각한다.

강호동 조합장 주요 약력

△1963년생 △합천고 △대구미래대 세무회계과 △농협중앙회 이사 △농민신문 이사 △율곡농협 조합장 5선 △농협중앙회 대의원 △한국딸기생산자 대표조직 회장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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