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브레이크 없는 폭주' 트럼프 2기…한반도에 밀어닥칠 변화는?
김수형 기자 2024. 1. 14. 09:06
[김수형의 글로벌 인사이트]
트럼프가 공약집 '어젠다 47'을 발표하면서 동맹국에도 청구서를 보낼 거라고 공언했습니다. 첫 대상은 가장 많은 동맹국이 있는 북대서양 조약기구, 나토였습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2천억 달러나 썼는데, 유럽은 10분의 1에 불과한 2백억 달러를 썼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미국이 쓴 전쟁 비용을 나토 동맹국에 물리겠다는 겁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바이든이 약해서 그동안 하지 못했다고 조롱했죠.
전 세계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돈을 쓰며 맏형 역할을 하는 것, 트럼프는 절대 반댑니다.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바이든이 미국을 3차 대전 위기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중단하면 돈만 쓰는 전쟁을 자연스럽게 끝낼 수 있다는 게 트럼프의 속냅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김정은 못지않게 푸틴 대통령과도 친밀감을 과시했었는데요. 트럼프가 재선 되면 우크라 침공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 빗장도 풀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느닷없이 5배나 올린 50억 달러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5배나 올려달라는 건 힘을 이용한 억지에 가깝습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동맹국에도 일단 최대치를 지르고 상대를 마구 흔드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게 전형적인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었죠. 5배나 올려달라고 했던 근거를 국방 장관을 지냈던 에스퍼도 모른다고 제게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재집권을 하면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깜짝 놀랄 수준까지 올려달라고 청구서를 다시 보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지금은 확장 억제 과시를 위해 미국의 핵잠수함, 핵폭격기들이 한반도에 자주 출동하고 있는데, 이걸 아주 비싼 가격을 매겨 청구서로 들이밀 수도 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게다가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근거조차 알 수 없는 지시도 맹목적으로 이행할 충성파 인사들을 전면 배치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 힘의 공백을 의미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는 매우 어려운 개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지만 우리나라가 핵개발을 선언하는 순간 경제적으로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한 국제 제재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트럼프는 북미 관계도 이익의 문제로 접근했습니다. 북한에도 '핵무기 포기해, 그럼 잘 살게 해 줄게.'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게 먹힌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제 제재 완화를 위해 북한도 비핵화 대화에 응하는 듯 보였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핵 선제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북한은 핵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죠.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담판이라기보다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미디어 행사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는 정상 간의 일대일 관계로 외교를 하는 톱다운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준비는 부실했고, 남는 건 사진밖에 없었습니다. 겉은 화려했지만, 실속은 없었던 이윱니다.
대북 초강경파로 북한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던 볼턴 보좌관은 김정은의 외교적인 수완만큼은 높이 평가했습니다.
복수와 분노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는 재집권하게 된다면 미국은 물론 세계 질서에 대대적인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물론 경제 상황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트럼프 집권 1기는 기존 미국의 시스템과 이단아 트럼프의 전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좌충우돌하며 자기 의사를 관철하려고 했지만, 시스템을 신봉하는 측근들이 그 시도를 번번이 무산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 전체가 휘청하는 엄청난 일을 겪게 됐고, 트럼프는 즉흥적으로 팬데믹 대응을 하다가 결국 질 수 없는 대선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코로나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무난하게 연임했을 수도 있습니다.
예비 경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부상한 이유를 분석한 지난 편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트럼프 2기가 들어온다면 한반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트럼프 정부에서 외교 안보 분야 최고위직을 역임했던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제가 워싱턴 특파원 시절 인터뷰를 통해 털어놨던 얘기를 중심으로 한반도에 밀어닥칠 변화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나토에 전쟁비용 물릴 것"...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저는 미국이 낸 우크라이나 무기 구입 지원금을 유럽이 갚도록 요구할 것입니다. 조 바이든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도 너무 약하고 무시당하고 있어 감히 이것을 요구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돈을 쓰며 맏형 역할을 하는 것, 트럼프는 절대 반댑니다.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제가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날부터 우리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바이든이 미국을 3차 대전 위기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중단하면 돈만 쓰는 전쟁을 자연스럽게 끝낼 수 있다는 게 트럼프의 속냅니다. 트럼프는 재임 시절, 김정은 못지않게 푸틴 대통령과도 친밀감을 과시했었는데요. 트럼프가 재선 되면 우크라 침공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 빗장도 풀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서구 문명의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가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 그리고 지금 우리를 대표하고 있는 끔찍한 미국 혐오자들이 가장 큰 위협일 것입니다.
5배 분담금 인상 재연되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트럼프는 재임 시절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느닷없이 5배나 올린 50억 달러를 요구한 바 있습니다.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2022년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점은 한국은 공정한 분담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안보를 제공하는데, 한국은 미국에 TV를 파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5배나 올려달라는 건 힘을 이용한 억지에 가깝습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동맹국에도 일단 최대치를 지르고 상대를 마구 흔드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그게 전형적인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었죠. 5배나 올려달라고 했던 근거를 국방 장관을 지냈던 에스퍼도 모른다고 제게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Q. 트럼프 대통령은 매해 50억 달러를 방위비 분담금으로 낼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제안한 근거는 뭔가요?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2022년 5월)
저도 모릅니다. 갑자기 백악관에서 나온 얘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또한 굉장히 놀라운 수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재집권을 하면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깜짝 놀랄 수준까지 올려달라고 청구서를 다시 보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지금은 확장 억제 과시를 위해 미국의 핵잠수함, 핵폭격기들이 한반도에 자주 출동하고 있는데, 이걸 아주 비싼 가격을 매겨 청구서로 들이밀 수도 있습니다.
물론 주한미군 주둔은 인도 태평양 지역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지만, 트럼프는 재임 중에도 툭하면 돈을 제대로 안내면 주한 미군을 빼라고 했다죠.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2022년 5월)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은 한국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저는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 분담금을 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2022년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약 재선이 되고,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근거조차 알 수 없는 지시도 맹목적으로 이행할 충성파 인사들을 전면 배치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마크 에스퍼ㅣ전 미국 국방장관(2022년 5월)
저는 후임자 문제를 걱정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제 후임으로 임명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때 목소리를 높였다면, 저는 즉시 해고됐을 겁니다. 만약에 해고가 됐다면, 누가 아나요. 어쩌면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지금 1만 명밖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국승민 │ 미시간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트럼프가 본래 생각했던 것들을 구체적으로 이제 실현시켜 줄 사람들이 전면에 배치될 거고 자기 인사들을 채워놓기 시작하면 한국에 굉장히 큰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밖에 없게 되죠.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 힘의 공백을 의미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동맹을 경시하는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는 매우 어려운 개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지만 우리나라가 핵개발을 선언하는 순간 경제적으로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한 국제 제재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과 러브레터 재개?... 트럼프 원맨쇼 외교 시작되나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트럼프는 북미 관계도 이익의 문제로 접근했습니다. 북한에도 '핵무기 포기해, 그럼 잘 살게 해 줄게.'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게 먹힌다고 생각했습니다.
존 볼턴 │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21년 3월)
김정은은 북한의 경제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인 경제 개발의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유인책 중 하나였죠.
경제 제재 완화를 위해 북한도 비핵화 대화에 응하는 듯 보였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핵 선제 사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북한은 핵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죠.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담판이라기보다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미디어 행사쯤으로 생각했습니다.
존 볼턴 │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21년 3월)
세 번에 걸친 트럼프와 김정은의 북미정상회담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중요한 뉴스 이벤트였습니다만,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실질적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는 정상 간의 일대일 관계로 외교를 하는 톱다운 방식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준비는 부실했고, 남는 건 사진밖에 없었습니다. 겉은 화려했지만, 실속은 없었던 이윱니다.
존 볼턴 │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21년 3월)
저는 인간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폄하하고 싶지 않습니다. 외교 문제에 있어서 정상 간 개인적 친분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두 국가 간의 관계는 두 개인 간의 관계와 같지 않습니다. 김정은, 시진핑, 푸틴은 이걸 알았지만, 트럼프는 몰랐습니다.
대북 초강경파로 북한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던 볼턴 보좌관은 김정은의 외교적인 수완만큼은 높이 평가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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