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박씨' 주현영, 이런 코미디 사랑꾼을 보았나 [인터뷰M]

백승훈 2024. 1. 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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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배우들이 입 모아 말하는 '어려운 연기'에는 늘 코미디가 순위권에 있다. 이들에게 코믹 연기란 우스꽝스럽지만 우스워보이지 않아야 하고, 비하와 조롱이 아닌 풍자와 해학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와 같다. 코미디로 '빵' 뜬 배우 주현영에게 코미디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일지 들어봤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최근 주현영은 iMBC연예와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극본 고남정·연출 박상훈·기획 장재훈, 김성욱, 이하 '열녀박씨')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열녀박씨'는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욕망 유교걸 박연우(이세영)와 21세기 무감정끝판왕 강태하(배인혁)의 금쪽같은 계약결혼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동명의 웹소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작가 김너울)'을 원작으로 한 작품.

주현영은 박연우(이세영 분)와 함께 조선 시대에서 21세기로 당도한 사월 역을 맡았다. 홍성표(조복래)와도 꽉 찬 해피엔딩을 완성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불렀다.

연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지만, 함께 연기한 선배 이세영의 도움으로 무사히 작품을 마칠 수 있었다고. 주현영은 "세영 언니도 내향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주연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졌다"며 "배인혁이나 다른 선배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서 불편한 건 없는지 항상 체크해 줬고, 나도 먼저 도움을 구하지 않아도 내가 불편해 보이면 바로 와서 '연기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는지', '더 했으면 좋은 게 있는지' 적극적으로 물어봐줬다. 언니한테 의지를 많이 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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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당찬 사월에게 공감이 잘 됐기에, 첫 퓨전 사극 도전임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그다. "너무 운이 좋게, 내가 잘 이입할 수 있고 공감을 잘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났기떄문에 재밌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본을 보니 대사들이 입에 착착 달라붙더라. '우영우'에서의 동그라미와 비슷했다. 친구를 사랑하고, 자신의 가족처럼 여기고 돌보려고 하는 부분들이 공감이 잘 되더라"면서도 "안 맞는 부분은 연애경험이다. 난 '내 코가 석 자'라 연애 조언을 해 줄 정도로 유능하지 않다"고 웃었다.

지난 2021년 'SNL 코리아' 리부트 시즌 1에서 '인턴 기자 주현영'으로 인생 캐릭터를 쓴 주현영.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여자 예능상을 수상하며 대세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2023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넘칠 정도로 행복한 감정이 많이 남아있어요. 앞으로 방향에 있어서 노선을 딱 정하고 싶진 않지만, 최종 꿈은 코미디 작품을 직접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써보는 거예요. 그 과정에 도달하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해봐야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러주시는 곳이 있다면 최대한 경험을 많이 쌓으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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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영은 누구보다 코미디에 진심인 배우다. 최근 초등학교 때 쓰던 휴대폰을 우연히 찾아 그 안의 영상을 봤는데, 친구들과 꽁트를 찍고 연기 디렉팅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었단다.

"어릴 때부터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서 보고 싶어 하는 걸 왜 이렇게 좋아했을까 생각해 봤어요. 전 재밌는 걸 너무 좋아하고, 사람들 간의 유머를 통해서 웃을 수 있는 환경을 예전부터 좋아했고, 막내였기에 사랑받으려 재롱을 피우다 보니 그런 성격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진중한 생각도 덧붙였다. "나중에 코미디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을 땐, 코미디는 단순히 우스꽝스럽게 웃겨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이면이라던지 이중성을 보여줄 수 있는 굉장히 유쾌하고 똑똑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배우로서 앞날이 창창한 그가 코미디 연기만 할 수는 없는 법. 주현영은 스스로에게 숙제도 냈다. "앞으로의 숙제라고 남아있는 부분들은, 내가 'SNL'을 하면서 보여준 것 말고 다른 부분을 연기하고 싶다. 좋게 봐주신 것도 감사하지만, 다음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 숙제다. 걱정과 기대를 안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예능적인 이미지를 깨는 것에 대해선,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를 찍을 때도 '쟤 저기서 킹받게 할 거 같은데 갑자기 울고 있네'라는 피드백을 주는 분도 계셨거든요. 인물 연기를 제대로 못하는 제 부족함도 있지만, 'SNL' 이미지가 더 오래갈 것이라는 각오는 하고 있어요. 스스로 어쩔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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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대해선 누구보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그다. "그 이미지 때문에, 날 캐스팅해 준 분들에게 피해가 되면 안 되니까 그 안에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잘 연기하는 게 순간순간마다 최선이겠다 생각한다"며 "몇십 년 배우 활동을 두고 봤을 땐, 보여줄 수 있는 나날이 많으니까"라고 자신했다.

"시청자들이 봤을 때, '이런 애가 어딨어' 하는 인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캐릭터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지금 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게 연기하고 싶다. 비현실적이지 않고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SNL'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넘친 인기를 소화하느라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순간들도 많았지만 슬기롭게 극복해 냈다.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는 부담 때문에 무서워서 숨어버리고 싶기도 했었다. 영양 주사도 맞으며 버텼지만 이건 너무 비정상적인 방법이더라. 운동량도 늘리고 입맛 없어도 먹고, 야외활동도 많이 하려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성장기와 과도기를 거쳐 몸도 마음도 성숙해진 지금의 주현영을 있게 한 코미디는 그에게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성 그 자체'다.

"저와 코미디는 다르지 않아요. 전 그 코미디 안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 몇 살까지 연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아가는 방향성과 삶의 태도가 코미디였으면 좋겠어요."

'열녀박씨'는 지난 6일 12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최종회 시청률은 9.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AIMC, MBC,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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