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도 쉽지 않은 달 착륙…2032년 '한국 달 착륙선'은 괜찮을까
각국 정부와 민간이 주도하는 달 착륙선 발사가 연달아 실패 소식을 전하고 있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이 개발한 달 착륙선 '페레그린'은 지난 10일 추진체 문제로 연료에 손실이 발생하면서 연착륙 실패를 공식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4월 일본 민간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달 착륙선 '하쿠토-R'도 착륙 도중 통신이 두절되면서 달 표면에 도달하지 못했다.
달 착륙을 위한 주요 프로젝트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 우주항공국(NASA)은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정을 1년씩 늦췄다. 우주항공 분야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달에 도달하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한국은 2033년까지 달 착륙선과 달에서 과학임무를 수행할 탑재체를 개발한다. 본체 개발에만 5303억4000만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희귀자원 등을 얻기 위한 각국의 달 탐사 경쟁이 심화될 가까운 미래에 대비해 과감한 투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한국의 달 착륙선 개발 사업 과정 또한 험난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2022년 달 궤도선 '다누리'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데 이어 지난해 자국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의 발사도 문제 없이 해내는 등 우주역량이 발전하고 있지만 달에 착륙하는 목표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란 이야기다.
1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공개한 '달 탐사 2단계(달 착륙선 개발)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평가 보고서'에선 달 착륙선 개발과정에서 발생할 어려움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우려를 엿볼 수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안은 당초 달 착륙선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해외에서 도입하는 방안이 담겼다. 달 착륙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추진체 개발을 자국 기술로만 성공시키기엔 빠듯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과학임무를 수행할 탑재체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개발될 달 착륙선의 중량이 충분하지 않아 탑재체들의 성능 목표치를 지나치게 낮춰 잡은 것이다. 원안에서 제시됐던 주요 탑재체는 탐사로버, 월면토 휘발성 물질 추출기, 원자력전지 소형전력장치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탑재체가 향후 국제협력프로젝트에서 유의미한 성과물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 전망했다.
예를 들어 달 먼지 분석장치의 경우 주관부처는 제시안인 30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로도 충분히 과학기술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 미만의 특성정보 없이는 달 먼지 제거 등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전문가 지적에 대해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수정안은 예타를 통과했다. 수정안에는 추진체 개발 과정을 국산화하고 탑재체 선정은 별도 사업으로 꾸려 과학기술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계획안보다 목표를 대폭 상향 수정한 것이다.
우주항공 전문가들은 수정안에 담긴 달 착륙선 개발 과정은 한국이 우주항공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금 시점에서 거쳐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수정된 개발 목표와 이에 대한 성공 여부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예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안재명 KAIST 교수는 "원안에서 많은 보완이 이뤄졌고 위원들이 사업 추진에 최종적으로 동의했다"며 "추진기관과 유도제어와 같이 우주항공 선진국에도 쉽지 않은 난이도 높은 기술개발 목표가 있지만 국내 연구진의 연구역량으로 돌파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예타 조사에에 참여하지 않은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추진기관과 유도제어 시스템의 경우 상용화해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을 '9단계'라고 하면 현재 국내 대학에선 3단계 정도의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달 착륙선 발사 목표 시점인 2030년까지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목표라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선 무리한 목표를 잡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개발 과정에서 여러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하면 된다. 한국이 우주개발 사업에 뛰어들 지금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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