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家) 상속 전쟁 2라운드

서울문화사 2024. 1. 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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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家)를 둘러싼 내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재벌가의 ‘장자 계승 원칙’이 우선인지, 합의했어도 유언장이 없다면 무효인지를 놓고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세 모녀(고 구본무 전 회장의 아내와 두 딸) 간 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재판부는 조정을 제안했지만, 구광모 회장 측은 “재판에서 판단을 받겠다”며 이를 거부했다. 양측의 입장과 재판의 쟁점을 정리해봤다.

LG그룹 경영권이 왔다 갔다 하는 중대한 사건?

복잡하지만 고 구본무 회장 별세 후 LG그룹의 지분 정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회장을 2004년 양자로 입적했다.

구본무 전 회장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장자 승계 원칙이 당연한 듯 보였다. 당시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총 2조원 규모.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은 ㈜LG 주식 일부와 구본무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 투자 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고 그렇게 상속은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2023년 3월,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이 ‘입장’을 바꿨다. 당초 유언장이 있는 줄 알고 유산 분배에 합의한 것인데, 유언장이 없었다며 지분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재기한 것이다. 민법에 따르면 유언 없이 배우자가 사망하고, 상속인 간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상속 지분은 모든 상속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배우자에게는 50% 할증된 유산이 돌아간다. 구본무 전 회장의 보유 지분이었던 11.28%의 ㈜LG 주식이 김영식 여사(1.5), 구광모 회장(1), 장녀 구연경 씨(1), 차녀 구연수 씨(1)의 비율로 상속되는데, 이럴 경우 김영식 여사가 3.76%, 구광모 회장과 두 여동생이 각각 2.5%의 지분을 물려받게 된다. 15%대의 지분으로 회사를 경영해왔던 구광모 회장의 지분이 10% 밑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반대로 김영식 여사 지분율은 4.20%에서 7.96%로, 구연경 대표는 현재 2.92%에서 3.42%, 구연수 씨는 현재 0.72%에서 2.72%로 높아지는데, 3명의 지분을 합치면 14~15%대에 육박하게 된다.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소송 공방의 핵심인 ㈜LG 주식은 계열사의 경영권이 달려 있기도 하다. LG전자·LG화학·LG유플러스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각각 30% 이상씩 소유하며 그룹 내 전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다.

“상속, 문제 없었다” VS “경영권 참여 희망”

 쟁점 1  유언장이 없다? 합의문은 있다!

원래 상속에서 가장 강력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유언장이다. 공증 등의 과정을 거친 유언장은 가장 최우선적으로 반영된다.

세 모녀 측은 유언장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고 구본무 선대 회장의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합의장을 썼다”고 주장한다. “구광모 회장이 김 여사 등을 속였고, 결국 이런 기망 행위로 인해 모든 ㈜LG 주식을 구광모 회장이 상속받는 것으로 됐기 때문에 기존 상속은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구광모 회장 측은 합의서를 꺼내 들었다. 이미 유언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이 모두 구체적인 분할 내용에 동의했기에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재판에서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공개된 합의서에는 “본인 김영식(여사)은 고 화담 회장님(구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 여사의 서명이 담겨 있다.

구 회장 측은 “당시에는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가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각자 진정한 의사로 서명했고, 구 회장은 김 여사 등에게 어떠한 강제를 하지 않았다. 상속 자체에 김 여사 등 모두 동의했다”는 것이다. 5개월간 수차례 협의를 거쳐 상속 재산 분할 합의를 이뤄냈고, 구광모 회장 등 상속인들이 인감증명을 포함한 협의서를 작성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세 모녀 측은 차명 재산 존재 가능성과 구본무 전 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가 세 모녀에게 전달되지 않고 파기된 점 등을 거듭 문제 삼으며 ‘상속 과정의 위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구 회장 측은 “구본무 선대 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를 상속인들과 모두 거쳤다”고 맞서고 있다.

아직 세 모녀 측에서 확실한 증거를 공개하지는 못한 상황. 이번 사건에 정통한 A 변호사는 “민사소송은 원고에게 입증책임이 있고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주장과 해명을 듣고 판단만 내리는 입장”이라며 “민사소송의 원칙을 고려할 때 ‘유언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과 그 과정에서 구 회장 측이 속이려 했다는 등의 잘못을 입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언장이 없었다는 세 모녀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하고,
이에 따라 합의서를 무효로 판단하면 ‘장자 승계 원칙’이라는 LG그룹 내 가훈이 다툼의 대상이 된다.
‘여성 차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해석과
‘경영 경험이 없는 세 모녀 측의 욕심’이라는 반론이 공존하는 대목이다

 쟁점 2  3년 넘어 제기된 소송은 무효?

유언장 유무는 재판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언장이 없는 것을 몰랐다는 말이 거짓이기에 소 자체가 성립안 된다는 게 구광모 회장 측의 입장이다. 상속권 침해 여부를 알게 된 지 3년 안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이미 지났다는 것. 구광모 회장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민법상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은 상속권 침해를 안 날부터 3년인데 4년이 훨씬 지났고, 제척기간 경과에 따라 부적법하게 제기된 소송”이라고 맞섰다.

반면 이에 대해 세 모녀 측은 “유언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됐기에 소 제기는 성립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A 변호사는 “결국 재판부가 ‘유언장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는지’를 놓고 판단하는 부분이 될 텐데, 원고 측의 증거가 무엇인지가 판단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쟁점 3  장자 승계 원칙, 법적 효력 있나

유언장이 없었다는 세 모녀 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하고, 이에 따라 합의서를 무효로 판단하면 ‘장자 승계 원칙’이라는 LG그룹 내 가훈이 다툼의 대상이 된다. 헌법 등에서 남녀의 차별을 불허하고 있지만, 그동안 LG 등 일부 재벌가에서는 ‘여성은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내려왔다.

‘여성 차별’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해석과 동시에 ‘경영 경험이 없는 세 모녀 측의 욕심’이라는 반론이 공존하는 대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세 모녀 측은 처음 소를 제기할 때는 “경영권에 참여할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대로 된 상속이 아니기에 이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서환한(프리랜서) | 사진 : 일요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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