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학 '1학년부터 전과 허용' 빠르면 올해 3월 신학기부터
법령에서 학과 없애고 전과도 무제한 허용 가능해져
일반재정지원 평가 지표에 이미 담아 두고 드라이브
"서열화 완화 위해 대학 간 공동학위도 활성화해야"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빠르면 오는 3월 새학기부터 대학 신입생도 전공을 바꿀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전공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는 대학이 국고를 더 받아갈 수 있도록 일반재정지원사업을 설계해 뒀다.
14일 교육부와 정의당 정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학 1학년 신입생에 한해 다른 모집단위로 소속을 옮기는 전과를 금지해 왔던 규정을 철폐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이 빠르면 3월 전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지난해 6월28일부터 8월8일까지 입법예고를 마치고 국무조정실 규제심사를 거쳐 지난해 12월6일부터 법제처 법제 심사를 받는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1월 내에 일정을 마무리해서 신학기에 대학들이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담긴 여러 사항을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개정 전후 법령 적용에 필요한 관계 부처 간 협의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제처 심사가 끝나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 차례대로 상정되며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공포되면 즉시 시행된다.
개정안은 그간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2학년 이상인 학생'에 한해 같은 학년의 다른 모집단위로 소속을 옮기는 것을 허용했던 구절을 삭제한다. 학칙에서 허용만 한다면 입학 즉시 전공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대학의 기본 학문단위를 '학과'와 '학부'를 둔다고 정의해 왔던 조문도 폐지했다. 입학 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대학 재학 중에서도 전공의 벽을 완전히 허물고 융합교육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국고 인센티브를 연계해 무전공 입학정원 확대에 나서면서 대학가 움직임이 바쁜 가운데 '무제한 전과'도 빠르면 올해 안에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뿐만 아니라 복수 대학에서 동시에 수업을 듣고 공동 명의로 된 학위를 받는 것도 보다 용이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진 단일 대학 간 최대 2곳의 공동교육과정에 한해서만 허용해 왔다면 개정안은 하나 또는 둘 이상의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을 허용했다. 그동안 국내 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 수업을 들어 봐야 졸업 학점의 절반까지 밖에 채울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대학 간 협의가 있다면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게 했다.
교육부는 이미 재학 중 전공 선택권 강화 조처에 나선 대학이 국고 인센티브를 더 많이 받아갈 수 있도록 일반재정지원 평가 지표를 설정해 둔 상황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지난해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성과평가 지표 '교육혁신 전략 주요 추진 내용'으로 재학 중 ▲학생의 실질적 전공 선택권 보장 ▲전공의 벽을 넘는 융합교육 운영(연계·융합전공, 자기설계전공)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교육혁신 전략' 지표는 성과평가 총점 100점에 정성지표 절대평가 방식으로 80점을 차지했다. 대학이 여건에 맞게 학내 제도를 유연화하고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혁신적이면 높은 점수를 줬다.
평가 결과는 전국 단위인 S등급과 권역별 A·B·C등급으로 나뉘는데 A는 1.3, B는 1.0, C는 0.7을 곱해 국고 인센티브를 배분하고 S는 A에 500억원을 더 얹었다.
교육부는 올해 국고 인센티브 규모를 더 확대해 대학들의 전공 벽 허물기를 더 독려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올해 일반재정지원 사업 시안 정책연구진안에서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종전 30%에서 50%, 국립대학 육성사업은 40%에서 60%로 비중을 키울 예정이다.
올해 예산안을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인센티브에 해당하는 일반재정지원사업비는 대학혁신지원사업(총 8852억원) 4426억원과 국립대학 육성사업(총 5710억원) 3426억원을 합해 총 7852억원에 이른다.
교육부는 입학 단계에서 전공 벽을 허물어야 인센티브 지급 자격을 부여하고, 다시 무제한 전과 제도가 얼마나 파격적인지 평가해 국고 인센티브를 나눠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과 가능한 정원을 '무전공 입학'처럼 정량적으로 정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한 간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학생 모집 단계에서의 벽 허물기보다 재학생의 전과나 복수·융합전공 허용과 같은 실질적인 전공 선택권 보장이 정책적으로 더욱 중요하다"면서도 "학교별로 사정이 달라 양적 평가 지표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전공 선택권 확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드라이브를 거는 지점이 대학 내 벽 허물기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 간 공동학위도 활성화해야 대학 서열화 문제와 서울 쏠림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 분야 정책위원은 "교육부 조치들은 대학 내 전공의 벽 허물기에 머물러 아쉽다"며 "우리 고등교육의 병폐이자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대학 간 벽 허물기가 요구된다"고 했다.
송 위원은 "대학생의 선택권 증진과 대학 간 벽 허물기 등을 위해 대학생의 전학을 시범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법령 개정 후 협약을 맺은 대학이나 글로컬대학부터 시범 시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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