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소멸, 짙어진 위기의 그림자] ⑤ "신입생 없어요" 사라지는 학생 웃음소리
[제주를 움직이는 동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인구지형이 급변하며 제주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년층은 늘고 청년들의 혼인, 출산이 급격히 줄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경험해 본 적 없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인구소멸 위기의 그림자가 짙어진 제주의 현실을 조명합니다.]
인구 절벽 쇼크가 제주지역 교육 현장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요.
특히 제주 부속 섬과 읍면지역 학교는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존폐 기로에 놓인 상황입니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지역 소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20년 새 유·초·중·고 1만 3,647명 감소
최근 20년 동안 제주 학생들의 웃음소리는 계속해서 사라져갔습니다.
오늘(14일) 제주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도내 유·초·중·고등학교 학생 수는 8만 4,601명입니다.
2003년 학생 수가 9만 8,248명인 점을 감안하면 20년 새 학생이 1만 3,647명 줄어든 것인데요.
2022년(8만 5,792명)과 비교해도 지난해 학생 수는 1년 새 1,191명 감소했습니다.
학교급별로 보면 고등학교의 경우 2022년 대비 490명 증가했지만, 초등학교는 1,097명, 유치원은 356명, 중학교는 228명 각각 줄었습니다.
학생 수 부족 등의 이유로 1983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초 보흥분교장이 폐교한 이후 2009년 안덕면 서광초 동광분교장까지 도내 27개 학교가 교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지난해 가파초 마라분교와 한림초 비양분교, 추자초 신양분교 등 3곳은 신입생을 단 한 명도 받지 못했습니다.
재학생이 없어 수년째 휴교 중인 비양분교와 마라분교는 올해 역시 개교가 불투명한 실정입니다.
신양분교는 본교인 추자초에서 학생 1명이 전학을 오며 휴교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 '작은 학교' 살리기, 지역사회도 한뜻
90.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초등학교와 제주시 우도초등학교의 전교생을 합친 숫자입니다.
신입생이 각 45명인 두 학교는 모두 '작은 학교'로 분류됩니다.
제주자치도 교육균형발전에 관한 조례 등을 보면 학생 수 100명 이하 또는 6학급(특수학급 제외) 이하의 초·중학교는 작은 학교로 규정되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학생 수가 적은 와중에 신입생마저 줄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 두 학교는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매년 6명 수준이던 신례초 신입생은 올해 3명으로, 44명으로 예상되던 우도초 신입생은 37명으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우도초의 경우 학생 수가 2019년 58명에서 2021년 50명까지 감소하더니 지난해 45명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도내 초·중학교 159곳 가운데 57곳(35.8%)은 신례초, 우도초와 같이 작은 학교로 분류돼 있습니다. 3곳 중 1곳은 작은 학교인 셈입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 속에서 작은 학교 살리기에 지역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신례초는 지난해 1학기에 1인당 10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데 이어 최근 전교생에게 1인당 15만 원씩 장학금을 지원했습니다. 이는 총동창회와 지역 농·축협 등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또 유관기관과 마을단체의 협조로 신입생들에게 10만 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도초도 13개 기관의 지원으로 학생 1인당 55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했습니다.
여기에 도교육청은 교육균형발전 2단계(2024~2028년) 기본계획을 통해 작은 학교를 집중 육성학교로 지정하고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작은 학교에는 농어촌 학교 특색 프로그램 운영비가 1곳당 405만 원이 지급되고, 학교 운영 경상경비 10% 추가 지원 등이 이뤄집니다.
■ "소규모 학교 제2, 제3 가치 바라봐야"
그렇다면 학령인구 감소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사교육비 지원, 작은 학교의 안정적 정착과 교육 자율성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현장연구본부장은 "학령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출산율을 올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출산을 가로막는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출산율 저해 요인을 해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여기서 사교육비는 단순 과외비가 아니라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의 공공 유치원이나 보육 시설,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 등을 국가,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작은 학교와 관련해선 "경제적 효용성 때문에 작은 학교의 가치를 낮게 봐선 안 된다"며 "소규모 학교가 지역에 뿌리를 내림으로써 인구 유출을 막고 인구를 유입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는 "작은 학교가 자리를 잘 잡을 경우 학부모들로 하여금 아이 교육을 위해 정착해야겠다는 인식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며 "제2, 제3의 가치에서 작은 학교를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또 "소규모 학교가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교육 내용을 택할 때 관련 법령이나 제도, 정책이 저해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며 "아이들이 진학 등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면 효용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타지에서 교육을 받고 다시 돌아올 경우 거기에도 새로운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모든 건 아이와 부모들이 원하는 교육을 만들어야 하는데, 교육의 자율성이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지역들의 다양성도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재연(Replay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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