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한국인"...벨기에 입양동포의 뿌리 찾기와 치유

이정민 2024. 1. 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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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외 입양동포 가운데는 이런저런 이유로 입양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뿌리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마음을 치유해가는 과정이 되기도 하는데요.

벨기에 입양동포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혜선 베리켄 / 벨기에 입양동포 : 안녕하세요. 혜선이에요. 벨기에 사람이에요. 저는 만 49살이고 생후 13개월 무렵 입양됐습니다.]

[혜선 베리켄 / 벨기에 입양동포 : 1974년 1월 13일에 태어났다고 입양 서류에 나와 있어요. 1974년 8~9월에 보육원에 들어갔고 친부모에 대한 정보는 없죠. 11살 때 집에 불이 나 입양 서류가 모두 사라졌어요. 그전에도 양부모가 서류를 따로 저한테 보여준 적은 없었어요. 키워주신 어머니는 저에 대한 집착이 있었어요. 언젠가 제가 한국에 가서 어머니를 버릴 거라는 말을 하곤 했죠. 저는 한국에 가지 않을 거라고 하고요. 당시 저 자신을 벨기에 사람으로 생각했거든요. 11살 무렵 양부모가 이혼하고 양아버지와는 15년 이상을 연락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람들과 애착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아버지라는 존재로부터 두 번 버림받은 거니까요. 사람들에게 정을 잘 못 줬어요.]

[혜선 베리켄 / 벨기에 입양동포 :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한인 입양인 모임에 가면서 시작됐어요. 살면서 동양인들이 모여있는 곳에 처음 간 건데, 편하게 느껴졌어요. 예전에는 동양인이나 입양인이 곁에 있으면 저랑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서 피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게 이상하더라고요. 딸이 13살 때 BTS 무대를 처음 봤는데, 그 이후로 BTS 노래만 듣더라고요. 그런 딸의 모습을 통해 저도 한국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K-팝을 듣기 시작했어요. 올해 딸이랑 벨기에에서 열린 '에이티즈' 콘서트에도 다녀왔죠.]

[혜선 베리켄 / 벨기에 입양동포 : 한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편안했어요. 어떤 마음인지 잘 설명이 안 되지만, 너무 편안했고 여행도 재미있었어요. 한복 입고 궁에도 가고 부산이랑 전주도 다녀왔죠. 지금은 한국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은 것 같아요. 한국 문화나 한국식 교육을 받지는 못했지만, 한국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게 됐어요. 한국인 뿌리가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죠.]

[혜선 베리켄 / 벨기에 입양동포 : 4년 전 벨기에 대사관에서 가족을 찾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했어요. 친가족을 만난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원망하는 마음은 없어요. 그저 입양을 보내야 했던 사연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보육원을 나와 혼자 살아남아야 하는 한국 아이의 삶은 훨씬 더 어려웠을 거예요. 그래서 이런 선택을 해준 친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YTN 이정민 (jminlee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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