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만이 구세주”...아이오와 농촌의 ‘성난 백인들’ 요지부동
헤일리·디샌티스 외곽 지역 막판 공략 나섰지만
“트럼프만이 구세주, 헤일리·디샌티스는 속물”
미국 대선(11월 5일)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 대회·15일)를 이틀 앞둔 13일 오후 1시쯤 공화당 대선 후보 론 디샌티스(45) 플로리다 주지사가 청바지 차림으로 아이오와주(州) 외곽 애틀랜틱의 한 식당에 마련된 유세장에 들어섰다. 전날 폭설로 도로 곳곳이 마비된 탓에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은 인근 마을 회관에서 예정됐던 현장 유세를 취소했지만, 지지율 하락으로 고심하는 디샌티스는 이날 아이오와 외곽을 훑으며 ‘막판 표심’ 공략에 나섰다. 트럼프를 추격하는 ‘후발 주자’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대사도 현지 대면 일정 세 건은 온라인 행사로 대체했지만, 캠프 봉사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들 집 문을 직접 두드리면서 설득하는 ‘지상전’을 진행했다.
디샌티스와 헤일리가 아이오와주 외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성난(angry) 백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다. ‘성난 백인들’은 2016년 정치 신인에 가까웠던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이끈 한 축인 백인·남성·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유권자들을 뜻한다. 흑인·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이 늘며 주류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분노, 이민자 유입으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불만, 낙태·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거부감이 큰 이들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고 외치면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시간·오하이오·펜실베니아 등 중서부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 쇠퇴 지역)의 저학력 블루칼라 백인 남성이 성난 백인들의 주축이다. 올해 미 대선 첫 코커스가 열리는 아이오와도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 가운데 하나다.
‘미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애틀랜틱·분·어번데일 등 아이오와주 외곽 농촌·공업 지역의 공화당 지지자들을 만나본 결과, 민심(民心)은 트럼프 쪽으로 쏠려 있었다. 이들은 디샌티스와 헤일리는 “우리와 다른 속물들”이라며 “어떤 설득으로도 우리 마음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애틀랜틱의 디샌티스 유세장 인근 주유소에서 만난 40대 트럭 운전사 게이츠씨는 “머리에 오일을 기름지게 바른 디샌티스의 번지르르한 이미지는 우리 같은 사람들과는 체질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11일 분의 한 술집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미국의 문제를 해결해 줄 구원자는 트럼프밖에 없다”고 했다. 술집의 또다른 남성은 “다 오바마 때문”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임기 중) 불법 이민자와 범죄가 늘었다. 동성애를 허용하고, 낙태를 합법화하자고 하면서 미국의 가치를 훼손시켰다”고 했다. 술집 손님 대부분은 50·60대였다. 대학 졸업자 등 젊은 층이 다른 주로 잇따라 떠나면서 아이오와는 점점 더 고령화·우경화되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성난 백인들’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2016년 2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에게 28% 대 24%로 패배했다. 조직력과 전략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는 13일 발표된 아이오와 지역 일간 디모인레지스터와 NBC방송 여론조사에서 48%의 지지율을 기록, 헤일리(20%)·디샌티스(16%)를 크게 앞서고 있다. 특히 대학 학위가 없는 아이오와 주민 가운데 트럼프의 지지율은 61%로 압도적으로 높다.
선거 당일인 15일 이날 아이오와주 기온은 영하 30도 안팎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아이오와주 도심 디모인에 지난 1주일간 내린 눈은 56.6㎝로, 1941년 이후 최대 적설량이다. 강풍까지 동반한 맹추위가 예상되면서 캠프들은 지지자들을 당원대회 장소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1500개 이상의 학교·교회 등 당원대회 장소에 당원들이 모여 토론을 거쳐 지지 후보와 전당대회에 참석할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선출한다. 트럼프 캠프는 선거 당일 투표장에 유권자들을 데려다줄 운전기사도 준비했다. 8년 전에 비해 철저한 조직력으로 무장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이오와주 코커스는 약 300일에 걸쳐 이어질, 올해 미 대선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공화당 첫 경선이다. 당원들은 자신의 투표를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 악천후를 뚫고 와 끝까지 남을 골수 지지층의 비율이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출마가 거의 확실한 민주당의 경우 다음 달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시작으로 경선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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