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수현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사에 눈물 흘렸죠"
첫 한국영화 '보통의 가족' 올해 개봉…"변화무쌍하게 활동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마에다에게 장태상이 '구차하더라도 살아남아야 하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리허설 때부터 눈물이 쏟아졌어요.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경성크리처'에서 일본인 마에다 유키코를 연기한 배우 수현은 작품의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마에다와 주인공 장태상(박서준 분)이 대치하는 부분을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수현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동료를 배신한 것도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 한 일이었고 누구도 탓할 수 없다는 태상의 말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들렸다"고 했다.
정작 수현이 연기한 마에다는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다. 수현은 "그 장면에서 여러분이 보신 제 얼굴은 한참 울고 난 얼굴"이라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
'경성크리처'는 광복을 몇개월 앞둔 1945년 일제 치하의 경성(지금의 서울)에서 일본군이 조선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 끝에 괴물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다룬다.
수현이 연기한 마에다는 경성 경무국 경무관 이시카와의 아내이자 일본군 고위 간부의 딸이다. 극 초반부에는 비밀스러운 인물로 그려지고 주인공 태상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마에다가 일본군이 자행한 생체실험을 후원해왔으며 모든 사건의 흑막이었던 사실이 드러난다. 마에다는 마지막까지 태상과 윤채옥(한소희)의 발목을 잡는다.
수현이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언급한 부분은 후반부에 해당하는 9회에 등장한다. 마에다는 태상이 아끼는 동료들이 모두 태상을 배신해왔다고 폭로하면서 '쓰레기들'이라고 매도하는데, 태상은 오히려 그들을 두둔한다.
수현은 이 장면에서 분노에 차 태상을 향해 점점 언성을 높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마에다의 모습을 연기했다. 드라마 내내 극히 절제된 감정만 드러내다가 순식간에 감정을 폭발하듯이 쏟아내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수현은 "초반에는 종이를 구기거나 전화를 받거나 하는 식으로 뒷모습만 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어떤 악행을 저질러왔는지 밝혀지기 전까지 마에다는 의문의 대상으로 비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수현은 "(앞서 언급한) 태상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말문이 트인 것처럼 감정을 실어서 말을 쏟아낸다"며 "그 장면 전까지는 최대한 힘을 빼고 예쁜 소리로 말하려고 신경 써가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긴장감과 생동감을 불어넣은 이 같은 연기의 배경에는 배우의 면밀한 캐릭터 분석과 노력이 있었다.
수현은 "기모노를 입는 데만 한 시간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무릎을 꿇고 다과를 먹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다도 수업만 다섯 시간 들었을 정도로 모든 것이 의식을 치르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가 특히 정성을 기울인 것은 일본어 공부였다고 한다. 수현은 "매주 두세 번씩 화상으로 일본어 수업을 들었다"며 "일본어 선생님이 세 분 계셨는데, 제가 제일 수업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수현은 또 "마에다는 '경성크리처'의 여러 일본인 캐릭터 중에서도 유일하게 교토 방언을 쓴다는 설정이라 준비할 게 더 많았다"며 "교토 사투리는 특히 말씨가 예쁘고 돌려 말하는 특징이 있다고 해서 많이 공부했다"고 회고했다.
어눌하던 마에다의 한국어 발음이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점차 능숙해지는 것도 수현의 인물 분석에 따른 결과라고 한다. 그는 "마에다도 한국말을 할수록 점점 능숙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부분을 반영하자고 감독님께 제안했다"고 말했다.
마에다는 드라마 후반부에서 남편 이시카와가 죽어간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냉혹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면서도 태상에게 끊임없이 손을 내밀고 태상이 주변 사람들을 저버리길 바란다.
이런 마에다의 행동과 성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묻자, 수현은 "마에다는 '컨트롤 프릭'(Control Freak·통제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수현은 마에다에 대해 "모든 사람과 모든 상황이 자신의 통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납득하지 못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며 "태상을 위해 조언을 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자 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마에다가 태상을 향한 마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마에다는 자신과 동급으로 여기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태상만이 마에다 자신과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태상에게 집착하던 마에다는 시즌1 말미에 자신이 멸시하던 조선인들에게 반격당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전락한다. 마에다가 시즌2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2005년 한중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모델 활동을 시작한 수현은 2006년 SBS 드라마 '게임의 여왕'으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그는 한국보다 외국에서의 활동으로 더 얼굴을 알렸다. 2015년 마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출연해 화제가 됐고, 아직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인 2014∼2016년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마르코 폴로'에 여전사 쿠툴룬 역할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수현은 미국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한 지 7년여 만에 한국 넷플릭스 작품인 '경성크리처'에 출연했다. 또 첫 한국 영화 출연작인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이 올해 개봉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활동하다가 해외로 진출하는 일반적인 한국인 배우의 행보와 정반대다.
그는 "저는 도전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즐기는 편"이라며 끊임없는 도전을 예고했다.
"앞으로 나올 작품들에서도 제가 변신하는 모습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항상 그렇게 변화무쌍하게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jaeh@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우리집에 가자"…초등생 유인하려던 50대 '코드0' 발령해 체포 | 연합뉴스
- '마약 자수' 김나정, 필리핀서 귀국 직후 양성반응…경찰 조사(종합) | 연합뉴스
- 영동 농로서 50대 남녀 숨진 채 발견…여성은 복부 자상 | 연합뉴스
- '동생살인' 60대, 법정서 부실수사 형사에 돌연 "감사합니다" | 연합뉴스
- '기찻길이 도로인 줄' 타이어 펑크난 채 선로 달린 만취운전자 | 연합뉴스
- [수능] 국어지문 링크에 尹퇴진집회 안내…경찰 "해킹아닌 도메인 구입"(종합2보) | 연합뉴스
- 이영애, '김여사 연관설' 제기 유튜버 화해거부…'끝까지 간다' | 연합뉴스
- [수능] '노이즈' 40번 이상 반복 등장한 국어 지문…"로제 아파트냐"(종합) | 연합뉴스
- 가족 앞에서 헤어진 여친 살해, 34세 서동하 신상 공개 | 연합뉴스
- 등교하던 초등생 머리 박고 도주…'박치기 아저씨' 검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