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하늘에 시속 300㎞ ‘고정익기’ 띄운다는데…왜?
기존 투입된 ‘회전익’ 헬기보다 비행 능력 월등
높이, 멀리, 빠르게 날면서 지상 관측 가능
생명체 징후 탐색·인간 정착 가능성 연구 탄력
앞뒤로 나란히 배치된 날개 2개를 가진 비행기가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다. 이 비행기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프로펠러가 장착됐다. 무려 14개다.
날개 길이 자체도 동체에 비해서 매우 길다. 글라이더를 연상케 한다. 날개와 동체 위에는 검푸른 태양광 전지판이 빈틈없이 깔려 있다. 여러모로 특이하게 생긴 비행기다. 비행기 아래 풍경은 척박하다.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다.
이 장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이달 초 개발 계획을 발표한 지구 밖 천체 탐사용 무인 항공기 ‘매기(MAGGIE)’의 상상도다. 미래에 매기가 날고 있는 장소로 묘사된 곳은 태양계의 4번째 행성인 화성이다.
매기에서 주목할 점은 날개 형태다. ‘고정익’을 달고 있다. 현재 화성에서는 매기처럼 동체 옆에 날개가 딱 붙어 있는 고정익 비행기는 날아다니지 않는다. 동체 꼭대기에서 날개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헬리콥터 형태의 ‘회전익’ 비행기만 있다.
NASA는 회전익보다 비행 능력이 좋은 고정익 비행기 매기로 화성 탐사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을 찾고, 인간 정착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구에 속도를 붙이겠다는 의도다.
1000m 고공비행 거뜬
이달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 띄울 새로운 공중 탐사 장비인 매기에 대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매기는 미국 민간기업 ‘코플로우 제트’가 NASA에 개발을 제안한 무인 비행기다.
매기의 가장 큰 특징은 화성 하늘에서는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고정익 비행기라는 점이다. 동체 양옆으로 사람 팔처럼 삐죽이 튀어나온 날개가 움직이지 않고 붙어 있다. 지구 공항에서 흔히 보는 여객기가 고정익 비행기다.
반면 회전익 비행기는 날개가 동체 머리 위에서 뱅글뱅글 돌아간다. 헬리콥터가 회전익 비행기다. 화성에는 회전익 비행기가 이미 있다. NASA가 개발해 2021년 4월 화성에서 첫 비행을 시킨 ‘인제뉴어티(Ingenuity)’다. 3년 가까이 정상 작동 중이다. 현재까지 70번 넘게 이착륙했다.
인제뉴어티가 별 탈 없이 잘 작동하는데도 NASA가 고정익을 단 매기를 개발하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매기는 우선 높이 날 수 있다. 고도 1000m까지 올라간다. 반면 인제뉴어티 최고 상승 기록은 24m에 그친다. 매기가 42배나 높이 비행할 수 있다. 매기가 속리산 정상(1058m) 근처 높이를 비행할 때 인제뉴어티는 겨우 아파트 8층 높이를 떠다니는 셈이다.
넓은 시야로 빠른 탐사 가능
매기는 멀리 난다. 배터리를 완전 충전한 뒤 이륙하면 179㎞를 착륙 없이 이동한다. 지구로 치면 서울에서 강원도 정동진까지 거리를 한 번에 날아간다는 뜻이다. 인제뉴어티 최장 이동 거리(705m)의 무려 254배다.
매기는 속도도 빠르다. 시속 306㎞에 이른다. 반면 인제뉴어티는 최고 시속 36㎞다. 속도로 보면 매기는 고성능 스포츠카에, 인제뉴어티는 자전거에 가깝다.
이렇게 높이, 멀리, 빨리 날 수 있는 힘은 매기 날개가 고정익인데서 비롯된다. 항공역학적으로 고정익은 회전익보다 양력(위로 뜨는 힘)을 만들기도, 비행 속도를 끌어올리기도 쉽다.
게다가 매기에는 무려 14개의 프로펠러가 달렸다. 날개와 동체를 빽빽하게 덮은 태양광 전지판에서 생산하는 전기로 프로펠러를 돌린다. 다수 프로펠러의 회전력이 양력을 극대화한다. 고정익에 프로펠러의 힘까지 더해지며 길이 1.2m짜리 회전익 2개를 교차로 휘저어 하늘을 나는 인제뉴어티보다 훨씬 나은 성능을 구현했다.
이를 종합하면 매기는 고공에서 넓은 시야로, 장거리를 비행하며, 화성 지상을 신속하게 관측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NASA는 이번 발표에서 매기의 날개 길이 등 구체적인 제원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NASA는 화성에서 매기를 이용해 생명체의 흔적, 그리고 인간의 정착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NASA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메탄 같은 특정한 기체의 발생원을 조사하고 지하에 묻힌 얼음 분포를 알아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에서는 메탄을 생명체가 뿜는 일이 많다. 메탄 농도와 발생원 등을 확인한다면 화성 생명체 연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얼음을 찾아 식수 등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면 화성 개척 계획에 중요한 전환점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NASA는 “매기의 비행 능력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화성 지표면 전체를 아우르는 연구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