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볼넷 없었나… 박종훈 장점은 로봇 심판과 찰떡? 이숭용 선발 경쟁 기회 준다

김태우 기자 2024. 1.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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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SSG 선발진의 반등 포인트로 손꼽히는 있는 박종훈 ⓒ곽혜미 기자
▲ 이숭용 감독은 박종훈에게 선발진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의욕을 가지고 시작한 1년이었지만, 오히려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이라고 할 만큼 성과는 좋지 않았다.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는 냉정했다. 그리고 프로는 결과만 기억하는 곳이다. 박종훈(33‧SSG)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경기장에 들어오는 길에는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2021년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은 박종훈은 2022년 적응기를 거쳐 2023년부터는 본격적인 자기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래도 부상 전에는 다섯 시즌 연속 풀타임 선발 투수였다. 부상 직전의 투구 내용은 경력에서 가장 좋았다. 그 사이 5년 총액 65억 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하기도 했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복귀 후 그 기대치를 채운 적은 없었다.

여러 문제가 있었다. 정통파 언더핸드로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만큼 차고 들어오는 힘이 좋다는 ‘극찬’을 받았던 투수였다. 하지만 수술 후 그 구위가 떨어졌다. 예전처럼 낮은 위치에서 공을 던지지도 못했다. 박종훈의 강점인 커브의 각이 밋밋해졌다. 이를 고치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끝내 정상 궤도에 올라오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쳤다.

변화도 많이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위의 권유를 어린 아이처럼 모두 받아들였지만 정작 맞는 게 없었다. 이렇게 던져보기도, 저렇게 던져보기도, 투구 폼을 끊어 던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 성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궤도에서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누구도 악의는 없었고 선수를 포함해 다 노력했다. 그러나 꼭 선의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숭용 신임 감독은 박종훈의 2024년, 그리고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감독은 지난 2년의 실패보다는 박종훈의 장점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타자 출신인 이 감독은 타자들이 볼 때 박종훈이 어떤 점에서 까다로운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 감독의 진단은 단순하다. 단점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장점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종훈의 최근 과제는 ‘낮게, 낮게’였다. 제구가 안 좋다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박종훈이 제구가 좋아 성공한 투수가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실제 박종훈은 잘 던질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항상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이 많은 투수였다. 볼넷이 적어, 도루 저지가 적어 성공한 투수가 아니었다. 이처럼 박종훈이 자신감을 찾길 바라는 이 감독의 보직 활용법은 아주 명확하고 단호하다. 이 감독은 “선발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단언했다. 일단 선발 자원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박종훈이 올해부터 전격 도입될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 시대에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퓨처스리그에서 ABS를 경험한 일부 투수들은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하지만, 높은 쪽이 약간 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야구계에서도 “높은 쪽에 힘 있는 공을 잘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언더핸드인 박종훈과 높은 코스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접점이 있다. 바로 커브다.

▲ 박종훈은 비시즌 철저한 감량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이숭용 감독은 박종훈이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SSG랜더스

박종훈의 커브는 타자의 무릎 아래 높이에서 갑자기 치솟는다. 때로는 존에 들어가게 설정할 수도 있고, 때로는 눈높이까지 올라오기도 한다. 예전에는 높은 쪽으로 치솟는 커브의 포구 위치가 너무 높아 볼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ABS 시스템은 조금 다르다. 일정 기준선에서 존을 통과하면 포구 위치와 관계없이 스트라이크다. 즉, 떠오르는 폭이 클수록 더 유리할 수 있다.

박종훈의 성실함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 감독은 “박종훈의 커브에 스트라이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타자들로서는 대처가 굉장히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흥미를 드러냈다. 타자로서는 정타를 맞히기 쉽지 않은 궤적인 데다 다음 공의 포석도 된다는 것이다. ABS 시스템에서 굳이 ‘낮게 낮게’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이 감독의 역발상이다. 비시즌 동안 체중을 많이 감량하고 2024년을 벼르고 있는 박종훈이 이 감독의 주문을 잘 수행하며 재기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주문은 단점 보완보다는, 장점 살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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