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쟤 미쳤다…왜 저러냐” 한화 39세 불펜 레전드가 그렇게 탄생했다, 시원한 욕과 함께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 쟤 미쳤다. 쟤 왜 저러냐.”
한화 플레잉코치 정우람(39)은 SK 와이번스 시절, 그러니까 김성근 전 감독 초창기 시절으로 회상했다. 최고참 정우람이 20대 초반이던, 혈기왕성한 시기였다. KBO리그 대표적 철완. 그러나 당시는 덜 여물었던 시절이다.
정우람은 지난 12일 김태균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의 유튜브 채널 김태균[TK52]에 출연, 김태균과 떡국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명품 서클체인지업 탄생의 기원(?)을 자연스럽게 얘기했다. 약 2개월간의 2군행이 계기였다.
정우람은 “1점차로 이기고 있었다. 7~8회에 올라갔다 KIA전이었는데 연속 볼넷 4개를 줬다.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못 던지고. 그런데 그 어린 마음에, 그때 선배도 많고 덕아웃 들어오면서 욕을 한 거죠. 큰소리로”라고 했다.
당시 SK에 이호준, 박경완, 박재홍, 김재현 등 쟁쟁한 베테랑이 주름잡고 있었다. 정우람이 강판한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욕을 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었다. 정우람은 “선배들이 ‘야, 쟤 미쳤다. 쟤 왜 저러냐’고 했다. 선배들도 벙 쪘다. 그대로 (라커룸에) 들어가버렸으니까. 그걸 김성근 감독님이 본 거죠”라고 했다.
정우람은 김성근 감독이 선수의 팀 케미스트리를 깰 수 있는 돌발행동을 매우 싫어한다고 했다. 딱 그런 행동이었다. 정우람은 “너무 크게 욕을 했다. 그땐 약간 미쳤었나 보다. 그때 2군에서 2달 넘게 있었다. 다신 1군에 못 올라갈 줄 알았다. 군대를 가거나, 내가 더 노력을 해서 기술을 하나 늘리거나”라고 했다.
이때 젊은 정우람은 탁월한 선택을 했다. 그는 “그때 빨리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내가 필요한 게 뭔지 판단해서, 그때 탄생한 게 체인지업이다. 2군에 최일언 투수코치님도 있었고, 체인지업 던지는 후배들에게 가서 다 물어봤다. 가르쳐달라고. 그걸 한 2달 동안 연습했다. 이건 가운데로 던져도 웬만하면 몇 번은 속겠다 싶었다. 밋밋하더라도 타이밍을 빼앗겠다고 느껴서. 나중에 가을, 겨울 캠프 때 5000개 가까이 던진 것 같다”라고 했다.
2군에서의 의식 변화가, 오늘날 KBO 투수 통산 최다등판 1위(1004경기)에 오른 비결이었다. 아울러 통산 197세이브, 145홀드 금자탑의 시작이었다. 서클체인지업이란 확실한 무기가 생기자, 자연스럽게 목표의식이 생겼다.
정우람은 “내가 우승시킨다, 내가 경기도 제일 많이 나가고, 내가 홀드왕도 하고, 2~3달 내내 야간 연습을 하면서, 계속 주문을 그렇게 했다”라고 했다. 그렇게 SK 왕조의 질주에 일조했고, FA를 통해 많은 돈도 벌었다.
정우람은 플레잉코치로 새출발한다. 그러나 선수보다 코치에 방점을 찍은, 연봉만 선수 기준으로, 등록만 선수로 한 케이스다. 이제 그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일이 주요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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