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사고도 형사처벌, 나만 몰랐나?”…12대 중과실 포함, 하지만 이럴 땐 ‘아냐’ [어쩌다 세상이]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4. 1. 1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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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과 교통사고 인과관계 없으면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 받지 않기도
[사진 제공 = 연합뉴스]
교통사고를 내 상대방이 다쳤다고 해서 항상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해 뒀다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을 위반한 경우, 상대방이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은 경우, 그리고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 등이 아니라면 민사로 손해배상 문제만 남게 됩니다. 물론 민사 부분은 보험사가 대부분 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 또는 횡단보도 내 사고의 경우 12대 중과실 위반 사고가 된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과속의 경우도 12대 중과실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서 과속은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20km 초과해 운전한 경우를 말합니다.

따라서 과속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12대 중과실 위반에 해당돼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과속을 하다가 사고가 났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과속과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다시 말해 과속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과속을 한 운전자에게 형사책임을 물릴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드물긴 하지만 이런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면 과속한 운전자의 형사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게 됩니다. 이 때문에 상대 운전자가 과속한 운전자의 자동차보험에서 손해배상을 아예 받을 수 없게 되는 다소 엉뚱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모든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합니다. 경미한 부상이라면 괜찮겠지만 심각한 부상이라면 경제적으로 문제가 많아지겠죠.

과속 운전 중 사고가 났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된 사례를 소개합니다.

택시운전사 A씨는 편도 2차선 도로에 진입하던 중 해당 차선을 주행 중이던 오토바이 운전자와 잠시 창문을 내리고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그 후 바로 차량을 이동해 한동안 도로를 주행하는데 갑자기 조수석 쪽에 ‘쿵’하는 소리가 들려 차를 멈추고 확인해 보니, 실랑이를 벌였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부딪쳐 바닥에 넘어져 있었습니다.

이후 차량 후면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보니 오토바이 운전자는 실랑이 후 A씨를 위협하고자 계속 쫓아왔고 다른 차량을 요리조리 추월해 결국 A씨 차량의 근처에 와서는 중심을 잃으면서 충돌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고 당시 음주상태였습니다.

A씨는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수사기관은 A씨를 조사한 후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법원에 기소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고 당시 A씨가 제한속도의 2배가 넘는 속도로 주행 중이었기 때문입니다.

A씨는 법원에 가서도 무죄를 주장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가입한 자동차보험의 보험사에 사고 경위를 얘기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치료비 지불보증 등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함께 일러뒀습니다.

재판에서 사고 영상이 분석돼 제출됐는데, 분석 기관은 과속이 사고의 원인이 됐는지 알 수 없다고 회신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내용을 기초로 A씨가 과속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과속과 관계없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 인정해 A씨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오토바이 운전자는 음주와 과속으로 처벌을 받았습니다.

A씨와 오토바이 운전자가 모두 각각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로 재판을 받은 사건입니다.

A씨의 사례처럼 12대 중과실 위반 사실이 있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교통사고 발생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꼭 주변의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보험접수 여부도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교통사고 발생에 본인의 과실이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본인이 가입한 자동차보험 보험사에 그 취지를 미리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보험사가 상대 운전자에게 배상을 해준 사실을 과속 운전자에게 불리한 사실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염두에 두는 게 좋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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