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억 달러 항모, 대만의 100만 달러 미사일로 맞설 수 있다”
미·중 패권 다툼의 상징이 된 대만에서 13일 친미(親美)·독립 성향 라이칭더가 총통에 당선됐다. 이에 따라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세와 세계 기술·무역·군사 지형이 빠르게 바뀔 전망이다. 한반도 주변의 안보·경협 환경도 영향을 받게 된다. 선거 이후 대만 전망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이 기사는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국방전략자원연구소장 쑤즈윈(蘇紫雲) 인터뷰다.
-대만 선거 직후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위협에 나설까.
“중국은 올해 10월 이후 열리는 국내 대형 정치 이벤트(중공 20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 회의) 전까지 대만에 대한 강도 높은 군사 위협은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 지도부는 선거 직후 대만 압박의 필요성을 느끼겠지만, 중국 본토로 대만 제품 수출을 막는 등의 경제 제재를 가하거나 외교 수단을 동원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나친 대만 압박 공세가 중국에 대한 주변국의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것이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는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 사이에 7차례 전체회의를 개최하는데 올해는 10~11월에 중공 20기 4중전회가 열릴 전망이다.)
-중국이 최초로 해군 장성을 국방부장(장관) 자리에 앉힌 것은 대만해협 압박 강화의 신호 아닌가.
“리상푸 전 국방부장(지난해 10월 낙마)의 후임으로 둥쥔 전 해군사령관이 임명된 것은 오히려 대만해협 군사 긴장을 관리하겠다는 신호다. 둥쥔은 해군의 수장이었지만, 실제로는 ‘참모형 인재’ ‘책상형(書桌型) 리더’였다. 유력하게 거론됐던 국방부장 후보 가운데 류전리 중국군 연합참모부 참모장은 베트남 실전 경험이 있는 전투형 군인이고, 대만을 담당하는 동남군구 소속 허웨이둥은 대만을 겨냥한 강경책을 상징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둥쥔 발탁은 그런 메시지들을 피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반중 노선을 선택한 대만에게 어떤 식으로 보복할까.
“중국은 대만에 대해 인지작전, 경제 협박, 회색지대 위협 3가지를 이용해 압박한다. 각종 매체를 동원한 선전과 경제 제재, 충돌에 이르지 않는 군사 위협을 말한다. 대만 민주 제도가 이런 중국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지 전 세계가 보고 있다.”
-라이칭더는 집권 이후 중국에 강경하게 맞설까.
“라이칭더는 도발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국방 능력을 빠르게 키우려고 할 것이다. 양안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 능력이다. 중국 공산당은 초(超) 현실주의다. 대만의 방위 능력이 충분하다면 중국의 침공 가능성이 낮아진다. 덧붙이자면 대만이 중국을 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중국이 대만을 적으로 간주했다.”
-중국은 대만의 국방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만은 우크라이나·이스라엘과 달리 행운을 타고났다. 섬이라서 육로로 기습 공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을 지켜야 하는 한국에 비해서 손쉽게 외부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 방공미사일 등을 이용해 중국과의 군사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대만의 국방비는 얼마나 지출해야 안전할까.
“GDP의 3% 수준(현재 2.5%), 180억 달러 규모가 이상적이다. 중국 국방비의 15분의 1 수준이지만, 군사력은 ‘규모’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비대칭 전력을 키우면 된다. 중국의 항공모함 한 대에 10억달러가 필요한데, 이를 막기 위한 미사일은 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보통 대만해협에서 항공모함 한 대를 막기 위해 매번 6개의 미사일이 필요한다고 추정한다.
-대만은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가.
“대만은 한국과 일본, 호주 국방비 증가 사례를 참고하면서 군사 개혁을 하는 중이다. 대만은 국방비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중국군을 막기 위한 충분한 양의 미사일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데, 현재 2000개인 장거리 방공 미사일 개수를 최소 4000개까지 늘리는 것이 급선무다.”
-시진핑 정권은 이전 중국 정권에 비해 대만에 얼마나 위협적인가.
“시진핑 정권은 무섭지 않다. 후진타오 정권과 달리 대놓고 근육을 자랑하기 때문에 관찰과 대비가 가능하다.”
-중국이 미국과의 군사 소통을 예상 외로 빨리 회복한 이유는.
“경제를 빨리 회복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중국 경제 20%는 수출에 기대고 있는데 제일 큰 시장은 미국, 두번 째로 큰 시장이 EU(유럽연합)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 샌프란시스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실용적인 태도를 보여주며 대화에 나섰고, 미·중 군사 채널 회복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시진핑은 지금 내부 문제 해결도 벅찬 상황이다.”
-외부를 상대하는 중국의 군사 전략은 무엇인가.
“탄탄다다, 다다탄탄(談談打打, 打打談談·대화하다 싸우고, 싸우다 대화하는 전략). 중국군은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제3항모인 푸젠호의 모습을 공개했다. 둥쥔 임명으로 누그러진 태도를 보여준 동시에 해군의 힘을 과시한 것이다.”
-왜 대만 선거가 한국 등 주변국에 중요했다고 보나.
“대만해협의 안정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일본 에너지의 90%, 한국 에너지의 63%가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대만해협의 안정에 이들 국가의 안보와 경제 이익이 달려 있는 셈이다. 또 민주 대만이 존재해야 이란·러시아와 함께 다른 나라에 강경한 태도를 일삼는 중국의 힘을 견제하기 수월해진다. 사실상 대만이 중국의 샌드백이 되어주며 다른 민주 국가들에게 영향력 행사를 제어하고 있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장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
“대만이 ‘중국의 하와이’가 된다고 생각해보라. 대만 동부 화롄기지를 이용해 중국군이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히며 한국과 일본의 해상 운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중국의 군사력은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가.
“육군에서 해군 증강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단지 대만을 상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군함을 더 많이 만들어 해양 운수를 원활하게 하고 해상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목표도 있다. 중국은 현재 제1 도련선 돌파에 성공했고, 이를 안정화하는 동시에 제2도련선의 제해권 장악을 추구하고 있다. 제2도련선 돌파는 5년 안에 가능할 전망이다. 관건은 솔로몬제도와 키리바티에 해군 기지를 세워 중국 군함과 군용기가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중국과 이들 국가의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열도선이란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정해 놓은 단계적 군사전개 권역이다. 미국과 일본 입장에선 중국 해군력의 팽창을 저지해야 하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중국 근해인 제1 열도선은 쿠릴 열도~일본~대만~필리핀을 잇는다. 현재는 제2열도선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제2 열도선은 오가사와라~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로 연결된다.)
-대만이 올해부터 군 복무기간을 기존 4개월에서 8달 늘려 1년으로 바꾼다.
“중국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환상이 깨진 영향이다. 대만 민주화 이후 군 복무 기간을 2년에서 4개월까지 줄였다가 최근에 차이잉원 정부가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해 1년으로 늘렸다. 4개월이란 기간은 체계적 훈련을 받기에 짧지만 1년이면 충분하다. 유럽의 핀란드·스위스 등도 군 복무기간이 12개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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