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25% 붙여도 싸"…전기차로 수출 1위 된 中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4. 1. 1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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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항만에서 선적 대기 중인 자동차/AFPBBNews=뉴스1
새해 벽두부터 BYD의 순수전기차(BEV) 판매가 테슬라를 앞질러 세계 1위가 됐다는 소식이 글로벌 경제지마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지난해 4분기 BYD는 순수전기차 52만6409대를 판매하며 48만5000대를 판매한 테슬라를 앞질렀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포함한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BYD가 테슬라를 넘어선 지 오래다. 순수전기차도 BYD가 테슬라를 앞지르는 건 시간 문제였다.
3009만대, 950만대, 491만대
2022년 BEV와 PHEV를 합쳐서 186만대를 판매한 BYD는 2023년 판매목표로 300만대를 설정했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보였지만, BYD는 가격할인과 판촉전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며 302만대를 팔아 치웠다. 지난해 테슬라의 판매량 181만대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BYD는 300만대 돌파를 자축하며 판매 목표를 달성한 딜러에게 대당 666위안(12만원)의 포상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포상금은 20억위안(36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는 BYD뿐 아니라 중국 자동차산업에 유독 호재가 많았다. 지난 11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 발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3009만대, 전기차 판매량은 950만대를 기록했다. 또 중국 자동차 수출은 491만대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 자리를 차지할 게 확실시된다. 3가지 수치 모두 사상 최고치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증가하며 처음 3000만대를 넘어섰는데, 판매 증가의 1등 공신은 수출이다(중국은 내수시장 판매와 해외수출을 더한 자동차 판매량을 발표한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58%, 대수로는 180만대 늘어난 491만대를 기록하며 판매 증가를 견인했다. 또 자동차 수출의 효자 품목은 전기차다.

결국 3가지 수치 모두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금 중국 전기차 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네이쥐안(內卷)'이다. 직역하면 '안으로 감긴다'는 의미인데 극심한 경쟁으로 고강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를 뜻한다.

지난해 초 테슬라가 불지핀 가격인하 전쟁이 전기차 업계 '네이쥐안'의 원인이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의 가성비를 앞세운 BYD가 넘겨받으면서 중국에서 치열한 가격 전쟁이 벌어졌다. 테슬라와 BYD가 가장 먼저 포문을 열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두 업체만 손익분기점(BEP)을 넘겼기 때문이다. 이후 다른 전기차업체도 가격인하에 동참하면서 중국 전기차 시장은 생사를 건 각축전이 벌어졌으나, 결국 전체 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 중국에서의 치열한 가격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전기차 기업에게 해외 진출은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중국 vs 미국 전기차 침투율, 33% vs 10%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승용차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34.7%를 기록하며 기존 예상을 초과했다. 12월만 놓고 보면 전기차 침투율은 40.8%에 달한다. 중국 승용차 시장은 이미 10대 중 4대가 전기차일 정도로 전기차가 대세다.

2020년 11월 중국은 '신에너지자동차산업 발전계획(2021~2035년)'을 발표했는데, 이 계획은 2025년까지 전기차 침투율을 20%, 2035년에는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당시로서는 야심찬 로드맵을 담았다. 그런데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계획보다 10년 빠른 2025년 또는 2026년에 50%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전동화가 빨라졌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는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영국 FT가 게재한 '중국의 전기차 우위가 서구에 던지는 도전'(China's electric vehicle dominance presents a challenge to the west)에는 FT치고는 꽤 많은 410여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제목 그대로 중국 전기차 굴기를 다룬 기사인데,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이 지난해 10%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FT는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을 CPCA보다 다소 낮은 33%로 집계하면서 2025년 중국과 미국의 전기차 침투율이 각 46%, 16%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전동화 초기 단계에서 누구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산업을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르웨이의 전기차 침투율은 80%대에 달하지만, 연간 신차 판매가 20만대도 안 된다. 하지만 지난해 약 8000만대의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2500만대(중국 내수 시장)를 차지한 중국의 전기차 침투율이 33%라는 건 큰 의미를 가진다.
전기차 타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 부상한 중국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58% 늘어난 491만대로 지난해 11월까지 399만대를 수출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 자동차 수출이 중국 자동차 시장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작년 자동차 수출량이 180만대 늘어나면서 전체 자동차 판매 증가분(323만대)의 55.7%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출이 급증하지 않았다면 3000만대 시대도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자동차 수출의 선봉장에 서있는 게 전기차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수출량은 전년 대비 77.6% 증가한 120만3000대에 달했다. 특히 BYD의 전기차 수출량은 25만2000대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의 해외 시장 공략이 강화됐지만, 미국·유럽 당국도 일찍부터 대응에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IRA는 북미산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IRA는 '외국우려기업(FEOC)'에서의 조달을 제한하며 모든 중국 기업과 중국 기업 지분이 25%인 이상인 합작사는 외국우려기업으로 지정한다. 사실상 중국 전기차는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일본, 유럽 전기차보다 미국 시장 진입장벽이 훨씬 높아진다.

그런데 FT는 BYD 같은 기업은 무역 장벽과 반중 감정에도 결국 미국 자동차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는 가격인데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디트로이트 3사가 가장 인기 있고 수익성이 좋은 픽업트럭이나 SUV에 집중하면서 저가 시장은 내팽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평균 자동차 가격은 약 4만8000달러. 아시아 자동차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던 인사이츠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던은 "중국 자동차 기업이 2만달러 자동차를 출시한다면 기존 25% 관세를 더해도 2만5000~2만6000달러로서 좋은 가격대"라고 말했다."가격으로는 어느 누구도 BYD에 대적할 수 없다"고 던은 단언한다. 중국의 전기차 전성시대가 막을 올리기 시작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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