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지하철` 노하우·기술·시스템… 美서 `부정승차` 막는다

강민성 2024. 1. 1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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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래픽 美 구축현장
높이 2.6m 철문·강화유리 사용
승객 확인 위해 AI카메라 활용
경쟁입찰서 기술 고득점 받아 수주
웨스트 오클랜드 바트(샌프란시스코 교통국·BART)역 경찰관들.
웨스트 오클랜드 바트(샌프란시스코 교통국·BART)역에 개찰구 모습.
웨스트 오클랜드 바트(샌프란시스코 교통국·BART)역에 한 승객이 요금을 내는 모습.

지난 11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 웨스트 오클랜드 바트(BART)역. 한국에서 보던 것과 다른 낯선 지하철 개찰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사람 키보다 높고 단단한 철문과 강화 유리로 만든 도어가 승객들이 카드를 찍고 나올때마다 자동으로 열리고 닫혔다.

이 도어는 부정승차를 막기 위한 장애물(barrier·배리어)로, 국내 기업인 에스트래픽이 독창적으로 고안해 스윙도어 스타일로 만들었다. 얼마나 부정승차가 많길래 이런 문을 달았을까 궁금하던 중에 승객 한명이 앞서가던 승객 꽁무니를 따라가 부정승차를 시도하려다 적발되는 게 보였다.

오클랜드는 범죄율이 높기로 악명 높은 도시여서인지 지하철 역사엔 경찰관 두 명이 개찰구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방금 '테일게이팅(Tail Gating)', 일명 꼬리를 물고 통과한 승객을 잡아 경고를 하고 인적 사항을 적었다.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한 한인은 "노숙자들을 포함해 대중교통 범죄 사고가 너무 많다 보니 지하철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고 부정승차도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미 샌프란시스코 교통국 BART(Bay Area Rapid Transit)는 부정 승차 근절이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개인들이 양심과 도덕성을 갖추는 게 최선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정승차를 차단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 시도를 원천적으로 막자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에서 서울 지하철과 고속도로 요금징수시스템 경험을 쌓은 에스트래픽은 부정승차 방지 솔루션이 강화된 슬라이딩 도어형 게이트와 승객을 확인하기 위한 AI(인공지능) 카메라 감지 시스템을 내세워 미국 기업들과의 입찰경쟁에서 압도적인 기술 점수를 받아 수주에 성공했다.

오클랜드 바트역은 슬라이딩 도어형 게이트를 설치한 시범 역사로, 개찰구 옆에 '페어 게이트 파일럿(Fare Gate Pilot)'이란 안내가 적혀있었다. 게이트의 높이가 낮으면 부정승차를 위해 개찰구 양옆을 손으로 짚고 게이트를 뛰어넘거나 게이트 바닥으로 기어들어 가는 방법을 취할 수 있는데, 에스트래픽이 만든 게이트는 높이가 7.7피트(약 2.32cm)로, 올라갈 수도 없고 아래로 통과하기도 어렵게 만들었다.

힘이 센 거구가 부수고 들어가는 경우까지 생각해 두께가 두꺼운 '스탠더드 스틸'로 견고하게 만들었다. 역사 앞에 서 있는 두 명의 경찰관에게 스윙도어를 테스트해 보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온 힘을 다해 손과 몸으로 문을 밀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현지에서 사업을 통괄하는 조훈호 에스트래픽 PM(프로젝트 매니저·이사)은 "철문 높이가 2.6m 정도 된다"며 "매우 두꺼운 스틸로 한국에서는 쓰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BART는 이 게이트를 설치한 후 부정승차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데이터를 뽑고 있다. 에스트래픽은 샌프란시스코 지하철 게이트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 앞서 미국 워싱턴DC 교통국 지하철 WMATA에도 게이트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워싱턴DC 교통국이 발주한 약 4000만 달러(약 520억원) 규모의 역무자동화시스템(AFC·Automatic Fare Collection)과 유지보수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추가 수주까지 했다. 미국 현지에선 "한국 기업인 에스트래픽의 기술력과 성능이 미국 기업보다 월등히 우수하고 구축도 빠르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사업 수주는 워싱턴 지하철 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낸 덕이 컸다. 미국 현지 지하철 관계자들 사이에서 품질과 기술력에 대한 인정을 받은 것. 에스트래픽의 미국 현지법인 에스트래픽아메리카는 지난해 4월 4700만 달러(약 610억원) 규모 샌프란시스코 지하철 AFC 게이트 구축 사업 계약을 맺었다. 이후 뉴욕교통공사(MTA), LA메트로 교통국, 뉴지저주 교통공사(NJ Transit) 등도 관심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DC 교통국 WMATA가 스윙도어 스타일 배리어 타입의 신형 자동 개집표기를 설치한 주요 역사의 부정승차율을 분석한 결과 70% 감소했다. 에스트래픽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수출액 3000만 달러(약 390억원)를 돌파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3000만불탑을 비롯해 서비스탑,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며 3관왕을 달성한 바 있다.

에스트래픽의 다음 목표에 대해 조훈호 이사는 "뉴욕 MTA, LA메트로 등에서 많은 기회가 예상된다"면서 "기회를 잡아 프로젝트로 연결함으로써 후배들과 함께 회사가 더 성장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글·사진/샌프란시스코(미국)=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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