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루한 원칙주의자 VS 신중한 차기 총리 후보…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당수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유연한 이미지 변신과 신중한 이미지 유지 ‘갈림길’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영국의 정치인 키어 스타머는 제58회 영국 총선 대패로 위기에 빠진 노동당의 후임 당대표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해 2020년 노동당 당수가 된 후 현재 영국의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남부 런던에서 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와 간호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2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고 노동당 지지층이었던 부모는 노동당 창당 멤버이자 노동당 당수였던 키어 하디의 이름을 따 스타머의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강조하며 “또 다른 미래가 가능하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스타머가 영국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맥도날드를 상대로 했던 ‘맥라이벨 소송’ 때문이었다.
영국 역사상 가장 긴 소송이었으나 수임료를 받지 않았고 스타머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왕실의 고문 변호사가 됐다. 2008년에는 7000명을 휘하에 두고 수백만 가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소국장 및 왕실 검찰청장으로 임명됐다.
재임 후에는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아 ‘키어 스타머 경’이 되는 등 정치 아웃사이더가 권력의 야망을 품게 된 시기였다.
카리스마나 유연성보다는 진지한 원칙주의 이미지
영국 노동계급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변화를 일으킬 유일한 방법으로 정치 입문을 선택한 그는 2015년, 2017년, 2019년 모두 런던 홀본 및 세인트 판크라스 선거구에 출마해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보수당이 14년 동안 집권하면서 악화한 경제 상황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현 상황에서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스타머 당대표의 어깨에 위기에 빠진 영국 경제가 놓이게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언론에서 보여진 스타머를 보면 최근에는 예전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이 자주 노출되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도 카리스마나 유연성이 돋보이는 캐릭터이기보다는 진지하고 원칙주의자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된다. 그를 이미지 브랜딩 차원에서 A(Appearance, 외모), B(Behavior, 태도), C(Communication, 의사소통)를 토대로 분석하고자 한다.
A(Appearance)
신뢰감 주는 드레스코드…고루한 이미지도
2023년 10월 10일 리버풀 전당대회에서 스타머가 연설하기 직전 무대에 난입한 한 남성이 스타머를 향해 반짝이 가루를 뿌리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반짝이 가루가 묻은 재킷을 벗고 드레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면서 그동안 너무 정적이었던 스타머의 이미지가 순간 역동적으로 변곡점을 창출한 순간이었다고 분석된다.
왜냐하면 스타머의 외모 이미지는 잘 정리된 짧은 헤어스타일에 영국의 중년 남성 정치인들의 일반적인 드레스코드인 짙은 색상의 슈트에 화이트 또는 블루 드레스셔츠, 넥타이를 기본 공식으로 하고 있어 신뢰감을 주는 반면 유권자들에게 자칫 고루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매를 걷어 올린 노타이 드레스셔츠 차림이나 자연스럽고 편안한 미소는 경직돼 보일 수 있는 그의 외적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방법이라고 분석된다.
B(Behavior)
단호한 제스처로 공격하는 태도
1962년생인 스타머는 2023년 7월 6일 ‘총리 현안 질의(PMQ)’에서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여당 보수당 의원과 함께 보리스 존슨 총리를 단호한 제스처로 공격하며 강한 이미지를 구축했었다.
결국 내외부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한 존슨 총리는 다음 날 사임을 발표했고 해당 PMQ를 보다 보면 스타머는 검찰총장 출신답게 논리정연한 맥락과 강력한 태도로 존슨 총리에게 책임을 추궁한다.
존슨 총리가 파티게이트로 비판받고 있는 사이 스타머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지역구 노동당 의원 사무실에서 맥주를 함께 마셨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속칭 ‘비어게이트’가 이슈가 됐다.
하지만 스타머가 직접 자신이 범칙금 통지를 받게 된다면 당대표 직에서 사퇴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비어게이트는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정리됐다.
C(Communication)
핵심 위주 직접 화법 vs 냉정하고 건조한 화술
2022년 10월 19일에는 사면초가에 몰린 리즈 트러스 총리와의 PMQ에서 “그 총리 자리는 허상이었던 경제정책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이었으며 재앙과 함께 끝나고 말았다”며 숨통을 조였다.
이어서 “45% 세금 인하 GONE! 법인세 인하 GONE! 20% 세금 인하 GONE! 2년간 에너지 요금 가격 동결 GONE! 소비세 폐지 GONE! 영국 경제의 신뢰도 GONE! 총리의 가장 절친이라는 전 재무장관도 이젠 GONE! 모두 GONE!”을 강조한 후 “그런데 왜 총리께선 아직도 여기 계실까요?”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체크카드 결제 방법을 몰라 당황했던 리시 수낵 총리를 향해서는 “총리께선 주유기나 체크카드 같은 물건을 보고는 화성에서 막 날아온 외계인의 물건이라고 착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라고 나름 언중유골 유머를 선보이기도 했다.
법정 변호사였던 스타머는 너무 냉정하고 애매하게 말을 한다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던 만큼 핵심 위주의 직접 화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리버풀에서 개최된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설을 통해 국영 신재생에너지 업체 설립 공약을 내놓으며 집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던 스타머는 영국 경제가 불안정한 시기를 틈타 12년 만에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정치판에서 신인이었던 스타머는 최근 기성 정치인들을 두고 ‘웨스트민스터의 얄팍한 남녀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희망’을 넘어 또 하나의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스타머는 2022년 정기 전당대회에서 당의 슬로건을 ‘A Fairer, Greener, Future’로 새로 발표하고 복지와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공약을 발표했다.
영국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는 선거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수낵 총리는 올해 조기 총선을 봄이 아닌 하반기에 실시할 것으로 언론에 시사하고 있어 최근 높아진 지지율을 등에 업고 올해 5월 총선을 기대하고 있던 스타머 입장에서는 변수가 생긴 상황이다.
“국민은 총리가 연말까지 몇 달 동안이나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피력하고 있는 스타머가 더 대담한 정책을 세우고 더 유연한 모습으로 국민의 감성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스타머가 너무 신중한 성격으로 정치적인 리더십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영국의 정치 상황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신뢰감을 주는 리더의 이미지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스타머 입장에서는 갈림길에 있다고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그가 어떻게 이미지 브랜딩을 해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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