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풍향계' 아이오와 첫 경선에서 과연 누가 웃을까

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2024. 1.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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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폭스뉴스가 주최한 타운홀 행사에 참석한 뒤 지지자의 팔에 사인을 해주고 있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공화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등이 참여한다. 연합뉴스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아이오와 코커스'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미 중부표준시 기준 오는 15일 오후 7시에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의 1700여개소에서 투표가 시작된다.

다만 올해 대선부터는 공화당에서만 아이오와 코커스가 치러진다. 민주당이 오는 2월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시작으로 대선 경선 일정에 돌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화당만의 '반쪽 짜리' 행사라고 할 수 있지만 결코 '의미'가 적지 않다. 민주당은 현직인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 나선 상태이기 때문에 경선 자체가 긴장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대중의 관심에서도 다소 멀어져 있다. 

물론 공화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독주 양상을 보이고 있어, '경선이 맥 빠진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다만 헤일리 돌풍 등 최근 몇가지 변수로 인해 '아이오와 코커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4년마다 딱 한번 전국의 '반짝 주목'을 받는다는 조롱도 있지만, 아이오와 코커스는 대선 첫 경선이라는 상징성에다 미디어의 집중 조명까지 받으면서, 실제 선거판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준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와 함께 초기 경선을 이끌면서 '대선 풍향계'라고도 불리우는 이유다. 

실제로 여기서 1위를 할 경우 단숨에 전국적 인지도를 쌓게 돼, 아직까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에게 강한 어필을 할 수 있고, 향후 선거자금 모금에도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다. 

각 당의 대선 후보 경선 절차는 주에 따라 크게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나뉜다. 

코커스는 당원들에게만 투표 자격이 주어지지만, 프라이머리는 당원이 아닌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주가 프라이머리 방식을 택하고 있어 코커스를 하는 주는 10여개 주에 불과하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아이오와 코커스'에 대한 부정적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국 중부에 위치한 인구 300만의 아이오와는 농업이 주(州) 산업의 중심인데다 백인 인구가 전체의 85%를 차지해 '미국의 본 모습과 다양성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늘 제기돼왔다. 

특히 이곳에서의 투표 결과를 언론과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강조해 자칫 '민심 왜곡'으로 오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끊이질 않았다. 

민주당이 첫 경선지로 사우스캐롤라이나를 택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얘기들이 설득력을 지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2020년 대선 경선에서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는 최악의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 대선 패배를 계기로, 민주당은 코커스 제도를 선호투표제로 바꿨는데 표 계산이 복잡하다보니 새로 도입한 개표 프로그램이 오류를 내 통상 3시간 정도 걸리는 개표에 무려 4일이나 걸리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2024 미국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왼쪽)와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10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CNN 주최 토론회에서 맞붙고 있다. 공화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참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먼저 아이오와에서 코커스를 시작했고, 전설적인 일화도 많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부터 첫 경선지를 바꾼 것은 아쉬움이 없지 않다.

민주당의 경우 1972년 이후 치러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를 차지한 10명 중 7명이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바 있다.

특히 1976년 경선에서는 지미 카터가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기세를 몰아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고, 2008년에는 초선 상원의원이었던 버락 오바마가 여기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최종적으로 대통령으로 선출된 바 있다. 참고로 지난 대선 아이오와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위에 그쳤다.

다시 공화당으로 돌아가서,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어대트'(어차피 대선 후보는 트럼프)로 올해 가장 재미 없는 대선 경선이 치러질 뻔 했지만 몇가지 변수가 터지면서 다시 아이오와 코커스에 대한 주목도가 급속히 올라가고 있다. 

한때 트럼프의 대항마로 여겨졌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라 주지사가 힘없이 추락하면서, 최근까지도 공화당 대선 경선 판도는 트럼프쪽으로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하지만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지난해 가을부터 제대로 탄력을 받으면서 디샌티스를 제치는 가 싶더니 어느새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합을 벌일 수 있는 위치에까지 올라서고 있다. 

두 번째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 지역에서 최근 헤일리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온데다 '反트럼프' 기수 역할을 했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경선 하차'를 선언한 것이 헤일리에게는 큰 힘이 됐다. 

헤일리측에서는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표까지 흡수해 뉴햄프셔에서 '기적'을 만들어내겠다는 기세다.

이런 상승세로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도 의미있는 선전을 할 경우 이후 네바다(2월 8일), 사우스캐롤라이나(2월 24일) 경선까지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3월 5일은 15개 주에서 경선이 펼쳐져 사실상 각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슈퍼 화요일'이기 때문에 이때까지 4번의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가 뒷심을 발휘할 경우 공화당 경선판은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구도로 변할 수 있다.

미국 뉴햄프셔주서 유세하는 헤일리 전 유엔대사. 연합뉴스


이 때문에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과연 누가 승기를 잡을 것이냐에 관심이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서포크대가 지난 6~10일 아이오와 코커스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 ±4.4%p)에서 니키 헤일리 전 대사는 20.4%의 지지를 얻어, 54%를 얻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었다.

헤일리가 아이오와 여론조사에서 2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근 '헤일리 상승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조사는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경선 하차' 이전에 실시한 것이어서, 크리스티 지지자의 표심 변동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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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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