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테크 전성시대]② 美 최저시급 2만6천원...1시간에 피자 300판 굽는 로봇직원이 효자

김가연 기자 2024. 1.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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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저시급 2만원대… 푸드로봇 도입 가속화
美 피자로봇, 日 라멘로봇
’로봇’ 정의 불명확… “확실한 로봇인 로봇팔 지원만 수두룩”
韓 로봇 필수부품 외산 의존도 높아… 서빙로봇 70% 중국산
세계 시장 선점 위해 속도낼 필요… “제도·법 뒷받침 돼야”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화이트 캐슬’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로봇 ‘플리피(Flippy)’ 셰프가 만든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는다. 100개 이상의 화이트 캐슬 지점에 도입된 플리피는 기기당 월 1500달러(약 200만원) 대여료로 여러 종업원의 몫을 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스트푸드 업계에선 최저시급이 4.5달러(약 6000원) 올라 20달러(약 2만6000원)가 된다. 한 사람이 하루 8시간 10일 일하면, 하루 23시간 일하는 플리피의 한 달 대여료를 넘어선다.

그래픽=정서희

◇구인난 속 푸드 로봇 발달… 美 피자로봇, 日 라멘로봇

전 세계에 걸쳐 외식테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무인화에 주목하게 된 배경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과 인건비 부담 등이 꼽힌다.

데이터 브릿지 마켓 리서치(Data Bridge Market Research)는 지난 2021년에 14억 달러(1조8400억원) 규모였던 식품 로봇 시장이 2022~2029년 동안 연평균 13.4% 성장해 2029년에 약 38억3000만 달러(약 5조307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각국에서 주목받는 푸드 로봇들은 기술력, 실용성 등에서 우수성을 가진다.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로봇의 활용도는 증가하고 있다.

미국·유럽에서는 주로 피자와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음식 조리 로봇이 중점적으로 상용화되고 있고, 아시아권에서는 면 요리 로봇 등이 개발됐다.

미국 미소 로보틱스(Miso Robotics)의 플리피는 한번에 2~5개의 튀김기를 다루며 초당 1.5m까지 움직인다. 최대 8kg의 식재료를 운반한다. 미국 피크닉(Picnic)의 피자로봇은 시간당 300판(12인치 기준)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주문 소화 능력을 갖췄고 푸드트럭을 통해 이동이 가능하다.

일본 요카이 익스프레스(Yo-Kai Express)의 라멘 로봇은 테슬라 본사, 일본 하네다공항 등에서 운영 중이다. 2분 안에 라멘을 조리한다. 중국의 보즈린로봇(博智林机器人)의 볶음요리 로봇은 광둥식 전병 ‘어병’과 중국식 볶음요리 전문 로봇이다.

외식테크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외식테크도 해외와 경쟁 정도로 발달해 있다고 분석한다.

박성철 크레오코리아 이사는 “외식테크 도입 정도나 기술력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정책과 지원책을 위해서는 로봇에 대한 합의된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디까지 로봇으로 볼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아 정부 지원이 로봇팔 기업에 몰려있었다”며 “국내에 로봇팔 업체만 40개가 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미소 로보틱스의 플리피가 감자튀김을 튀기고 있다. /미소로보틱스 홈페이지

◇”가격에 밀리고 제도에 밀리고”… 韓 로봇 경쟁력 5위

서빙로봇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 중국이다. 우리나라 서빙로봇 시장 70%도 중국산 서빙로봇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로봇 가격이 국산보다 30%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로봇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이유는 필수부품의 외산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따르면 로봇 가격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로봇 구동부의 국산화율이 15%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로봇 가격·조달·연구개발(R&D) 경쟁력 등을 종합했을 때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수준의 로봇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 규제나 제도가 외식테크 활성화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로봇에 대한 정부 지원이 구매에 치중돼 있다는 점도 로봇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부는 생산지와 관계없이 로봇 구매가의 최대 70%를 지원하고 있지만 미국처럼 수입산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국내 로봇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기술장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의무안전인증제도’를 도입해 운영한다. 이 제도는 로봇의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해 특정 기준 이하 제품이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내는 KS인증제도를 제외하면 별도 의무인증제도가 없다.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미국 '서브 로보틱스'의 배달로봇./서브 로보틱스 제공

◇외식테크 산업 이제 시작… “국내 시장규모 작아 글로벌 진출해야”

외식테크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에 비해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4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작년 11월부터 배달로봇의 실외 이동이 가능해졌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이미 실외이동 로봇을 운행 중이었다. 미국은 2016년부터 실외자율주행로봇 운영을 위한 개인배달장치법(Personal Delivery Device Act)을 제정해 20여개 주에서 배송용 자율주행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외식테크 분야는 전 세계가 시작 단계에 불과해 시장 점유를 위한 속도감도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기술력이 부족하진 않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 미리 시장을 선점해 있는 경우 그 시장을 뚫고 올라가기가 어려워 빨리 국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식테크에 있어 우리나라는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 해외시장까지 뻗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꾸준한 개발, 비용 등의 측면에서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외식테크가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용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며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에서는 굳이 우리 기술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식이란 건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고객 경험이 중요하다”면서 “하나의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각 나라가 선호하는 음식 사이즈, 서비스 문화 등을 꾸준히 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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