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나서자… 미소 짓는 행동주의 펀드

문수빈 기자 2024. 1.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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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정부가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이 반색하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란 주주로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주주 행동주의 펀드는 이를 주된 투자 전략으로 삼는다.

한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그간 주주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미비해 일반 주주가 피해를 입는 일이 많았다"라며 "(정책이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기업이 좋아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정부의 시도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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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기업 가치 제고해 차익 실현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인 정부, 펀드 투자 전략에 도움

새해 들어 정부가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이 반색하고 있다. 주가가 눌려 있는 ‘나쁜’ 기업을 대상으로 행동주의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지난해 3월 31일 (주)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28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D타워에 주주총회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뉴스1

주주 행동주의란 주주로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주주 행동주의 펀드는 이를 주된 투자 전략으로 삼는다. 국내에선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대표적 하우스다.

2022년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가 특수관계인과 대규모로 거래하고 있는데 이를 제어할 내부 시스템이 없다고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가치 제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총회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에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를 선임했고, SM엔터테인먼트의 창사 이래 첫 배당을 끌어내기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이수만 창업자는 현재 회사를 떠났다.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이 최근 정부의 증권시장에 대한 관심을 반기는 이유는 자신들의 투자 전략과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한국거래소의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소액 주주의 이익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증권시장에 대한 관심과 투자자 보호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개장 신호 버튼을 누른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장,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윤 대통령,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상법 개정은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던 사안이다. 실제 얼라인파트너스는 물론, 한진칼과의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KCGI, SK에 주주 서한을 보낸 라이프자산운용 등이 주요 회원으로 있는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상법에 이사의 주주에 대한 비례적 이익 보호 의무, 충실 의무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법상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게 돼 있는데,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까지 보호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올해 들어 대통령이 상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해당 법안의 여야 합의는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지점은 금융위원회가 발표할 기업의 자사주 활용에 대한 개선 방안이다. 자사주를 취득하면 대부분 소각하는 미국 상장사와 달리 우리나라 상장사들은 가진 자사주를 지배구조 개편 등에 활용하곤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2년 매출 기준 상위 100대 코스피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당시 기준 상장사들은 31조5747억원의 자사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당시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자사주 소각 규모는 13조2430억원에 그쳤다. 이는 취득한 자사주 중 일부만 소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 순이익이 증가한다. 하지만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 자사주가 다시 시장에 나오면 이점이 없어진다. 이 탓에 자사주 취득은 미국에선 큰 호재지만, 우리나라에선 상대적으로 주가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해 왔다.

지난해 말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자사주 제도를 곧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달 있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자사주 강제 소각 등을 포함해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만큼 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그간 주주를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미비해 일반 주주가 피해를 입는 일이 많았다”라며 “(정책이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기업이 좋아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정부의 시도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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