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서 눈길 끈 12가지 아이템은
투명 TV부터 AI 고양이 문까지…다양한 신제품 쏟아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4가 막을 내렸다. 해마다 독특하고 신선한 기술들이 쏟아지는 곳이다.
전 세계 첨단기술이 집대성한 CES에서도 유독 눈길을 사로잡은 제품들이 있었다. LG전자의 투명TV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양이 문까지 올해는 어떤 제품들이 나왔는지 확인해 보자.
1. “쥐는 못 들어와!” AI 고양이 문
스위스의 고양이 관련 IT 스타트업 플래피는 AI 기반의 고양이 문을 선보였다. 반려 고양이가 외부에서 잡은 먹이를 집으로 가져오려고 할 때 이를 인식하고 들어올 수 없도록 자동으로 문을 잠그는 제품이다. 플래피에 따르면 AI 기반 감지 시스템의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문에 부착된 모션 센서와 야간 투시경 카메라, OLED 디스플레이 등이 먹이를 인식한 뒤 AI와 RFID(주파수를 이용해 사물을 식별하는 기술)를 통해 고양이의 출입을 관리한다. 칩 감지 시스템도 적용돼 마이크로칩을 삽입한 특정 반려동물이 다가올 때는 자동으로 문이 열리도록 설정도 가능하다. 플래피는 “집 안을 먹이가 없고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2. 가상현실에서 효율적으로 일하자
소니는 독일 IT기업 지멘스와 협업해 고화질의 산업용(전문가용) 확장현실(XR) 헤드셋을 공개했다. 제품명은 정해지지 않았다. ‘공간(3차원)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제품으로, 4K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6대의 카메라와 센서로 비디오 투시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XR 환경에서 실제 크기의 3D 모델을 볼 수 있고, 생성하거나 수정할 수도 있다. 소니는 “우리는 제작자가 모든 산업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혁신적인 공간 콘텐츠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로 사용하는 손으로 포인팅 컨트롤러를 잡고, 다른 손으로 링 컨트롤러(사용자가 가상 공간에서 객체를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기)를 움직여 가상의 물체를 만드는 제품이다. 소니는 사용자가 헤드셋을 벗지 않고 실제 환경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기 전면부 일부만 개폐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 제품은 올해 하반기부터 판매되지만 구체적인 가격과 출시 일정 등은 미정이다.
3. 내 기분을 말해줘…AI 백설공주 거울
프랑스의 디지털헬스케어 회사 바라코다가 선보인 스마트 거울 ‘비마인드(BMind)’는 AI와 자연어 처리(NLP)를 결합해 거울을 보는 사람의 표정, 몸짓, 말투 등을 읽고 개인화된 정신건강 코칭이 가능하다. 거울에는 음성 인식용 마이크, 4K 울트라HD 카메라, 미러 잠금 해제를 위한 페이스 ID 등의 기술이 탑재됐다.
비마인드는 차세대 스마트 미러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제스처 인식, 음성 명령, 의도 감지 등이 가능하며 스트레스 관리, 불안 완화, 불면증 감소 등을 돕는다. 격려의 문장을 구사하는 것은 기본이며 상황에 따라 광선 치료, 안내 명상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바라코다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도록 돕고 웰빙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 방식을 장려한다”고 설명했다.
4. 아직도 도어록 키패드 누르세요?
현관문의 잠금장치도 다양해진다. 필립스는 이번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손바닥의 정맥 패턴을 감지하는 도어록을 공개했다. 도어록 쪽으로 손을 뻗으면 내장된 근접 센서가 고유의 손바닥 정맥 패턴을 읽는 방식이다. 또한 와이파이 기능도 적용돼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필립스는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잠금 해제 경험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바닥 인식은 열쇠, PIN 코드 등 사용자가 직접 잠금장치를 열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또 최대 50개의 손바닥 정보를 저장 가능해 가족 구성원들의 손바닥 정맥을 모두 저장할 수 있다. 필립스는 “개인 손바닥 ID는 복제할 수 없으므로 더 나은 보호와 보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 “크게 말해도 옆 사람은 몰라”
프랑스 스타트업 스카이티드는 ‘조용한 마스크’를 선보였다. 공공장소에서 기밀 통화를 가능하게 만든 제품으로, 마스크 내부에는 소음을 감소시키는 필터가 들어가 목소리가 마스크 밖으로 새지 않도록 만든다.
목소리가 마스크 내에서만 유지되도록 음성 진동을 흡수하고 가두는 우주항공 소재 흡음재로 설계됐다. 마스크를 벗지 않고도 앱을 통해 ‘투명 모드’를 설정하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도 가능하다. 스카이티드는 “언제 어디서든 비밀스러운 통화가 가능하다”며 “우주항공 기술이 적용돼 소음이 들어오지도 않고 나가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6. 집 안의 작은 병원
프랑스의 디지털헬스케어 회사 위딩스가 발표한 재택검진이 가능한 가정용 건강관리기도 있다. 맥파 측정(PPG) 센서, 심방세동 감지용 전극, 적외선 온도 센서, 디지털 청진기 등이 탑재돼 1분 만에 체온, 심전도, 혈중산소 수치, 심장과 폐 모니터링 등이 가능한 기기다. 이 기기는 가슴이나 디스크에서 발생하는 음향 소음을 측정해 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가정 내 최대 8명이 사용할 수 있다.
위딩스는 “심장음과 폐음을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청진기가 들어 있지만 해석은 의사만 할 수 있다”며 “천식이나 폐질환 등을 진단하는 의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원격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이 기기의 EKG(심전도)와 AFib(심방세동) 감지 기능은 FDA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7. 편하게 앉아서 고급 맥주 만들자
미국 양조기계 회사 엑소브루는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초보자용 맥주 메이커를 공개했다. 엑소브루는 “역방향 히터와 쿨러 기술을 통해 전문가를 만족시키는 뛰어난 품질의 맥주를 양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열, 냉각, 발효, 서빙 등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하는 올인원 제품으로, 곡물을 통에 넣으면 기계에서 뜨거운 물을 상단으로 올려 유효성분을 뽑아낸다. 시작부터 완료까지 약 4시간이 소요되며 사람의 개입은 필요 없다. 페일 에일, 스타우트, 라거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만들 수 있고, 앱을 통해 레시피를 내려받거나 맞춤형 제어도 가능하다.
8. 비비큐, 아직도 추위에 떨면서 만드나요?
미국 가전제품 회사 제너럴일렉트릭(GE)은 실내용 비비큐 기계로 관심을 받았다. 목재 펠릿으로 나무 연기를 만들고 전기 가열 부품과 연기 여과 시스템이 들어 있어 자동으로 공기 흐름을 제어한다. 크기는 미니 냉장고 정도다.
연기는 5가지로 설정 가능하며 양지머리, 갈비, 돼지고기, 닭 날개, 닭가슴살, 연어 등 음식별로도 6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완성된 제품은 기계 내부에서 맞춤형 온도로 최대 24시간 보관도 가능하다. GE는 “스모커에서 제공되는 맞춤형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훈제뿐만 아니라 다른 반찬과 디저트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9. 직모야 곱슬이야? 맞춰서 말려줄게
이번 CES 2024에서 뷰티 기업 최초로 기조연설을 진행한 로레알은 드론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설립한 하드웨어 스타트업 ‘주비’와 협력해 차세대 헤어드라이어인 ‘에어라이트 프로’를 선보였다. 모발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직모와 곱슬 등 다양한 모발 유형에 최적화된 열 흐름으로 모발을 더 빠르게 건조해 에너지 소비를 최대 31% 절감한 제품이다.
발열 코일을 사용하는 기존의 헤어드라이어와는 달리 에어라이트 프로에는 17개의 특수 블레이드와 고속모터, 텅스텐 할로겐 전구 기반의 적외선 특허기술이 적용돼 짧은 시간에 모발을 말릴 수 있다. 이 제품은 모발 표면에 남아 있는 물방울만 말리기 때문에 모발 속 수분은 유지되고 더 부드럽고 빛나는 모발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앱을 통해 사용자 특성과 니즈에 따라 다르게 설정이 가능해 개인 맞춤형 헤어 케어도 가능하다.
10. 이제 TV 뒤쪽도 청소해야 합니다
이번 CES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LG전자다. 세계 최초로 무선 투명 올레드TV를 선보이면서 TV의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TV로 즐기는 시청 경험을 새롭게 정의한다”고 강조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는 자발광(Self-Lit) 올레드 TV로, 화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스크린 너머를 볼 수 있는 투명 올레드와 무선 AV 송수신 기술을 모두 더해진 게 특징이다.
이 제품은 전원을 껐을 때 투명한 유리처럼 스크린 너머를 볼 수 있어 개방감은 물론 주변 인테리어와도 조화롭다. 검은 TV 화면이 집안 인테리어를 저해한다고 느끼는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를 해결한다. ‘투명 모드’와 ‘블랙 스크린 모드’ 두 가지 화면 모드를 제공해 시청 환경에 맞게 선택이 가능하다.
11. 자동차도 마음대로 떼었다, 붙였다
5년 만에 CES에 참가한 기아는 모듈식 밴을 공개했다. 2025년 선보일 ‘PBV(Platform Beyond Vehicle,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 모델인 ‘PV5’는 차량 호출, 배달, 유틸리티 등의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라이프 모듈을 교체할 수 있는 컨버전 기능을 탑재했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경로, 정보 등 외부 데이터 간 연결성을 강화해 여러 대의 차량을 동시에 운영도 가능하다.
기아 최초의 전용 PBV 모델이자 PBV 라인업의 기반이 되는 PV5는 전용 EV 플랫폼과 확장된 휠베이스가 만들어낸 넓고 평평한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책상과 같은 평면을 제공하는 운전석 콕핏과 위로 꺾어서 책상 램프로 활용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에게 사무실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
12. 볼리, 내 강아지와 놀아줘
반려로봇도 있다. 삼성전자에서 만든 AI 기반 반려로봇인 AI 컴패니언 ‘볼리’다. 볼리는 삼성전자가 CES 2020에서 처음 공개한 반려로봇으로, 이번 CES에서는 기능과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했다. 공 모양으로 이동이 자유롭고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다니며,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음성으로 명령을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원·근접 투사가 가능한 듀얼렌즈 기술 기반의 프로젝터를 탑재했다. 벽, 천장, 바닥 등 사용 환경에 상관없이 최적의 화면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한 스스로 공간을 인식하고 집 안의 지도를 완성할 수 있으며 가전기기와의 스마트 연동으로 제품의 관리와 제어도 가능하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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