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바이오 카르텔’[류성의 제약국부론]
제약강국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 '바이오 카르텔’ 주목
신약 도입·이전,교차투자,신약 공동개발이 단골메뉴
수십년 신약개발 시늉만, 주가부양 등 돈놀이 열중
K바이오 전체 신뢰 먹칠, 바이오 카르텔 타도 시급
카르텔 탓 신약개발 전...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초 신년사 브리핑에서 ‘카르텔 타파’를 국정화두로 삼고, 강력하게 지속 실천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윤대통령은 그간 사교육, 과학계, 통신업계, 건설업계 카르텔 등을 잇달아 척결하겠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카르텔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카르텔 타도에 명운을 거는 듯한 윤정권의 모습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조직 폭력배 일망타진에 나섰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카르텔(Cartel)은 상호 담합을 통해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시장을 지배하려는 독립적인 시장 참여자 집단이다.
일각에서는 스스로 검찰 카르텔을 앞장서 조성하고 있는 윤정권이 여타 카르텔에 비수를 꽂을 자격이 있는지 반문하기도 한다. 이 자리에서 윤정권이 추진하는 카르텔 타도 정책을 시시비비(是是非非)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이 자리잡은 불법·편법적인 카르텔의 심각한 폐해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는 공감한다.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카르텔’은 이미 탄탄하게 뿌리내리면서 K바이오 도약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한지 오래다. 일명 ‘바이오 카르텔’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행태가 교묘해지면서 얼핏보면 외부에서는 카르텔의 존재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바이오 카르텔들이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시장을 교란하기 위해 일삼고 있는 대표적 담합 행위로는 신약기술 도입·이전, 지분 교차투자, 신약 공동개발 등이 꼽힌다. 특히 이런 담합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 기업활동으로 비춰지기에 속아 넘어가는 투자자들의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다.
바이오 카르텔 기업간 신약기술 도입·이전의 경우, 서로 사전에 짜고 아무런 성과를 기대할수 없는 신약물질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면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이때 신약기술을 도입하는 측이나 이전하는 회사나 이구동성으로 해당 신약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장담하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 이런 이벤트를 악용, 주가를 띄우고 카르텔 주체들은 뒷단에서 차익을 챙긴다. 물론 이후 도입된 신약기술은 몇년이 지나도 임상시험 진척은 없다가 흐지부지되는 수순을 밟는다.
카르텔 간 회사 지분을 교차 투자하는 것도 전형적 담합 유형이다. 카르텔 주체간 상대방 주식을 높은 가격으로 서로 교차 투자, 보유하게 되면 대개 덩달아 회사 몸값도 오르게 된다. 이때 고평가된 주가를 활용, 제3자에게 유상증자나 지분투자를 유치해 카르텔 참여자들은 이익을 챙기는 구조다. 대개 상업화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신약물질만을 보유하고 있기에 카르텔로서는 큰 차익을 볼수 있는 기회가 된다.
바이오 카르텔들이 자주 벌이는 신약공동개발도 투자자와 시장을 교란시키는 단골 메뉴다. 두 회사가 별다른 신약개발 가능성이 없는 신약기술을 가지고도, 서로의 약을 공동으로 개발하겠다고 대내외에 공표하면 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이후 공동 신약개발을 위해 이뤄지는 행위는 없다.
이런 바이오 카르텔간 담합 행위는 바이오 업종의 독특한 특성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신약기술을 적확하게 평가할수 있는 객관적 잣대가 갖춰있지 않다. 바이오 카르텔이 담합해 신약기술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린다면 시장과 투자자들은 손쉽게 속아 넘어갈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십수년에 걸쳐 장기간 이뤄지다 보니 카르텔의 ‘계획 범죄’를 입증하거나 적발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업계는 최근 바이오 카르텔이 갈수록 세를 키워가는 형국이라고 우려한다. 바이오 투자줄기가 마르고 자금이 바닥나는 바이오 벤처가 속출하면서 카르텔의 유혹에 못이겨 넘어가는 회사가 생겨나고 있어서다.
바이오 카르텔들은 대개 수십년간 변변한 신약하나 개발하고 있지 못하면서도, 문어발식으로 계열·관계·협력사를 구축,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신약개발에 집중하는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허위·과장 이벤트를 활용한 유상증자, 우회상장, 인수·합병 등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면서 ‘돈놀이’에 열중한다는 공통 분모를 가진다. 물론 이들 돈놀이의 최종 피해는 오롯하게 투자자들의 몫이다.
바이오 카르텔은 카르텔 자체에 국한하지 않고, K바이오 전체 신뢰성에 금을 가게 만드는 심각한 폐해를 끼치고 있어 발본색원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특히 바이오 카르텔이 업계 전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탓에, 정작 차별화된 글로벌 신약 기술력을 기반으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상당수 K바이오 벤처들은 투자를 제때 받지못해 기업존폐를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류성 (sta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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