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부고 문자에 부의금 전달 기능"…어떻게 보시나요?[체크리스트]

임윤지 기자 2024. 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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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경쟁 치열…"인간 욕심 지양하고 장례 상업화 경계해야"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3일 오후 대구 북구 경북대에서 열린 '2023 경북대학교 반려동물 한마당'에 참여한 시민이 포토존 앞에서 반려견 사진을 찍고 있다.(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2023.10.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반려견 장례식 조의금 얼마 해야 해?"

며칠 전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친구의 강아지 장례식에 갔는데 조의금함이 있더라"며 "나중에 서운해할까 봐 급하게 5만원 뽑아 넣었는데 이게 맞나 싶었다"고 했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건 알겠는데 친구를 불러 굳의 조의하라고 하나" "본인 강아지 장례식에 오라는 것 자체가 이해 안 된다" "그럴 수 있지" 등 댓글들이 해당 글에 달렸습니다.

◇이미 사람의 장례식 같은 절차 갖춰

이것이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일일까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들과 장례업체 등을 취재한 결과 모두 "처음 들어보는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반려동물 장례식에 지인을 부르는 것은 흔치 않을뿐더러 업체에서도 먼저 조의금함을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장례업체 관계자들은 "장례식장에 조의금 함을 설치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도 했습니다. 수의와 메모리얼 스톤(동물 유골을 보석형태로 가공한 것) 제작에 드는 돈을 보태고 싶다고 보호자의 지인이 업체에 연락하는 경우는 있어도 조의금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입니다.

다만 '반려견 조의금'은 물론 이보다 발전한 형태의 장례 문화가 향후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합니다.

반려동물 장례식은 이미 염습·추모·화장·분골·봉안까지 사람의 장례식과 비슷한 절차를 갖추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이 의전 과정을 진행하죠.

지난해 반려견을 하늘로 떠나보냈다는 조모씨(27·여)는 "집에서 강아지가 임종했을 때 미리 알아둔 업체에 전화해 와달라고 하니 정장을 입은 장례지도사 여럿이 와서 검은색 외제차에 강아지를 싣고 갔다"며 "장례식장에 도착한 후 업체에서 반려견이 수의를 입은 모습, 화장하기 직전의 모습 등 모두 사진으로 하나하나 찍어 보내줬다"고 말했습니다.

조씨는 "합법적인 곳에서 화장하고 뿌려준 뒤 증명서를 받았다"며 "반려동물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습니다.

2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9 케이펫페어 일산'에서 반려동물 장례업체 '펫포레스트' 부스에 유골함 등 관련용품이 전시돼 있다. 2019.1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 업체는 '반려동물 부고 문자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보호자들이 주변 지인에게 반려동물 부고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또 이 업체는 부고 문자에 '조의금 전달' 기능을 추가해 조의금을 보낼 경우 전체 장례 비용에서 제외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반려인구가 늘어나면서 장례식장과 서비스도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2022년 말 기준 약 552만 가구, 인구수로 환산하면 무려 1262만여명입니다.

반려 가구의 64.5%는 반려동물이 죽으면 화장 후 수목장과 메모리얼 스톤, 봉안당 안치 등 장묘시설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반려동물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보호자들의 마음을 업계가 모를 리 없습니다. 동물 장례 업체들도 치열해진 경쟁만큼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 중입니다.

한 동물장례업체 대표 김모씨는 "반려동물 사진을 가지고 3D 프린트 기술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유골함을 만드는 서비스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외는 어떨까

우리나라보다 앞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한 해외에서는 관련 장례문화가 보편화한 상태입니다.

몇 년 전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우주 장례식 서비스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유골을 우주로 보냈다가 다시 지구로 갖고 오는 서비스부터 지구 궤도, 달, 깊은 우주공간 속에 유골을 두고 오는 서비스까지 선보인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사람에 준하는 반려동물 장례 법회가 눈에 띕니다. 20만엔(약 181만원) 넘는 높은 비용에도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인데요. 일본 일부 사찰에선 반려동물의 사체를 화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족의 자택에 꽃으로 장식한 장식을 설치하고 유해를 관에 넣어 안치한 후 승려가 극락왕생을 비는 독경까지 하는 장례식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12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함께하는 펫스티벌' 마이펫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입장을 위해 길게 줄서 있다. 이번 행사는 반려동물 사료, 간식, 영양제, 의류, 악세서리, 외출용품, 매트, 목욕용품, 서비스 등을 한자리에 선보이며 오는 14일 까지이다.2024.1.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반면 한국에서는 활성화 중인 반려동물 장례 절차를 두고 갑론을박이 아직 치열합니다. '조의금을 꼭 줘야 하냐'부터 윤리적 논쟁까지 불이 붙고 있는 양상입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두고 지나치게 상업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의 지갑을 어떻게든 열겠다며 비윤리적인 행위까지 이뤄지고 있는 탓이죠.

지난 2019년 경기도의 한 불법 장례 업체가 메모리얼 스톤을 만들면서 다른 반려동물 유골을 섞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을 추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든 곁에 두고 싶다는 마음에 일부 반려인들은 아예 반려동물을 복제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한 유튜버는 세상을 떠난 반려견 디엔에이(DNA)를 복제해 강아지 두 마리를 새로 키우고 있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됐었죠.

추모가 아닌 인간의 욕심은 지양돼야 합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반려동물을 아낀 가족이 장례식을 치르는 것을 두고 "너무 과하다" "개 팔자가 상팔자다" "동물 죽은 것 가지고 유난 떤다"고 손가락질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반려동물 장례식은 동물뿐만 아니라 반려인의 우울증 극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동물을 바라보는 인식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슬픔을 터부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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