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막대한 가계 저축, 증시 부흥 동력 될 수 있을까? [PADO]
[편집자주] 일본 국민이 은행에 모셔둔 현금을 모으면 시총으로 세계 최대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사우디 아람코를 모두 살 수 있을 정도로 일본의 가계 저축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이 가계 저축의 극히 일부만이라도 증권시장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나겠죠. 일본 정부도 주식 투자를 부추기기 위해 '소액투자비과세제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증시는 최근 상승을 거듭하면서 1989년 버블 시절의 역대 최고점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비과세 제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 적어도 증시에서만큼은 '포스트 버블'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친화적 경영의 정착을 위한 노력도 조금씩 성과를 거두는 듯 보이고요. 하지만 지난 25년간의 나쁜 기억 때문에 일본 가계가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회의론도 있습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가계 저축의 대부분이 중장년층의 것이고, 투자에 관심을 많이 갖는 젊은 세대는 막상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습니다. 일본 주식에 투자하느니 미국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다고도 하고요.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퇴장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30년' 동안 늘 정체해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일본이 이제는 한국보다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여전히 낮은 수준의 기업 거버넌스와 주주 정책으로 '박스피'를 면치 못하는 한국은 파이낸셜타임스의 12월 14일 특집기사를 보며 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일본에는 '와타나베'란 성을 가진 기혼 여성이 32만 5000명에 달한다. '이토' 성을 가진 기혼 여성의 수는 거의 비슷하고 '스즈키'는 훨씬 더 많으며 '사토'는 거의 두 배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십 년 동안 '와타나베 부인'은 모든 일본 가정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통용돼 왔다. 집안의 주된 의사결정권과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신화적인 가모장(家母長) 같은 것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의 기적적인 성장기 이래 수년 동안 와타나베 부인의 금융 화력은 일본의 지역 은행장과 뒷골목의 금 소매상부터 월스트리트의 채권 트레이더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와타나베 부인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버블 붕괴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의 가계는 2100조 엔(1경 9000조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을 현금 및 현금성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가계는 각각 금융자산의 13%와 31%를 현금성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일본의 현금 보유액은 독일과 인도의 연간 GDP(국내총생산)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기업 차원으로 보면 와타나베 부인은 은행에 예치한(이자도 거의 나오지 않는) 예금만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사우디 아람코를 모두 인수할 수 있다.
지난 25년 동안 일본의 물가는 대체로 정체되거나 하락했기 때문에 와타나베 부인이 현금성 저축을 선호하는 것은 합리적이었다. 특히 1995년 정부가 은행 예금을 보장한 이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일본 중앙은행의 오랜 초저금리 실험으로 인해 와타나베 부인이 저축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없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한 재산이 크게 줄어드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많은 일본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와타나베 부인은 결정적인 순간을 맞았다.
"현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와타나베 부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하듯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실질적인 자산에 투자해야 할 겁니다." 도쿄 소재 아커스리서치의 애널리스트 피터 태스커는 말한다.
일본 정부는 여러 차례 가계 저축을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수년간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례 없는 유인책을 마련했다.
2024년 1월부터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가 대폭 확대되어 개인의 주식 투자에 대해 평생 면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연간 납입한도를 120만 엔에서 360만 엔으로, 누적 납입한도를 600만 엔에서 1800만 엔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책이 성공한다면 1980년대 주식 버블 붕괴 이후 고착화된 일본 국민의 주식 기피증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가계는 전체 자산의 24%(직접 보유 17%, 연금을 통한 보유 7%)만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영국의 54%, 미국의 75%보다 훨씬 낮다.
이제 도쿄의 주식시장과 상장기업, 그리고 와타나베 부인에게 커다란 질문이 제기된다.
일본의 저축왕들이 그간 도박장처럼 기피하던 일본 주식시장에서 진지하고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개인 투자자가 될 수 있을까?
얼라이언스번스틴은 이에 대해 약간의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고 2%의 자산만 움직이더라도 1500억 달러의 자금이 주식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증권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 절반도 안 되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입으로도 도쿄의 토픽스 지수는 25% 이상 상승했다.
(계속)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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