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맛·순두부찌개맛…한국풍에 꽂힌 ‘라면의 원조’ 일본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로 불리는 일본 닛신식품이 한국풍 라면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일본 내에서 설렁탕·순두부찌개 등 한식맛을 내세운 라면을 출시하는가 하면 해외 시장에서는 한국의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을 연상케 하는 라면들을 판매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닛신식품은 지난해 11월20일 설렁탕맛 우동과 순두부찌개맛 우동을 출시했다. 컵라면 형태로 출시된 이들 제품에는 한글로 각각 ‘설렁탕’과 ‘순두부찌개’라는 글자가 써졌다. 같은해 5월에는 해물짬뽕맛 우동과 양념치킨맛 볶음우동을 컵라면으로 출시했다. 역시 포장지에는 한글로 각각의 맛을 써놨다.
닛신식품은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과 컵라면을 만든 회사다. 앞서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그대로 베낀듯한 라면을 출시해 논란을 빚은 회사이기도 하다. ‘라면의 원조’ 격인 회사가 후발주자인 한국 기업의 라면을 참고한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한식에서 모티브를 얻은 라면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닛신식품은 해외 시장에서도 한식을 앞세운 라면들을 판매중이다. 특히 이들 제품은 모두 국내 인기 라면들과 비슷한 모양과 맛을 내걸었다.
닛신식품 태국지사는 한국식 매운맛을 표방한 ‘辢(매울 랄)’ 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빨간색 포장지에 검은색으로 쓴 ‘辢’이 한국의 신라면을 연상케 한다. 한글로 ‘한국식 매운맛’이라는 설명과 함께 신라면 포장지처럼 ‘辛(매울 신)’이라는 한자도 써 있다.
일본의 한 온라인 매체 기자는 2022년 태국에서 해당 라면을 발견했다며 “한국의 신라면인줄 알았다”고 후기를 쓰기도 했다. 해당 기자는 “포장에는 한글까지 적혀 있어 한국 제품스럽게 연출하고 있다”며 “나는 일본인이니까 잘보면 다른 걸 알지만 한자를 읽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차이를 거의 모를 것”이라고 했다.
삼양의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볶음면 시리즈도 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라면의 이름은 ‘激(격할 격)’으로, 포장엔 ‘엄청’이라는 한글이 함께 적혀 있다.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로 세겨진 제품명이 불닭볶음면 포장지 디자인과 유사하다. 다양한 시리즈로 출시된 이 라면 각각의 포장지엔 ‘한국불닭맛’ ‘한국불닭치즈’ 등의 글자가 한글로 써져 있다.
‘한국불닭맛’ 라면은 태국 현지에서 TV 광고로도 소개되고 있다. 광고를 보면 모델이 한식당을 배경으로 해당 라면을 들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국내 라면 업계에서는 닛신식품의 ‘한국풍’ 출시가 오히려 반갑다는 분위기다.
농심 관계자는 “식품의 고유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라면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 제품을 따라한다는 건 그만큼 한국 음식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해물짬뽕’ 라면을 판매중인 오뚜기 관계자도 “당사 제품과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일본에서 제품명을 한글로 넣는 등의 K-푸드 컨셉 제품을 출시하는 트렌드에 따라 출시된 제품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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